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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파진 후 자격지심

.. 조회수 : 4,340
작성일 : 2024-09-13 22:39:02

고치기 힘든 병에 걸렸고 다리도 살짝 절어요.

 

신경 써서 잘 걸으면

얼핏 보면 멀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살짝 저는걸 알수도 있어요.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걷거나

신경 써 걷기 힘들게 피곤해지면

확실히 절뚝이며 걷고요.

뛰는건 불가능해요.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평생 힘들거 같아요. 

사실 다리는 별거 아니고 더 큰 문제가 있어 죽을수도 있어요. 

 

근데 주위에서 등산하고 조깅하고 운동하는 얘길 하면 

저만 소외되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이제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잖아요.

저만 낙오자가 된거 같아요.

 

제 앞에선 운동 얘기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스쿼트 몇개 했다고 자랑하고

달리기 한다고 얘기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넘겨야 한다는건 아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걸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아요.

 

 

IP : 202.128.xxx.48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9.13 10:44 PM (118.235.xxx.3) - 삭제된댓글

    당연하죠. 몸이 마음을 지배하잖아요.
    근데 이겨내야할 도전하나를 받았다 생각하시고
    내일은 더 파이팅하세요.
    마음으로 몸도 지배할 수 있어요-

  • 2. 저도
    '24.9.13 10:50 PM (58.225.xxx.189)

    감기도 안걸리던 제가 딱 2년전 큰병에 걸렸어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겉보기엔 아직은 일상이 가능하지만
    제 속은 수시로 많이 슬프고
    문득문득 믿기지가 않고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가족들, 주변 친구들, 지인들에게 표현하는것도
    제 성격에 안맞아요
    저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던
    명상, 종교에서 위로를 많이 받아요
    수시로 일어나는 마음 스스로 다독일 방법을
    무엇이든 찾아보시길 바래요

  • 3. 사실
    '24.9.13 10:53 PM (112.166.xxx.103)

    상대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자격지심이 있는 나에겐 너무나 크게 다가오고
    상처가 되죠.

    내가 불임인데
    지나가는 임산부나 애기데리고 가는 사람들
    못 쳐다보는 거요.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사는건데
    난 상처받는 것.

    상처를 주는 사람은 없는데
    나는 상처를 받은 일.

    자격지심의 해결책은 솔직히 모르겟습니다.

  • 4. 다들
    '24.9.13 10:56 PM (58.29.xxx.96)

    불의의 사고는 느닷없이 갑자기 찾아옵니다.
    저도 어금니 하나가 문제가 생기니까 구강 장애 턱관절 장애 숨쉬기까지 힘들 정도예요.
    혀까지 마비되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어제는 멀쩡했다가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인간의 삶인 거 같아요.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시고 그들과 좀 거리를 두세요.
    자격지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지도 몰라요.
    그 사람들은 아직 아프지 않기 때문에 님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않고 아픈 사람의 마음을 전혀 알 방법이 없어요.
    그러니 상황보다 반응이라고 어떻게 보면 님의 지금 마음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시고 아픈 거는 어쩔 수 없지만 매 순간마다 내가 해야 될 일과 오늘의 즐거움을 놓치지 말고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슬픔에 매몰되지 마시고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래요

  • 5. ...
    '24.9.13 10:58 PM (112.187.xxx.226)

    제 남편이 뇌졸중으로 오른쪽 몸이 불편해요.
    장애인으로 등록되었고
    뛰기 못하고 자전거 못타고 운전 못합니다.
    밥도 왼손으로 먹고 젓가락질 못하고
    생선도 도와줘야 먹어요.
    물병도 못따고...하여간 오른손은 기능을 못하고 있어요.
    언어장애도 있고 그 잘하던 중국어 영어 발음 엉망이라 아무도 못알아 들어요.
    그래도 수영을 잘합니다.
    왼손만 저으니 오른쪽으로 빙빙 돌지만 요령을 터득해서 이젠 똑바로 나가요.
    가만히 서서 왼손 탁구도 잘해요.
    발병 전에 하던 일에 자문은 하고 컨설팅도 할 수 있어요.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뭐라도 할 수 있는게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원글님, 불편한게 많으시겠지만 극복할 의지가 있으면 좀 부족해도 할 수 있어요.
    재활병원에 가면 숨만 쉬고 있는 환자들이 너무나 많아요.
    거기 비하면 원글님은 아주아주 건강하신 편이고 정상인이에요.
    못하는건 하지 마시고 잘 할 수 있는거 하시면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다리 절면 어때요?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 6.
    '24.9.13 11:01 PM (175.223.xxx.121)

    수영이나 요가 혹은 체조나
    근육운동은 하실 수 있지 않나요?
    예전에 걷기동호회 다닐 때 또래 지인이
    어릴 때 소아마비로 다리를 살짝 절더라고요
    그래도 함께 다녔고요
    원글님의 사정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내가 안/못한다고
    닥치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냥 적당히 들어주고 원글님이 평소 관심사도
    나누시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내 속사정 남이 알게 뭡니까 솔직히
    적당히 지내세요
    큰의미 두지말고요
    그냥 남들입니다

  • 7. ㅡㅡㅡㅡ
    '24.9.13 11:01 PM (61.98.xxx.233) - 삭제된댓글

    내가 못하는건 못하는거다 인정하고

  • 8. ...
    '24.9.13 11:16 PM (183.102.xxx.152)

    요즘은 산에 가니까 무장애길이 있더군요.
    휠체어도 다니고 유모차도 다녀요.
    저는 무릎이 아파서 등산이 힘드니까 무장애길 다녀요.
    그게 저에겐 등산이에요.
    원글님도 신체능력에 맞는 운동 찾으시고
    남들과 비교하거나 부러워하거나 신경쓰지 마세요.
    당당한게 아름다운거래요.

  • 9. 맥주
    '24.9.13 11:33 PM (211.184.xxx.126)

    댓글들이 너무 따뜻하네요.
    저까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에요.
    자격지심.. 저희 아이가 5살이 돼도 말을 못했는데
    같은나이 조카를 키우는 시누이가 조카가 이러이러한
    엉뚱하고 이쁜말을 했다며 저에게 얘기하는데..
    정말 속으로 쌍욕을 퍼부었어요.
    내 애는 말을 못해 온갖 치료 받으며 애태우고 있는데
    내 입장에선 귀엽지도 않은 시누애 엉뚱하고 귀여운 말하는거
    까지 듣고 맞장구 쳐줘야하나? 분노가 일었었어요.
    시누가 넌씨눈인건 맞지만 제 자격지심이 큰 것도 있었어요.

  • 10. 누구나 비슷할
    '24.9.14 12:07 AM (210.204.xxx.55)

    거예요...상황이 좋지 않으면...

    전 지금 백수인데 가족들이 누구는 참 부지런하더라, 투잡을 뛰고 주말에도 또 알바한대.
    부지런한 사람들 참 많아
    이 말을 할 때 엄청 찔렸어요. 가족은 그냥 하는 말인데 저는 공격받는 느낌이더라고요.
    근데 제 자격지심인 거 알아서 그냥 같이 맞장구쳤죠. 지나면 정말 아무 말도 아닌데...
    그 순간에는 그게 나를 공격하는 말로 들리는 거죠. 내가 그 부분이 약하니까.

    만약 누가 그런 운동능력을 자랑하면 원글님도 한번 솔직하게 말해봐요.
    자기야, 좋겠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 나는 몸이 불편해지니까 그게 안 되네. 언제 해보나.
    이런 솔직한 표현이 진짜 효과 있어요. 내 자격지심이 다 날아가요...
    현실도 인정하면서 타인도 인정하고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 11. 하나하나
    '24.9.14 12:37 AM (175.197.xxx.81)

    주옥같은 댓글들이네요
    저도 큰 깨달음과 위안 얻고 갑니다
    원글님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추석연휴 편안하시길요

  • 12. 111
    '24.9.14 12:57 AM (121.165.xxx.181)

    이해해요.
    저도 허리가 많이 안좋아서 잘 못 걸어요.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이랑 여행 다니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제 주변에는 풀코스 마라톤 뛰는 사람도 있어요.
    다행히 운전은 잘해서 여기저기 드라이브 하고 좋은 경치 보며 앉아서 맛있는 거 먹으며 지내요.
    얼마 전에는 독서 모임도 시작했어요.
    원글님도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세요.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13. 형제가
    '24.9.14 1:10 AM (59.7.xxx.113) - 삭제된댓글

    운동 잘하고 성격좋고 모든면에서 완벽하던 형제가 중병에 걸렸고 사경을 헤매다가 간신히 살아나서 매일을 살얼음판 걷듯 지내고 있어요. 운동은 커녕 집밖을 나가는 것조차 큰 도전이 되었어요. 이렇게 된게 너무 최근이라 믿기지도 않고 불쑥불쑥 눈물이 나요. 그러니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원글님 마음이 담긴 글을 보니 그 가족이 생각나네요. 원글님... 원글님의 건강과 회복을 믿고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해서 매일 매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매일 조금씩 더더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위축되지 마시고요. 제 가족도 원글님과 똑같은 말을 했어요. 남들의 너무나 일상적인 그런 모습조차 부럽고 위축되게 한다고요.

    원글님, 몸과 마음이 더욱 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 14. 자격자심
    '24.9.14 1:13 AM (175.116.xxx.63)

    당연히 생기지요. 아직은 얼마안되셔서 더 그럴것 같고요 시간이 지나면 점점 무뎌지실거예요. 누구를 만나도 무슨얘기를 해도 자격지심에 속상한 마음이 커지면 아무도 만날수 없게 되더라고요. 힘드시겠지만 괜찮다 내모습 이대로 괜찮다 이정도도 다행이다 생각하시고 힘내세요.(참고로 저는 4년째 거의 못걷고 있어요. 같이 힘냅시다)

  • 15. ..
    '24.9.14 3:51 AM (106.101.xxx.4) - 삭제된댓글

    딱 한번 넘어졌을 뿐인데
    건강했던 내가 평생 장애를 갖게 되었어요.
    고통과 고민과 포기가 교차하는 몇년이 지나고
    장애와 더불어 살아가게 되었어요.

  • 16. ㅇ ㅇ
    '24.9.14 7:50 AM (49.1.xxx.90)

    그러니 태어날때부터 장애인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이 안갑니다

  • 17. ㅇㅇ
    '24.9.14 7:52 AM (49.1.xxx.90)

    어린아이들은 미친듯이 뛰는게 일상인데 그러지 못했던 아이들은 심정이 어땠을까 막막해요.

  • 18. 누구나
    '24.9.14 3:12 PM (211.206.xxx.191)

    잠재적 장애인입니다.
    선천적 장애는 극히 일부래요.
    인생을 살다보면 때가 다를 뿐.
    그런 나도 보듬고 사랑해야죠.
    원글님 모든 행, 불행은 내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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