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공부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일류대 못가면 죽는줄, 전문직 가지지 못하면 죽는줄
그 틀에 맞추지 못하면 살아도 가치 없는 개돼지 쓰레기인줄
그렇게 말도 안되는 정신교육을 받으며 자랐어요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되는줄 알고 공포에 쫓기며 살아서
전문직은 아니지만 좋은 직업 가지고 남들한테 칭찬받으며 사는데요
막상 살아보니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직업이 아니더라고요
어떤 직업을 가지든지 숨가쁘게 아둥바둥하면서
자괴감 8 성취감 2의 삶을 사는건 똑같았을것 같아요
어떤 직업 어떤 직장도 꽃방석은 없더라고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일수록 달성해야 하는 수많은 기준들이 있는 거고요
오히려 자랄 때는 칭찬도 받아보지 못했고
나에게 그런 좋은점이 있는줄도 몰랐던 많은 소소한 장점들이
삶을 정말 윤택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저는 요리하는걸 아주 좋아하고 잘하는데
우리 뭐 맛있는거 해먹을까 하고 뚝딱 차려내면
갑자기 없던 가족의 화목도 팍팍 솟아나고
청소 좋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시간 에너지 투입해서 꽤나 깨끗한것처럼 보이게 하기를 잘해요
후닥닥 15분만 날뛰면 집 깨끗하게 만들수있음
친구를 잘 사귀고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해서
아이들 어릴때 바쁜 워킹맘이었어도 동네 엄마들과 잘 지내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 귀동냥도 열심히 하고
주말이면 애들 엄마들 노는데 잘 끼어서 외롭지 않게 잘 지냈고요
손재주가 있어서 마사지를 잘해줍니다
남편이 시무룩해있다가도 등 마사지 조금 해주면 헤벌쭉 좋아하고요
노래를 잘하는건 아닌데 바이브레이션이 좀 돼요
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노래 몇곡 알아두면
오오 ㅇㅇ씨 노래도 잘하네 하고 노래방에서 분위기도 잘 띄워요
누가 뭘 필요로 하는지 잘 눈치채고 샥샥 채워줘서
어느 회장님 비서실로 스카우트 제안도 받아봤어요
한 사람 눈치만 보면서 살기는 너무 피마를 것 같아서 거절했지만
잠시 혹할 정도로 좋은 대우에, 회장님 따라서 많은걸 누릴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잘 가신다고 해서 ㅜㅜ)
잠깐 황홀한 백일몽은 꾸어보았네요
이런건 공부나 돈버는 능력하고는 하등 관계가 없는데
제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아주 높여주더라고요
제 친구 역시 직업과는 관계 없이 눈썰미가 아주 좋아서
너는 이 스타일이 잘 어울려 하고 옷이나 헤어 권해주면
그리 찰떡같이 잘 맞더라고요
그 친구를 보면서 아 패션센스 있는 것도 무지 좋은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다른 친구가 아이패드로 슥슥 그려서 보내준 캐리커처 연하장도 너무너무 멋있어서
아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무지 멋진 일이구나 생각했고요
너무 큰거 남이 가진것만 부러워하지 말고
각자 자기가 가진 소소한 장점들을 누리고 즐기면서 사는거 참 좋은 거 같아요
그냥 연휴 직전 기분좋은 저녁에 차린 마파두부가 너무 황홀한 맛이라서
스스로 자뻑하다가 써봅니다
다들 좋은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