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삶에 도움되는 소소한 장점들

하하 조회수 : 5,515
작성일 : 2024-09-13 19:04:33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공부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일류대 못가면 죽는줄, 전문직 가지지 못하면 죽는줄

그 틀에 맞추지 못하면 살아도 가치 없는 개돼지 쓰레기인줄

그렇게 말도 안되는 정신교육을 받으며 자랐어요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되는줄 알고 공포에 쫓기며 살아서

전문직은 아니지만 좋은 직업 가지고 남들한테 칭찬받으며 사는데요

 

막상 살아보니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직업이 아니더라고요

어떤 직업을 가지든지 숨가쁘게 아둥바둥하면서

자괴감 8 성취감 2의 삶을 사는건 똑같았을것 같아요

어떤 직업 어떤 직장도 꽃방석은 없더라고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일수록 달성해야 하는 수많은 기준들이 있는 거고요

 

오히려 자랄 때는 칭찬도 받아보지 못했고 

나에게 그런 좋은점이 있는줄도 몰랐던 많은 소소한 장점들이

삶을 정말 윤택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저는 요리하는걸 아주 좋아하고 잘하는데

우리 뭐 맛있는거 해먹을까 하고 뚝딱 차려내면

갑자기 없던 가족의 화목도 팍팍 솟아나고

 

청소 좋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시간 에너지 투입해서 꽤나 깨끗한것처럼 보이게 하기를 잘해요

후닥닥 15분만 날뛰면 집 깨끗하게 만들수있음

 

친구를 잘 사귀고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해서 

아이들 어릴때 바쁜 워킹맘이었어도 동네 엄마들과 잘 지내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 귀동냥도 열심히 하고 

주말이면 애들 엄마들 노는데 잘 끼어서 외롭지 않게 잘 지냈고요

손재주가 있어서 마사지를 잘해줍니다

남편이 시무룩해있다가도 등 마사지 조금 해주면 헤벌쭉 좋아하고요

노래를 잘하는건 아닌데 바이브레이션이 좀 돼요

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노래 몇곡 알아두면

오오 ㅇㅇ씨 노래도 잘하네 하고 노래방에서 분위기도 잘 띄워요

 

누가 뭘 필요로 하는지 잘 눈치채고 샥샥 채워줘서

어느 회장님 비서실로 스카우트 제안도 받아봤어요

한 사람 눈치만 보면서 살기는 너무 피마를 것 같아서 거절했지만

잠시 혹할 정도로 좋은 대우에, 회장님 따라서 많은걸 누릴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잘 가신다고 해서 ㅜㅜ)

잠깐 황홀한 백일몽은 꾸어보았네요 

 

이런건 공부나 돈버는 능력하고는 하등 관계가 없는데

제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아주 높여주더라고요

제 친구 역시 직업과는 관계 없이 눈썰미가 아주 좋아서

너는 이 스타일이 잘 어울려 하고 옷이나 헤어 권해주면

그리 찰떡같이 잘 맞더라고요

그 친구를 보면서 아 패션센스 있는 것도 무지 좋은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다른 친구가 아이패드로 슥슥 그려서 보내준 캐리커처 연하장도 너무너무 멋있어서

아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무지 멋진 일이구나 생각했고요

 

너무 큰거 남이 가진것만 부러워하지 말고

각자 자기가 가진 소소한 장점들을 누리고 즐기면서 사는거 참 좋은 거 같아요

그냥 연휴 직전 기분좋은 저녁에 차린 마파두부가 너무 황홀한 맛이라서

스스로 자뻑하다가 써봅니다

다들 좋은 명절 보내세요

IP : 121.160.xxx.78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9.13 7:10 PM (211.179.xxx.157)

    이건 너무큰 장점인데요.
    친구, 원하는사람 비위맞추는기술만 해도 대단하심

  • 2.
    '24.9.13 7:11 PM (118.235.xxx.222)

    다 읽고 나니 닉네임에서 후광이...

  • 3. 오~
    '24.9.13 7:13 PM (106.102.xxx.140)

    너무 좋은 글 감사해요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말씀주셔서 동기부여가 되네요

  • 4. ..
    '24.9.13 7:15 PM (110.15.xxx.133)

    와~~
    너무 부러운데요. 좋은 직업 못지 않은 너무 큰 장점들이네요.
    자신의 그런 재능들을 찾아내고 나의 장점이라고 인정하는
    마인드도 멋집니다.
    원글님 재능도 있고 재주도 많은, 주변인들도 기분 좋게 해주는 좋은 사람 맞습니다.

  • 5. ㅇㅇ
    '24.9.13 7:19 PM (211.179.xxx.157)

    억압적이면 강박이 심할텐데
    삶에 대한 결에 빠른 통찰력이~

  • 6. ...
    '24.9.13 7:21 PM (211.110.xxx.9)

    님~멋져요~

  • 7. 와우
    '24.9.13 7:29 PM (210.96.xxx.10)

    장점이 너무 많으신거 아녜요?
    요리
    청소
    사회성 (친구관계)
    손재주
    눈치
    게다가 전문직까지..
    요즘 말하는 육각형 인간이신데요? ㅎㅎ

    원글님 글 공감해요

  • 8. ...
    '24.9.13 8:07 PM (112.148.xxx.119)

    집안 친척들 둘러 보면
    남자나 여자나 그런 사람들 몇몇 있어요.
    결혼하면 아주 잘 살 성격이요.
    근데 외모나 직업이 안 받쳐 주면
    결혼 못 하고 독거 노인으로 살더라구요.
    자발적 비혼 아니고 결혼 하고 싶은데 못 한 거요.

  • 9. 맞아요
    '24.9.13 8:16 PM (182.214.xxx.17)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일수록 달성해야 하는 수많은 기준들이 있는 거고요 22222222222

    82나 의사들 욕하지 그 삶 찬찬히 살펴보면 수많은 기준을 일에서도 계속 맞춰야 하는 가여운 인생들이더군요.
    전생에 사람 수천 죽여서 의사로 환생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적도 있어요. 업장소멸 하는거요.
    그리고
    원글 말마따나
    보상 많이 주는 곳은 돈은 좋긴 하지만은요
    그만큼 정신적,물리적 책임도 따라서 좀 덜벌고 널널한곳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었더라고요.

  • 10. 원글님
    '24.9.13 9:06 PM (182.210.xxx.178)

    멋진 분 같아요~

  • 11. ...
    '24.9.13 9:41 PM (124.195.xxx.77)

    원글님이 갖고 계신 게 소소한 장점이 아니라 엄청 큰 장점이네요^^

  • 12. 하하
    '24.9.13 9:54 PM (121.160.xxx.78)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당
    사실 큰 장점이라기엔 소소한, 진짜 고수가 보면 애개 뭐야 할 정도인데 그냥 중상 정도만 되어도 삶이 윤택해지더라고요. 뛰어난 한가지 재주보다는 그만그만 두루 갖춘 여러 장점들이 살기엔 더 좋은게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ㅎ
    저희 부모님은 공부와 성적 재능만 강조하시고 나머지 장점들은 오히려 인생 망쳐 뿌리뽑아야할 잔재주처럼 여기셔서 오히려 욕만 먹곤했어요. 친구들과 떡볶이 한번 만들어먹어도 쫓겨나도록 혼나고 라디오 들으며 노래 흥얼거려도 난리나고 그런 식. 근데 살아보니 부모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는 거죠.
    부모님이 강조한 전문직은 결코 적성과 맞지 않았고 대기업 직장인 되는 정도로도 너무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식이었는데 점점 더 기대치에 어긋나 이제는 워라밸 좋은 강소기업으로 갈아탔어요. 부모님은 어디 듣보 회사에 다니는 딸이 망신스러울 지경이지만 근데 다 저의 선택이었고 저는 의외로 가정생활을 즐거워하는 타입이었으므로 빡센 직장 다닐 때보다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다는 그런 이야기에요. ㅎ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13. 크림
    '24.9.14 6:45 AM (222.109.xxx.222)

    삶에 도움되는 소소한 장점들....
    유쾌함, 현면함, 명랑함이 느껴지는 글이 참 좋아요.
    댓글들도 기분 좋아지네요.
    나와 주변인들의 장점을 곰곰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감사히 참고할게요~

  • 14. 크림
    '24.9.14 6:46 AM (222.109.xxx.222)

    오타) 현명함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5386 냉동실의 잠금, 풀림이 헷갈려요 4 ㅇㅇ 2024/09/15 773
1625385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 죽이면 정당방위 아니에요? 5 ..... 2024/09/15 1,315
1625384 비빔밥에 이건 꼭 넣는다~ 28 ㅇㅇ 2024/09/15 5,007
1625383 의료계 사태 후 3차병원 건강검진센터는 지장 없나요? 4 내시경무섭 2024/09/15 1,658
1625382 내일 전 부치고 떡 사고 1 .. 2024/09/15 2,484
1625381 (도움절실) 휴대폰 번호, 기기변경 동시에 하신 분들 1 인생무상 2024/09/15 575
1625380 업무로 아는 남자분 명절 인사 문자왔어요 4 .. 2024/09/15 2,203
1625379 명절 과일선물 오늘 사도 괜찮을까요? 1 ... 2024/09/15 1,107
1625378 (설문) 거기 시금치 한단 얼마인가요? 36 하늘에서내리.. 2024/09/15 5,027
1625377 최강욱  장인수 박시영 공동방송 ㅡ   그땐 왜 2부 /  20.. 4 같이볼래요 .. 2024/09/15 1,040
1625376 다들 저녁에 맛있는 거 드시겠죠? 8 2024/09/15 2,492
1625375 덥네요.. 1 ㅇㅇ너무 2024/09/15 1,365
1625374 46세..새치염색 시작할까요? 7 캬바레 2024/09/15 2,608
1625373 푸바오 영상 보다가 눈물이 ㅠㅠ 13 happy 2024/09/15 2,750
1625372 벌초를 아들들이 해야지 조카 시키나요? 18 2024/09/15 4,862
1625371 점점 대가족에서 소가족, 소가족에서 핵가족, 핵가족에서 자식.. 4 명절 2024/09/15 2,130
1625370 공무윈이 아무리 하락세라지만 어렵겠죠? 13 ㅇㅇ 2024/09/15 4,232
1625369 설탕대체로 뭘 넣으세요? 18 ㅇㅇ 2024/09/15 2,567
1625368 중학교 광교 2024/09/15 424
1625367 통화녹음 3 갤럭시 2024/09/15 1,574
1625366 윤석열, 헐값에 원전팔고는 숨기려고 체코순방 3 김병신 2024/09/15 2,506
1625365 막 찐 소라 왜케 맛있나요? 1 uf 2024/09/15 1,562
1625364 하루 종일 2 …. 2024/09/15 1,024
1625363 아직 추석은 오지도 않았는데 지쳐요. 11 날씨돌았네 2024/09/15 3,792
1625362 추석 앞두고 커지는 대구의 반윤석열 여론 16 !!!!! 2024/09/15 3,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