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승 무 by 조지훈

,,, 조회수 : 1,268
작성일 : 2024-09-13 07:55:57

아침에 조지훈의 승무를 감상해 보아요.       

 

 

            승 무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IP : 122.35.xxx.22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9.13 7:59 AM (122.36.xxx.234) - 삭제된댓글

    맨 첫줄에 하나 빠진 것 같은데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 2.
    '24.9.13 8:19 AM (58.29.xxx.31)

    학교 다닐땐 감흥없이 외우기만 했는데 나이 들어 다시 보니 눈 앞에 그려질듯이 시를 무척 잘 썼네요

  • 3. 영통
    '24.9.13 8:36 AM (106.101.xxx.33)

    고등 때 그냥 외웠는데
    어느 날. 테레비전에 승무 영상에 이 시가 읊어지는데.

    저 모습을 이렇게 언어로 표현했구나..
    시 언어의 레이스
    시 언어의 로코코..같다 느꼈어요

  • 4. 조지훈
    '24.9.13 8:40 AM (182.209.xxx.124)

    저는 조지훈 시인 글 너무좋아해요
    원글님 덕분에 아침에 시집을 다시 찾아서
    읽었네요 ㅎ

    저는 사모와 낙화를 좋아해서 올려봅니다

    사모_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 5. 조지훈
    '24.9.13 8:43 AM (182.209.xxx.124)

    낙화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6. 시인이여
    '24.9.13 8:43 AM (181.120.xxx.78)

    이분 아들이 현 외교부장관이잖아요.ㅠㅠㅠ

  • 7. 감사
    '24.9.13 9:10 AM (221.138.xxx.252)

    원글과 댓글님들 감사해요.
    아침부터 감성충만해지네요..
    저렇게 아름다운 시들이 왜 학창시절에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 8.
    '24.9.13 9:51 AM (211.36.xxx.164)

    181.120님 몰랐어요ㅠ
    조지훈시인 넘나 애정하는데
    아 진짜 화나요

  • 9. 쓸개코
    '24.9.13 12:05 PM (175.194.xxx.121)

    이 시를 좋아해서 고등때 외우고.. 아직까지 반절은 저절로 외워집니다.ㅎ
    182.209.xxx.124님 시 두편 감사해요. 잊고 있었는데 다시 봐도 절절하니 너무 좋군요.
    아 진짜 좋다..
    근데 아들이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0908 어깨와 목결림이 심한데요 6 결림 2024/11/04 1,196
1640907 식품건조기 원형이랑 사각 아지매아지매.. 2024/11/04 230
1640906 나는 왜 엄마 아빠가 없어?? 5 ........ 2024/11/04 2,862
1640905 이재명 한마디에 주식장 폭등인걸 보면 21 악의축 2024/11/04 4,038
1640904 이재명은 그냥 표만 얻으면 되는 인간 22 2024/11/04 1,655
1640903 요즘 애들 핸드폰 벨소리 무음으로 해놓는게 유행인가요 32 ㅇㅇ 2024/11/04 3,776
1640902 尹 "민생 어려움 풀기 위해 2년 반 쉴 틈 없이 달려.. 50 하이고 2024/11/04 5,097
1640901 효도의 결말은 가족해체, 희생의 댓가는 실망 9 음.. 2024/11/04 2,637
1640900 더러운 집 보면 제 상태를 알수 있어요. 5 dd 2024/11/04 3,234
1640899 남편의 사랑? 5 .. 2024/11/04 1,443
1640898 시스템 패딩오리털충전여부 4 캔커피 2024/11/04 686
1640897 이재명이 금투세 폐지한다니까 15 .. 2024/11/04 2,066
1640896 남편과 아침밥문제로 갈등이 있었는데 8 ㅡㅡ 2024/11/04 2,293
1640895 ‘윤석열 탄핵’ 압박하는 조국혁신당 “탄핵소추 사유 17개” 11 !!!!! 2024/11/04 1,379
1640894 하루도 마음편하지 않았다는데 저렇게 얼굴에 기름이... 2 ... 2024/11/04 1,763
1640893 전립선으로 유명한 병원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2 .... 2024/11/04 551
1640892 고2 영어 공부 어떻게 해야 할까요? 6 .... 2024/11/04 913
1640891 낫또와 요거트 4 식단 2024/11/04 697
1640890 김명신이 이순자보다 더 심한가요? 27 00 2024/11/04 2,839
1640889 아이가 모르고 전자렌지에 스텐접시를 넣고 돌렸어요 7 ... 2024/11/04 2,575
1640888 한화그룹 무기관련 사업부측은 전망이나 대우가 좋나요? ㅇㅇ 2024/11/04 558
1640887 가구를 줄이니까 호텔 같은 집이 되네요 4 2024/11/04 2,939
1640886 가슴이 먹먹해지는 자살사건 11 ........ 2024/11/04 6,251
1640885 항상 먼저 밥 먹는 남편 27 궁금 2024/11/04 3,761
1640884 등산할 때 화장실 어떻게 하세요? 10 초보 2024/11/04 2,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