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유년 시기를 보낸 분들은 아실겁니다.
그 시절 이 계절의 아파트 주차장 풍경을 요..
지상주차장만 있던 5층짜리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침 출근으로 차량들이 빠지면 동네 아줌마들이
하나 둘씩 고추 자루를 들고 1층으로 내려옵니다.
볕 잘드는 남향 자리부터 차지하고는 파란색 천막을 바닥에 깔고 자루에 든 고추를 부려놓죠..
그래놓고는 이제 각자 집으로 들어가서 집안일들을
합니다.
그 시절 어린이였던 저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파트 입구부터 고추 말리는 냄새를 맡습니다.
왜그렇게 고추만 널면 소나기가 내렸던지..
하늘이 어둑어둑해진다 싶으면 엄마가 당장 따라 나오라고 합니다. 후다닥 뛰어 내려가서 고추를 걷어요.
타이밍이 늦어 비라도 맞는 날은 집에와서 거실에 그 고추를 다 널어놓고 선풍기를 돌려댑니다.
그 순간만큼은 사람 더운것보다 고추말리는게 더 중요하죠.
그때의 그 고추 말라가던 냄새..
며칠전 아는 분이 붉은 고추를 한아름 주셔서 저걸 어쩌나 하다 그냥 말리자 싶어 반씩 쪼개서 채반에 받쳐 널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며 꾸덕꾸덕 말라가면서 그 냄새가 나는 겁니다.
붉은 고추가 마르는 냄새요..
그 냄새를 맡으니 옛날 일이 생각나서 한번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