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당신.
받아주지 않는 내겐 못하는.
추임새와 감탄사로 당신의 허영심과 기대를 채워주며
한껏 부러움을 예의인지 진심인지 표시하는 그들 앞에서
비지니스 타고 유럽 간다며 자랑해대는 당신.
몇번째 유럽인지를 헤아리며,
정작 당신은 입에 안맞는 음식,
비지니스임에도 불편한 비행,
제일 좋은 호텔임에도 내집에 비해 안락함이 떨어진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어쩔수 없이 자꾸 표를 사줘서
곗돈 만들어 놓은게 있어서
더 나이들기 전에 가야해서...라며
계속해서 그들 앞에서 나 이만큼 가졌다고 풀어 놓는다.
나는 궁금하다.
당신은 유럽의 거리에서 무얼 보고 느끼는가.
꽤 많은 나라를 다녀온 걸 아는데
나는 당신에게서 뭐가 맛이 없어 김치만 생각이 났다. 야경이 볼만하다더니 한개도 볼것도 없더라. 정도의 평 외에 뭔가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워워. 뭔가 깊이 있는 역사문화비평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알파벳도 모르는 현 상태에서 너무 답답하더라.
다음 여행에선 기본 인사말은 해보도록 해야겠다 정도를 기대한다는 거다.
미안해요.
당신과 즐겁게 웃으며 대화할수 있어요.
상당히 편안하고 유머있고 친근한 사람인거 알아요.
딱 거기까지.
대화할수록 당신의 바닥에 한숨이 더해져요.
당신이 가진것을 자랑스러워 할때마다
더 가지기 위해 눈을 반짝일 때마다
가진 것을 나누지 않기 위해 고민할 때마다
나는 무력해지고 순해집니다.
저런 모습이구나.
당신을 무시하게 됩니다.
하찮게 여기게 됩니다.
아마 계속 그럴거예요.
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