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초직장의 달라진 분위기 체감 되시나요?

조회수 : 2,122
작성일 : 2024-09-08 06:58:45

20년 전 제가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제가 몸담은 업계는 남초였고, 신입사원 중 여성은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드문 존재였어요. 처음엔 관심 받는 게 좋아서 부장님 옆에 앉으라는 말에 ‘잘 보여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일종의 술자리 ‘꽃 역할’이라는 걸 몰랐어요. 사진 찍을 때 부장님 옆에서 팔짱 끼고 찍는 여자 동기가 있었는데, 그게 자발적인 아부처럼 보였어요.

 

저는 그걸 피하고자 무거운 짐을 혼자 옮기고, 시키는 대로 말없이 일하며 남자들처럼 일했어요. 그렇게 해서 남자 동료들 사이에서 ‘동료’로 인정받기 시작했어요.하지만 부작용이 있었어요. 남자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 동기들과 멀어졌어요.

 

여자들 사이에도 차이가 있더라고요. 어떤 동기들은 일에 올인해서 임원까지 가기도 하지만, 결국 개인적인 삶은 놓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다른 동기들은 결혼하고 직장 생활을 적당히 조절하며 살아가요. 신입 시절 힘든 팀에 배치되지 않으려고 징징대던 동기들은, 결국 팀장이 배려해 쉽게 갈아타더라고요. 저는 그 덕에 악명 높은 팀에 갔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사수를 만나기도 했어요.그때는 직장 분위기가 지금과 달랐어요. 담배 타임에 따라다니며 남자들의 룸살롱 이야기를 들어야 했어요. 소위 야만의 시대였죠.

 

 하지만 서지현 검사의 미투 운동 이후로 회사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임원 한 명이 아웃된 후, 성희롱은 무조건 짤리는 분위기가 되었어요.

 

지금은 신입 여사원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 대우 받는 걸 거부할 정도로 달라졌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 문제에서는 여전히 변화가 더디다고 느껴져요. 여자 후배가 아이가 아파서 연차를 쓸 때 죄인처럼 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임신 중에도 야근을 불사하며 일하는 동기는 ‘너무 남자스럽다’는 평가를 받아요. 덕분에 여성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동시에 출산과 육아 휴직의 기준이 높아졌다는 불만도 나와요.

IP : 223.62.xxx.2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9.8 9:02 AM (124.111.xxx.163)

    남초직장에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남초직장에서 살아남으려 애 쓰고 육아하느라 힘들게 살았어요. 대기업에 있을 때는 그래도 모성보호니. 어린이집이니 그런 복지 덕분에 아이키울 수 있었지만. 신입사원때에는 저도 임원들이랑 부르스를 추라느니 이런 강요에 어리둥절 나갔다가 자괴감 느껴 도망치듯 그자리에서 탈출하기도 하고. 같은 동료로 대우 받기 위해 밤 12시 1시까지 야근도 밥 먹듯이 하고. 그랬죠. 제 억울함이나 고충을 이야기할 동료나 선배 여성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생리통이 심해 타이레놀을 달고 살았는데 남자 부장이 제 책상의 타이레놀을 보고 약 너무 남용하지 말라고 훈계를 하고 가더군요. 가솔웠어요. 당신이 여자들이 얼마나 아픈지 뭘 안 다고 훈계를 하나 싶었죠. 제가 원래 생리통이 진통수준으로 아파서 생리하겠다 싶으면 3시간 전에는 그걸 먹어야 무사히 지나가는데 그럼 약 안 먹고 쓰러져서 연차를 내야 좋으시겠나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제 편들어줄 여성은 어차피 없고 저는 사원 나부랭이니까 참았어요.

    제가 50넘은 지금까지 중소기업으로 옮기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버티고 있는게 그래도 제 뒤의 여성 동료들이 제가 어떻게 살고 버텨 나가는지 롤모델까지는 아니어도 저렇게도 사는 구나 하고 힘을 내 주었으면 좋겠어서에요. 남자들은 좋겠어요 와이프도 있고 일만해도 되고.

    그렇지만 저는 저 혼자 다 해내는 저 자신도 자랑스러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0687 벌초를 아들들이 해야지 조카 시키나요? 20 2024/09/15 4,696
1630686 점점 대가족에서 소가족, 소가족에서 핵가족, 핵가족에서 자식.. 4 명절 2024/09/15 2,007
1630685 공무윈이 아무리 하락세라지만 어렵겠죠? 15 ㅇㅇ 2024/09/15 4,058
1630684 설탕대체로 뭘 넣으세요? 18 ㅇㅇ 2024/09/15 2,427
1630683 중학교 광교 2024/09/15 357
1630682 미치고 환장하는 시어머니화법 53 ㄴㄴ 2024/09/15 22,880
1630681 통화녹음 3 갤럭시 2024/09/15 1,474
1630680 윤석열, 헐값에 원전팔고는 숨기려고 체코순방 3 김병신 2024/09/15 2,373
1630679 막 찐 소라 왜케 맛있나요? 1 uf 2024/09/15 1,484
1630678 하루 종일 2 …. 2024/09/15 940
1630677 아직 추석은 오지도 않았는데 지쳐요. 12 날씨돌았네 2024/09/15 3,688
1630676 추석 앞두고 커지는 대구의 반윤석열 여론 18 !!!!! 2024/09/15 3,551
1630675 용건도 없이 전화 자주하는지인 11 .... 2024/09/15 4,688
1630674 너무 경박한 남편 69 루비 2024/09/15 16,567
1630673 7명 갈비찜 얼마나 사야할까요???? 19 인생네컷 2024/09/15 2,338
1630672 박지원, '尹 추석인사'에 "국민보다 개…이러니 지지도.. 6 ... 2024/09/15 2,165
1630671 밤12시에 톡하는 사람 4 한때 2024/09/15 1,968
1630670 대가족 모여 음식해먹는분위기가 많이 줄어든것 같아요 9 ㅁㅁ 2024/09/15 2,886
1630669 (스포무)베테랑 봤어요 10 후기 2024/09/15 3,027
1630668 내용펑 27 2024/09/15 3,227
1630667 갑자기 당뇨전단계래요 12 2024/09/15 6,530
1630666 폐경전 생리주기 짧아지나요? 6 전조증상? 2024/09/15 1,597
1630665 해외살이 하던 친척동생이 자식 결혼한다고 청첩을 보냈는데.. 36 @@ 2024/09/15 10,944
1630664 지난 통장 처리? 3 11 2024/09/15 1,463
1630663 아까 새끼 낳은 길고양이글 올린사람 인데요 11 그럼 2024/09/15 1,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