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7일에 생일 지나 만 9세가 된 코숏 고양이에요.
아들이 대학생일때 도랑에 빠져서 울고 있는 주먹 만한 고양이를 보고
불쌍하지만 동물은 절대 안된다는 엄마와, 동물을 키운다는것은 생각도 못해본지라
엄마냥이 있겠지 하고 학교에 갔고, 며칠뒤 같은 곳에서 그대로 있는 냥이를 보고는 후드티를 벗어 덥석 건져서 자기 원룸에서 키웠어요.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지 얼마된지도 몰라서 냥이 카페에 가입하고 글을 올렸더니
여러분들이 조언도 해주시고 사진상 1개월 넘은것 같다하니 자기 계산으로 7월7일을 생일로 정했다 하구요.
고마운 분이, 극구 사양해도 화장실이랑 모래랑 장난감 사료등 큰 박스로 보내주시면서
부디 집으로 돌아갈 때 버리지 말고 꼭 데려가 준다면 바랄것 없이 행복하겠다고 했답니다.
나중에 그 분께 호사스런 캣타워와 신상 장난감 강조해서 우리 냥이 사진 많이 전송해 드렸고
저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해드렸어요.
졸업하고 집으로 같이 들어왔는데 제가 물어봤어요.
엄마가 반대하면 어쩌려고 허락도 없이 먼저 덥석 데려갔어.....? 엄마 싫어하는거 알면서.....
처음엔 죽을거 같아서 병원에 데려갈 생각만 했고 검진후에 친구들 다 물어봐도 안키운다고 하고
키운다 해도 본집에는 못 데려간다고 하는 말에 정말 난감하고 걱정이 밀려들더라고....
아빠한테 먼저 물어보니 , 일단 니가 거뒀으니 니가 책임을 져라..
그 어린것이 말은 못해도 생각은 다 할텐데 엄마 잃고 또 버려지면 얼마나 슬프겠냐
도로 내보내거나 아무나 줘버리는거 아니라며 졸업후에 집에 데려와도 엄마는 착한 사람이니 잘 키워 줄거라고 하셨답니다. ㅎㅎ
그러면서, 아빠 진짜 웃겼어.....완전 사심이 가득해서 고양이 키울 생각에 아주 신이 나셨더만요....
그렇게 데려와서 9살이 되었는데 식구들의 냥이 사랑은 너무 도가 지나쳐서 가끔씩 저를 힘들게 합니다. 가관입니다. 아주 세상없는 이쁜것입니다......언젠가 죽겠지....미리 울고 난리입니다.
요놈이 꼭 이 방 저 방 돌아 다니며 침대에 한번씩 왕림해 다리 사이에 머물러 주시고
나랑 자자~~~~하며 이방 저방에서 납시어 서로 뺏어가도 꼭 마지막은 자기 원하는 방에서 잠을 자요.
사람손에 들려가서 눕혀진 침대에서는 절대 안자고 자기가 선택해야 합니다.
물어보고 싶어요........니 기준이 뭐냐 대체.....
안 뺏기려고 냥이 들어오고 못 나가게 문을 닫으면 열때까지 소리 지릅니다.
자기 눈 앞에서 문이 닫혀있는 꼴을 또 못보십니다.
다리에 쥐가 나도 냥이 나가버릴까봐 뒤척이지도 못하고 간택당한것이 자랑이던 세월들이
지나고 이제는 각자 따로 사니 남편과 저 냥이 이렇게만 남았습니다.
여름 휴가에 남편과 둘이 4박5일 여행을 가면서 딸이 매일 와서 자고 출근을 했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동 급식기 급여량이 너무 작은거 아니냐며 나오는대로 달려와서 다 먹고
혹시 아무도 없을때 전기라도 나갈까봐 여분의 큰통에 담아둔 사료까지 먹는다며
좀 넉넉히 주는게 어떠냐고 톡이 왔어요.
제가 적어놓은대로 간식, 습식캔등 모두 똑같이 주는데도 사료를 그렇게 먹는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 했어요. 그럴리가 없는데 .......항상 남아서 밖으로 넘칠때도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 열기 전에
먼저 이름 부르기 없기.....똑같이 들어가서 똑같이 보기......약속까지 했답니다.
우리 냥이 우리 보고 냥냥거리며 반가워하는 모습 정말 너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반가워 거실에서 뒹굴며 반겨줄줄 알았던 우리냥이를 옷장에서 찾았습니다.
가끔씩 들어가긴 하지만 그렇게 이름을 부르며 온 사방을 다 열어보고 다녀도 야옹 소리 한번을
안내고 그리 앉아 있답니까..........
눈도 안 마주치고 옷장 벽만 쳐다 보고 있었는데 야속함보다 너무 미안함과 안스러움이 밀려 오더군요.
한참 뒤에 화해를 하긴 했는데 그 수다쟁이가 이름을 그렇게 불러대도 대꾸도 안해서
남편말대로 말은 못해도 생각은 다 하는구나.......다시 느꼈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사료가 나오는 소리가 들려도 달려 오기는 커녕
하루 급여량이 다 나오고 나면 다 먹지 않아 접시에 수북이 쌓여 있곤 합니다.
딸에게 전화해서 사료 모자라게 주지 않은게 맞다라고 얘기 하니 갑자기 울먹 울먹 하면서
매일 자기를 먹여 키우던 엄마와 몰래 몰래 간식 찔러 주던 아빠가 없어져서
아마 동물적 감각으로 눈에 보이는 사료를 다 먹은것 같다고 말을 하네요.
아 그런거였나......
자고 일어나도 엄마가 없는 시간이 반복되니 무서웠나보구나.....
있을때 먹어야 한다는 불안함에 힘들었겠구나.....
너무 마음이 아팠네요.
뭐 별일 아닐수도 있지요.
여행도 갈수 있고 잠시 맡길수도 있고 다 뭐 그러고 사는거니까요.
그런데 정말 마음이 짠하고 뭉클했어요.
고양이 키우면서 마당에 목줄 매인 강아지들 못 쳐다 봐요.
생각이 있는 존재라는게 항상 무겁게 다가옵니다.
아들이 가끔 말을 해요.
엄마 쟤 없으면 어쩔뻔 했어..........
참내....모르는 소리 ..몰랐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냥이가 준 행복이 3이라면 그로 인한 감정적 고통이 7이다 .............진심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