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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박사논문은 애낳는거와 같군요

ㅁㅁㅁ 조회수 : 2,753
작성일 : 2024-08-28 09:48:25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그것도 새 학문으로 시작해서

2년전부터 본격 논문에 들어갔어요.

여러 우여곡절-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주제바꾸고, 방법 바꾸고 등...끝에

이제 곧 심사를 앞두고 있어요. 

 

애가 잘못크는거 같으면 세상이 무너진 것 같고,

내가 왜 애를 낳았을까, 난 그럴만한 에미가 아닌걸 이제 알았네..자책하고.

조금 반짝하고 괜찮으면 또 세상 뿌듯하고,

희망이 생기고 그렇잖아요.

 

논문도 그러네요. 

잘되는거 같으면 아우 역시 보람되네, 하길잘했네.

곧 나오겠지..이걸로 사회에 기여...등등

하다가,

한 번 깨지면(주로 지도교수)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고, 세상이 굴절되어 보이고

이 공부를 시작한 내가 미친거고,

난 머리가 나쁜거고..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하며

주변사람들 공부한다고 하면

잘생각해봐라..중간 되돌리기가 어렵다..하고 말리고? 

 

어제는 엄청 쫄고 긴장해서 논문지도 시간에 들어갔는데

아주 의외로, 거의 처음으로 별 말씀이 없으시고,

결과를 보시고 '잘 읽힌다' 하시며

다른 학생에게 내 껄 샘플로 보여주시기까지....!!!!!

 

바로 지난 달에 같은 연구방법하는 다른 교수님께서는

이런 재미도 감동도 기여도 못하는 논문 왜쓰냐 ...해가지고

빙충맞은 밥벌레 된 기분이었거든요. 으으으....

 

조금 힘이 나서 이 논문을 마무리해서 옥동자 출산까지는 안되더라도

건강한 아이를 낳아서,

이제 잘 키워보렵니다. 

앞으로 책도 쓰고, 연구도 하고, 활동도 하고...일도 하고요

가을 바람도 신선하니

어제의 좋은 피드백이 저를 살찌우는 것이

아이 담임한테 전화와서 애가 잘크고 있다고 들은 것 만큼 

든든하네요.

 

그리고 논문 쓰다보니 겸손해집니다.

내 실체를 알아가고...가족에게도 고맙고요.

IP : 222.100.xxx.51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8.28 9:50 AM (110.70.xxx.50)

    원글님 전공 궁금하네요

  • 2. ㅇㅇ
    '24.8.28 9:51 AM (223.38.xxx.246)

    ㅎㅎㅎㅎ글이 너어무 재밌는데요,
    힘내세요!!!
    저희남편 6년 박사과정 동안 논문 쓰면서 엎드려 기도하는걸 봐서 그 마음 잘알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위 받고는 지금까지 그 힘으로 잘살아가고 있어요
    순산하시길 바래요!! 많이 왔습니다 곧이예요^^

  • 3. ㅇㅂㅇ
    '24.8.28 9:53 AM (182.215.xxx.32)

    화이팅입니다 ^^

  • 4. 오마나
    '24.8.28 9:56 AM (121.186.xxx.197)

    원글님이랑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 듣고 싶어요. 글이 술술 잘읽히고 주변을 밝게 하시는듯

  • 5. 음..
    '24.8.28 10:00 AM (182.226.xxx.161)

    그러면 논문은 지도 교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나요? 교수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건지 궁금해요~ 주워듣기론 논문때문에 포기한다고 그러기도 하더라고요. 원글님 깔끔하게 통과되시길 바랍니다~

  • 6. 맞아요.
    '24.8.28 10:04 AM (211.218.xxx.194)

    박사는 대단한 겁니다. 어떤 과정을 넘어간다는것은 못넘은거랑은 큰차이죠.

  • 7. ...
    '24.8.28 10:07 AM (119.69.xxx.167)

    글 진짜 재밌게 잘쓰시는거보니
    논문 옥동자 출산 가능하실거 같은데요~^^

  • 8. 공감
    '24.8.28 10:08 AM (59.13.xxx.251)

    넘 공감해요. 저도 수료 후 3-4년간 박사논문 붙잡고 있다가 결국 이번 8월에 논문 통과했어요! 넘 고생스러워서 눈물없이 못들을 스토리인데 끝내고 나니 너무 후련하네요. 원글님도 화이팅입니다!!!

  • 9. 흐흐
    '24.8.28 10:12 AM (222.100.xxx.51) - 삭제된댓글

    재미있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어퍼컷 맞고 쓰러졌는데, 또 포기할 수 없어서 기어 일어나는..
    그리고 또 조금 지나면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축소판이라 느끼고
    그 펀치들이 저를 단단하게 해준다고 느껴요.
    애 키우면서도 그렇게 느꼈거든요
    순산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전공은 문과대에서 사회과학대로 전환한거랍니다..
    비과학적인 사람이라 참 힘들었네요. ㅎㅎ

  • 10.
    '24.8.28 10:13 AM (220.117.xxx.26)

    요즘 사주에 우스개 소리로
    자식운을 논문에 비유하는 것도 있던데요
    연애운을 덕질로 ㅎ
    대체하는 유머 봤어요

  • 11. ㄴㄴ
    '24.8.28 10:13 AM (222.100.xxx.51)

    재미있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어퍼컷 맞고 쓰러졌는데, 또 포기할 수 없어서 기어 일어나는..
    그리고 또 조금 지나면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축소판이라 느끼고
    그 펀치들이 저를 단단하게 해준다고 느껴요.
    애 키우면서도 그렇게 느꼈거든요
    순산하겠습니다.
    난산도 일단 살아서 낳으면 순산이라고 우기면서

    그리고 제 전공은 문과대에서 사회과학대로 전환한거랍니다..
    비과학적인 사람이라 참 힘들었네요. ㅎㅎ

  • 12. 국민대
    '24.8.28 10:29 AM (210.222.xxx.250)

    가시지..김건희 박사논문 보니 어이없던데

  • 13. 그렇게 완성
    '24.8.28 2:23 PM (49.164.xxx.115)

    했는데 한국 오니 쓸모가 없음.

    머리에라도 이고 다니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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