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저는 중2병 환자였어요.
내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은 안했어요.
국어. 역사. 사회 등은 공부하고
수학은 안하고.ㅜㅜ
단순히 싫어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한국 교육제도가 잘못되어
나는 잘못된 체제에 따르지않겠단
이상한 생각을 하고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데
그땐 쪽팔린걸 몰랐어요.ㅎㅎ
담임샘하고 상담을 했어요.
번호 순으로 반아이들 모두가 하는 상담이었어요.
상담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이 저를 가만히 보시더니
대뜸 너는 남들과 다른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러시는거예요.
좀 당황스러워서
아니에요. 저는 평범해요.
그랬더니
아니다. 너는 비범하고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스스로 엄청 강한걸 모르는거다.
이러시는데 진심 황당함.ㅎ
저는 그때도 유리멘탈.
사십대인 지금도 유리멘탈이거든요.
그러다가 성적 얘기를 하시면서
왜 일부과목 성적이 이러냐?
포기한거냐?
그래서 위와같은 제 신념?을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좋아하는 시인이 있냐고 하셔서
이육사와 윤동주를 좋아한다.
특히 이육사 시가 좋다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또 대뜸,
너는 이육사같은 사람이라는거예요.
진심 선생님 돌으신줄......
놀라서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독립운동을 해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엄첨 진지하게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러시는거예요.
고문받는거 무서워서 못한다고 했더니
또 엄청 진지한 얼굴로
그건 지금이 평화로운 시기라 그렇게 생각하는거다.
막상 일제시대같은 상황이 온다면
너는 이육사같이 행동할거다.
ㅡ.ㅡ;;;;;;
제가 아니라고, 못한다고 계속 그러니까
네가 너무 어려서 자기자신을 모르는거라고.
지금 어리고 방향을 잘못잡아서 그렇지
어른이 되고 방향을 잘 잡으면
이육사같은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 하셨어요.
당황스러운 상담이 끝나고
공교롭게도 일주일쯤 뒤에
국어시간에 이육사의 광야를 배웠어요.
담임샘은 국어샘이었죠.
시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누가 이런 삶을 살겠느냐?
백마타고 올 미래의 초인을 위해
그 누가 추운 겨울 노래의 씨를 뿌리겠는가?
아무나 못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어려운 길을 가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니 갑자기 저를 보면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시는.;;;;;
저는 또 당황해서 동공지진.ㅎㅎㅎ
1학년때 담임샘이었는데
삼십대 여자샘이었고
농담이나 재밌는 얘기를 전혀 못하시고
수업시간 내내 수업만 하시는 분이었어요.
별명은 졸음제조기.
수업을 재밌게 못하셔서 조는 애들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가끔 생각나요.
비범하긴 커녕 유리멘탈에 중2병환자이기까지 했던
나를 선생님은 왜 그렇게 과대평가했던걸까?ㅎㅎ
그리고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걸
나이가 들면 들수록 깨달아요.
선생님은 사람을 잘못보신거죠.ㅜㅜ
하지만 그런 사람은 못되어도
그런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걸 깨달았어요.
남은 시간을
저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살아가려고해요.
선생님도 이제 많이 나이드셨겠죠?
항상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