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최고의 나를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뭐랄까 조회수 : 2,888
작성일 : 2024-08-25 17:04:26

인생 딱 절반쯤 산 것 같습니다. 

늘 저는 90살 언저리에 죽을 거라고 생각해왔거든요. 

장수 집안이라 집안 어르신들 모두 그 때쯤 돌아가셨고

인명은 재천이라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그저 막연히

내 인생은 그 즈음이 끝이려니 생각합니다. 

 

제 방에 고장난 시계가 아직 걸려 있는데

시침과 분침은 저의 '인생 시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딱 정오쯤이네요.

 

나이 대에 맞게, 숱한 기혼들 사이에서 저는 싱글로 살고 있고,

(드라마 응사, 응팔에서 제가 꼽는 옥의 티는 저 중에 미혼이 한 명도 없다는 점입니다. 싱글 여성이 많아진 시대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요 며칠은 일이 너무 힘들어서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힘들 때 전화할 친구는 몇몇 있지만

문득 남편이 있으면 좀 나았으려나 생각도 했고요 .

 

돌아보니, 저는 저대로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어릴 때 취업과 돈벌이에만 매몰되지 않고 

돈도 안 나오고 쌀도 안 나오는 독서를 좋아한 덕분에

여러 풍파를 겪고 위기에 부딪칠 때마다

오히려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려 노력해온 것이

가장 강력한 저를 만들어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살면서 크든 작든 내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밟고서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때로는 반대 성향의 사람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피해보고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나이 들면서 보니 저의 태도가 스스로 가장 흡족할 뿐더러, 주변에서도 도리어 이런 저를 심지 곧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웃기지만, '그래, 내가 틀리지 않았어'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딱히 부유하지도, 딱히 잘나지도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반평생 살아온 내가, 자식 하나 남기질 않았지만, 

나름대로 기여해온 일과 동료애만으로도 괜찮았다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조던피터슨 교수의 쇼츠를 봤는데

사회가 부여한 목표와 한계 안에 저를 가두고 살았다는 섬광 같은 자각을 얻게 됐습니다. 

그래서 내 나이 이미 중년이지만, 체력을 살뜰히 살피면서 

어릴 때보다는 좀 더 지혜로운 모습으로, 지나치게 나를 몰아세우거나 자채하지 않고, 평정을 가지고

좀 더 나은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냥, 너무 일로 힘든 며칠을 보내고 주말을 맞아 잠깐 쉬면서

이렇게나마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해봅니다. 

 

고생했다. 잘살았다. 잘해보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내가 나에게

(오글오글 ^^;;)

IP : 211.59.xxx.13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8.25 5:10 PM (218.53.xxx.110)

    그래도 이런 자각이 90세 가까이 들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않나요? 아직 건강한 신체로 앞으로 더 원하는 삶을 살아내면 되지 않을까요. 힘내세요. 저도요 하이파이브 하고 갑니다!

  • 2. 원글님
    '24.8.25 5:12 PM (223.38.xxx.8)

    글만으로도 너무 매력적이시네요^^

  • 3. ....
    '24.8.25 5:17 PM (112.166.xxx.103)

    꼭 자녀를 낳고 일반적인 가정을 이루지 않더라도
    가족은 의미가 있어요.
    좋은 분 만나서 늦었지만
    가정을 이루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늙으면 더 외로워집니다.
    분명히 남편이 있으면 더 나은 부분이 있어요.
    늦기전에 좋은 분 만나시길

  • 4. ㅇㅇ
    '24.8.25 5:18 PM (211.179.xxx.157)

    고생했다. 잘살았다. 잘해보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내가 나에게

    저도'눈물이 핑 돕니다

  • 5. ㅡㅡㅡ
    '24.8.25 5:18 PM (219.248.xxx.133)

    아. 넘 좋은글. ^^

  • 6.
    '24.8.25 5:32 PM (49.229.xxx.12)

    인생의 정오, 참 좋은 시간이네요. 우리 맛있는 점심 먹고 오후도 알차게
    보내요 :) 저도 79년생 만 45세인데 저희집안 어른들도 장수하셨고 또 저희때는 평균수명이 더 늘어날 걸 생각하면 100세까지 살지 싶어요
    저도 결혼을 안해서 남편 아이 없지만 일도 또 많은 경험도 많이 했어요. 결핍이 있는 만큼 또 풍부한 부분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 시간들이 지금의 저라는 사람을 만들었다 실감하고요.
    앞으로 남은 반나절 중에, 함께 걸어갈 인연을 만날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어느쪽이든 나름대로 좋을 거라 생각해요 한 인생에 어떻게 모든 걸 가질 수 있겠어요. 스스로 믿고 내 힘으로,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가요 우리. 여태까지 그렇게 잘 해왔듯이-

  • 7. 노오글오글
    '24.8.25 5:33 PM (220.85.xxx.165)

    오글오글이라뇨. 잘 살아내겠다는 다짐만으로도 더 잘 살 수 있게 된다고 믿어요. 누군가처럼 돈을 벌고 싶다, 출세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삶을 나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내겠다는 다짐 너무나 귀하고 좋습니다. 우리 꼭 잘 살기로 해요.

  • 8. 오호
    '24.8.25 5:55 PM (169.212.xxx.150)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내가 나에게
    넘 좋아요!
    좋다 친구야!
    진짜로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네요.
    고생했다. 잘살았다. 잘해보자.

  • 9.
    '24.8.25 6:34 PM (106.101.xxx.80)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내가 나에게
    글 너무좋네요. 우리 잘살아봅시다. 잘해봅시다.

  • 10. ..
    '24.8.25 7:32 PM (211.206.xxx.191)

    원글님의 당찬 삶을 응원합니다.

  • 11. 힘내요
    '24.8.25 7:53 PM (106.68.xxx.18)

    남자 사람 내편이 있으니 힘이 되긴 해요
    저나 남친이나 조던 피터슨 팬인데요
    원글님 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시길요

  • 12. 행복
    '24.8.25 8:55 PM (211.234.xxx.54) - 삭제된댓글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도 40대 미혼인데, 좋은 글에는 늘 좋은 댓글들이 함께해서 많이 배우고 느껴요. 저는 늘 저 자신읗 자책하고 학대 해왔던 것 같아요. 가장 친한 친구인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는 잘해보자!사랑해!라고 말하고 다짐합니다. 다시 한번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 13. 행복
    '24.8.25 8:56 PM (211.234.xxx.54)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도 40대 미혼인데, 좋은 글에는 늘 좋은 댓글들이 함께해서 많이 배우고 느껴요. 저는 늘 저 자신을 자책하고 학대 해왔던 것 같아요. 가장 친한 친구인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는 잘해보자!사랑해!라고 말하고 다짐합니다. 다시 한번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18482 강예원 앞트임 복원수술했다는데 14 색즉시공 2024/08/26 5,322
1618481 ‘셀카왕’ 한동훈의 부천 화재 현장 ‘발연기’ 16 2024/08/26 2,999
1618480 직화 돌솥 이 중에서 뭘 살까요. 2 .. 2024/08/26 751
1618479 제가 좋아하는 블로그 8 .. 2024/08/26 2,242
1618478 짜증나고 무기력하고 만사 귀찮은데 3 짜증 2024/08/26 1,425
1618477 영화 트위스터스 인생 최악의 영화예요 24 ........ 2024/08/26 5,151
1618476 월급도 못주는 삼부토건 근황.jpg 19 ㅎㄷㄷㄷ 2024/08/26 6,173
1618475 모임에서 저녁먹고 네명 중 세명이 배탈났어요 13 2024/08/26 4,036
1618474 무릎연골은 소모성이라 재생 안된다는데… 3 ㅡㅡ 2024/08/26 2,702
1618473 부산 사상~하단선 공사장 주변서 잇따른 땅꺼짐에 시민 불안 4 엑스포29표.. 2024/08/26 1,119
1618472 시판 장아찌 간장중 달지않은 제품추천해주세요 7 ... 2024/08/26 879
1618471 경기가 안좋긴 한것같은게 14 리알 2024/08/26 5,976
1618470 가스라이팅이 무언지 궁금하다면 1 .. 2024/08/26 1,775
1618469 소형냉동고 다용도실 수납장안에 설치해도 되나요? 1 음쓰 2024/08/26 495
1618468 친절하고 밝은사람이고 싶은데 주변에서 안도와줘요. 1 .. 2024/08/26 962
1618467 저는 프사 사진 올리는거 너무 좋아요 12 2024/08/26 3,740
1618466 고등1학년 여학생 용돈...씀씀이가 너무헤프고 경제관념이 없어요.. 26 .... 2024/08/26 3,976
1618465 후식으로 과일과 떡 먹고 반성 중.. 9 오늘 2024/08/26 1,664
1618464 8/26(월) 마감시황 나미옹 2024/08/26 424
1618463 남편이 현금 사용을 많이 하는데요 18 2024/08/26 5,949
1618462 1세대 실비는 해외의료비가 일부 나오네요. 4 주디 2024/08/26 1,462
1618461 쳇지피티에게 82쿡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23 ㅋㅋ 2024/08/26 5,858
1618460 방문진 이사 임명 집행정지 인용 해석... 3 지하철 2024/08/26 1,079
1618459 회사 경비로 뭐 먹는거에 진심인 직원 10 ** 2024/08/26 3,213
1618458 요즘 34평 몇인치 티비 사야 해요? 20 2024/08/26 2,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