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5살 아이 덕분에 절 다시 되돌아봤어요(제목수정)

.. 조회수 : 2,579
작성일 : 2024-08-20 00:12:43

아이와 실랑이가 있었어요

밤잠 준비하기 전에요

그리고 아이가 감정이 올라와서

잘못된 행동을 보여서 타이르는데

그 과정에 자기도 억울함이 있었는지

근엄진지 한 목소리.표정으로

절 집중시켰어요

 

엄마 아니~~!!  잠깐 내 말도 좀 들어봐

왜 엄마는 내 말은 안듣고 맨날 그래

 

말하기 시작하길래 천천히 얘기해보라고 했어요

 

엄마는 왜 다 안돼라고 해?

그리고 아빠가 예쁜옷 사준다는데

왜 안돼 싫다고만  해?

예쁜옷 좋아 하면 되잖아

왜 아빠가 나 티비보여주면 화만 내?

왜 할머니한테 말을 안예쁘게 하고..

할머니가 어른인데 왜 맨날 안된다하고

하지말라고 해?

내가 오리 놀이터 물놀이터라고 하고

할머니도 맞다고 그러는데

왜 아니라고 해? 할머니도 맞다고 하는데..

왜 자꾸 엄마는 아니야 하는거야

엄마는 나빠. 미운아이야..

나 다 알아. 다 귓가로 들었고 다 알아

아빠 엄마 싸운것도 다 알아

아빠랑 엄마랑 할머니 우리 가족

다 사랑해야는데 왜 화를 내고 맨날 안된다고 해?

엄마 미운아이야 정말 나빠

우리가족 다 행복하고 사랑해야지이!!!

잘못하는건 고치면 되잖아

나도 엄마도 고치면 되는거잖아!!

 

아이가 진짜 맺힌거 풀어내듯이 20분 가까이

쉼없이 얘기하더라구요

 

아이가 저렇게 다 느끼고 생각했다는걸

직접 두 귀로 듣고 생생하게 아이 감정을

전달받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어제 남편이랑 좀 다퉜거든요

전 아이한테 감정을 전달하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그게 아니었나봐요

 

그리고 또 놀라운게

엄마 껌딱지이고 엄마랑 거의 둘이서만 놀이하는데

아이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아빠지만

가끔 티비 켜주고 방으로 들어가는 아빠..

아빠를 좋아하고 아끼는구나 느꼈어요

 

남편이 가끔씩 재미삼아 무슨 이상한 옷?

자기맘대로 주문하는데..그럼 제가

왜 또 샀냐? 그런식의 대화가 아이는

엄마가 아빠의 선물에 왜 화내고 고마워하지

않는건지 이상하고 나쁘다고 생각했나봐요

 

근데 아이 말 듣고보니

제가 뭔가 혼자만의 기준으로 이 가정에서

꽤나 억압.통제를 해왔구나 느꼈어요

진짜 큰 한 방 ..맞은 기분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이가 속마음을 다 표현해주고

바라는바도 말해주어서 너무 너무 고맙다고 했어요

 

그리고 제 저 심연에 육아.집안일. 아이성장 등

전반에 무관심인 남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분노. 원망. 무시 같은게 깔려 있어서

나왔던 언행들에 있었을텐데..

아이가 마냥 해맑은게 아니고 벌써 아니

진즉?  언제부터 이렇게 다 느끼고 알았던걸까..

진짜 너무 맘이 아프네요

 

아이는 아까 그 시간..속이 뻥 뚫렸던건지

갑자기 자기 전까지 평소보다 엄청 의젓해졌어요

자기도 이제 안아달라고 떼 쓰지 않을거라고

말하기도 하구요

뭔가 아이가 편안한 모습이에요..

 

전 생각보다 쉬운 사람이네요

오늘 남편..생각하면서 너무 답답하고 그랬는데

아이의 뼈 때리는 얘기듣고

그냥 딱 모든게 정리됐어요

나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내가 답이 아닌게 부지기수이다

노력하자....

저 예쁜 아이에게 즐겁고 씩씩한 엄마이고

세상 든든한 편인 엄마가 되어주자..

 

아이와 맞이할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물론 뭐 내일이라고 크게 달라질건 없지만

이렇게 똑부러지게 말하는 아이 덕분에

저도 더 정신 가다듬고 홧팅해야겠어요

IP : 211.204.xxx.22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감
    '24.8.20 12:40 AM (180.80.xxx.173)

    8살 엄마 공감하고 지나갑니다.
    아이 키우면서 제가 많이 배우고, 다듬어지고 있어요.
    다시 힘내서 함께 화이팅합시다!!

  • 2. 자식은
    '24.8.20 12:40 AM (211.206.xxx.191)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잖아요.
    원글님도 성찰할 줄 아는 훌륭한 엄마예요.
    남펀에게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진심을 전해보세요.
    아빠들은 냅두는 게 육아더라고요.
    그러다보면 엄마 혼자 종종거리며 고군분투 하다가 폭발하죠.
    **이와 함께 성장하는 가족이 되고 싶으니 육아나 살림 어느 부분을 콕 집어
    영역을 놔눠 주고 터치 하지 마세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아빠 몫으로 스스로 꾸려 가게.

  • 3. ...
    '24.8.20 12:41 AM (112.153.xxx.239) - 삭제된댓글

    저도 요즘 느끼는게 자식은 부모한테 잘못한게 없어요.
    근데 부모는 너무 많은 잘못들을 자식들한테 해요.

  • 4. 쯔이
    '24.8.20 12:47 AM (182.218.xxx.63)

    성찰할 줄 아는 멋진 엄마와 똑부러지는 멋진 자녀네요.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정말 중요한 장면이었으리라 생각되어요. 아이의 말 이면의 마음을 받아주고 존중해주신 모습을 본받아야겠어요.

  • 5. 사랑스런 아가들
    '24.8.20 1:21 AM (112.169.xxx.67)

    아이들은 매일 부모를 용서한대요
    저는 이제 60대라 장성한 자녀들을 두고 있지만 걔들이 자라면서 불완전한 저를 매일 용서했을거라 생각하니 정말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부모도 사람인지라 알게 모르게 많은 잘못을 저지르지요
    그러나 자녀의 말에 귀기울여주시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줄 아시는 님이야말로 좋은 엄마이십니다

  • 6.
    '24.8.20 1:59 AM (58.76.xxx.65)

    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야 된다고
    하네요 저도 매일 반성합니다
    사랑스럽고 건강하게 자라길 기도합니다

  • 7. ...
    '24.8.20 11:56 AM (118.235.xxx.91)

    아이들이 다 보고 있다!
    자기 느낀 걸 얘기하는 아이는 왠지 잘 자랐고 잘 자라날 거 같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17977 초등저학년 친구 관계 4 어려워요 2024/08/25 1,050
1617976 티비없는 집 9 거실 2024/08/25 1,628
1617975 작가가 너무 해요. 정자 vs 은환 2 사랑과야망 2024/08/25 2,094
1617974 열무김치에 멸치액젓 or새우젓 어떤걸로 하나요? 17 열무김치 레.. 2024/08/25 1,989
1617973 여름이 더우면 겨울이 춥나요? 올 겨울 어떨까요? 4 겨울 2024/08/25 1,890
1617972 흡연과 음주는 7 2024/08/25 1,029
1617971 여기서 정윤희 얘기 많이 해서 찾아봤는데 20 .. 2024/08/25 6,646
1617970 혼자 하는 여행(?) 11 하하하 2024/08/25 3,703
1617969 요즘 사람들이 많이 쓰는 섬유유연제 같은 데 향수 느낌 5 ㅇㄹㄹ 2024/08/25 2,670
1617968 혹시 자제분 축구 시키신 학부모님 계신가요? 3 ㅇㅇ 2024/08/25 973
1617967 삼자가 소개팅해준다고 하면 당사자가 거절하네요 1 지인 2024/08/25 1,246
1617966 여름에 걷기 안하다가 요새 다시 하시나요 16 날씨 2024/08/25 3,913
1617965 흡인성 폐렴 회복기간이 궁금해요 4 ... 2024/08/25 1,066
1617964 모임에서 당분간 단톡은 공지글만 확인하자네요. 7 .... 2024/08/25 2,075
1617963 빠른시간내에 얼굴 환해지는 팁~~ 10 이런 2024/08/25 5,810
1617962 항복 서명하는 일본 대표가 다리를 저는 이유 9 대한돌립 만.. 2024/08/25 2,056
1617961 당뇨는 식단과 운동이 맞네요 7 .. 2024/08/25 4,264
1617960 마트 온라인 주문으로 황도를 주문했는데요 3 dd 2024/08/25 1,595
1617959 이럴경우에 퇴사 사유를 뭐라하면 좋을까요? 4 ㅇㅇ 2024/08/25 1,605
1617958 시간흘렀다고 잊은줄 알고 거짓말하는 인간들 3 ㅇㅇ 2024/08/25 1,888
1617957 8월 마지막 토요일 봉하마을 음악회 가시는 분 계신가요? 4 갈까? 2024/08/25 589
1617956 오랜 만에 탁구장에 처음 가는데 2 .. 2024/08/25 972
1617955 구매확정 할까요, 말까요..어제 홈쇼핑 보다 메디큐브 울트라튠 .. 13 대박났다 2024/08/25 4,227
1617954 얼굴 아무곳이나 지압해주면 좋나요? 2 괄사 2024/08/25 1,580
1617953 오아시스 재결합썰이 도네요 3 ㅁㅁ 2024/08/25 6,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