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티즈를 떠나 보내며2

마티즈 조회수 : 2,332
작성일 : 2024-08-12 23:01:26

 

 

그러던 어느날 회사를 은퇴한 친오빠가 이제 오빠는 차를 쓸 일이 없다며 오빠의 차를

가져가라고 했다.

 

 

오빠 차라고 하면 2년전 선생님을 만나러 갈 때 성공하지도 못한 주제에

너무 없어보일 것을 염려한 내가 하루만 빌려서 타고 가고 싶었던 바로 그 차였다.

 

 

그런데 뜬금 남편이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마티즈를 앞으로 십년은 더 타겠다는 말을

노래처럼 하더니 갑자기 나에게 외제차를 사 주려고 하고 있었다며 더이상 중고차는

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벤츠를 사 주겠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무슨 벤츠를. 그러니까 언제 벤츠를. 무슨 돈으로 벤츠를.

 

 

둘이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차를 가져가라고.

제발 그 마티즈를 이제 버리라며. 오빠가 차를 가져가라고 했다. 

 

 

오빠의 차는 2010년형 풀옵션의 k7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전화가 와서 오랫만에 다시 한번 모여 식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2년전 오빠차를 빌려서 한번만 타고 갔다 오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어디엔가 신이 있다 나의 소원을 들었던 것일까. 나는 착하게 살아왔던 것일까.

 

 

나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남편에게 당장 오빠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 

 

 

선생님과 약속한 시간에 그 차를 타고 갈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하자 남편은 이전을 하고 세금을 내고 보험을 들고 

세차를 하고 차를 지하주차장에 가져왔는데 시험운전을 해 볼 시간도 없이

바로 그 차를 타고 선생님과의 약속 장소로 가게 되었다

 

 

 

남편은 너무 걱정을 하며 당신같이 길눈이 어둡고 운전을 어설프게 하는 사람이 새 차를 타고

이 저녁에 부산에 나간다는게 말이 되냐며. 돌아올 때는 밤이 될텐데. 그냥 옆구리 크게 나간

우리집 소나타를 타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우리집 2005년형 소나타는

지금 운전석 옆에 테두리까지 다 떨어져 나가 없어보이는 최절정인데 . 거기다가

이번에는 식당 바로 옆에 주차를 한다고. 나는 k7을 타고 갈 거라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다 볼 거란 말이야.

 

 

 

그 날 나는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겉옷을 입고 스카프를 하고 언제나 외출할 때는 미용실에

들러서 머리를 만지고 나가던 엄마처럼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음 침착해 풋브레이크? 이런 건 처음 보는데 아 떨려

 

 

그런데 시동을 걸자 햇빛가리개가 촤르르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뒷좌석의 유리를 다 가려버려서

뒤가 하나도 안 보이는데

 

 

일단 출발

 

 

그래서 길눈이 어둡고 운전을 못하고 순발력이 떨어지며 사실은 겁이 많고 고속도로에

나가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나는 갑자기 뒷유리를 햇빛가리개가 다 막아버려 하나도 보이지 않는 k7을 타고 어두운 밤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 햇빛가리개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어서

차가 신호를 받고 멈출 때마다 도대체 무엇을 만져야 저 가리개가 다시 촤르르 내려갈까

고민하였지만 결국 약속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그 촤르르의 버튼을 찾지 못했다.

 

 

 

약속장소는 대형식당이었는데 주차장이 따로 있었다. 나는 주차장에 갔는데 주차장 직원이

차를 받으며 나에게 <사모님>이라고 했다. 마티즈를 15년 타고 소나타를 2년간 타며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 아니던가. 나는 감격하며 덜덜 떨며(드디어 운전이 끝나 긴장이 풀려)

차의 시동을 껐는데 드디어 그 거슬리던 햇빛가리개가 촤르르 하며 내려갔다.

 

 

 

따뜻한 바람이 부는 겨울밤이었다. 나는 내 삶에 쌓여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쩌면 별 문제들이 아닐 수 있는 문제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남편은 건강하고 열심히 일하고

아이는 잘 자라고 있었다. 불평을 하면 안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는 일은 왜 이렇게 고단하지

하고 나는 밤하늘을 보면서 생각했다. 시어머니와 시집식구들에 대한 생각을 했고

그 모든 부당함이나 불평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나 하나만 참으면 되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다. 가슴에 올려진 돌덩어리 같은 무거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문을 열고 아이처럼 선생님과 친구들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열두살인 것 처럼.

얘들아. 선생님. 나는 식당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티즈를 떠나보내며2부 끝

 

 

 

 

IP : 211.203.xxx.17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8.12 11:07 PM (1.244.xxx.34) - 삭제된댓글

    재밌어요!!!

    저도 마티즈를 떠난 보낸 경험이 있어요^^

  • 2.
    '24.8.12 11:17 PM (59.17.xxx.179)

    추억의 마티즈

  • 3. 어머
    '24.8.12 11:24 PM (61.254.xxx.115)

    너무 재밌어요~~돌아오는 길도 써주실건가요?^^

  • 4. ㅋㅋㅋㅋㅋㅋ
    '24.8.12 11:31 PM (1.236.xxx.93)

    옆구리나간 소나타 ㅋㅋㅋㅋㅋ
    촤르르 햇빛가리개 ㅋㅋㅋㅋㅋ
    2년전 오빠차를 빌려서 한번만 타고 갔다 오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어디엔가 신이 있다 나의 소원을 들었던 것일까. 나는 착하게 살아왔던 것일까.
    나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남편에게 당장 오빠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
    —————-
    재밌스요~ 3부 마티즈 기대됩니다

  • 5. ㅋㅋㅋ
    '24.8.12 11:55 PM (70.24.xxx.69)

    난 또 강아지인줄 알았네~~ㅋㅋㅋ

  • 6.
    '24.8.12 11:56 PM (210.205.xxx.40)

    껄껄 글좀 쓰시는군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7. 헬로키티
    '24.8.13 12:18 AM (182.231.xxx.222)

    글솜씨가 뛰어나십니다.

  • 8. 꿀잠
    '24.8.13 12:40 AM (58.29.xxx.194)

    꺅꺅 너무 재밌음. 언니 작가 데뷔하세요

  • 9. ...
    '24.8.13 12:46 AM (108.20.xxx.186)

    원글님의 글이 좋아요. 좋아서 1편도 찾아보고 왔어요.
    세세하게 묘사한 앞 부분도 좋고, 길게 말하지 않음으로 보여준 뒷부분도 좋아요.

    르 클레지오 단편의 마지막 부분 같았어요.

  • 10. 건강
    '24.8.13 1:27 AM (101.235.xxx.94)

    오~~좋아요

    //어디엔가 신이 있다
    나의 소원을 들었던 것일까.
    나는 착하게 살아왔던 것일까//

  • 11. 여기
    '24.8.13 4:23 AM (125.185.xxx.27) - 삭제된댓글

    올려서 검증 받는건가요? 잘쓴건지 못ㅆㄴ건지

  • 12. 어쩌면
    '24.8.13 8:37 AM (221.143.xxx.19)

    저도 곧 보낼지도 모르는데.. 마티즈.. ㅠ 너무 잼나게 읽고있습니다~~

  • 13. 일단 출발
    '24.8.13 9:58 AM (121.88.xxx.132)

    2탄도 순식간에 읽었어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ㅋㅋㅋ

  • 14. ..
    '24.8.13 12:49 PM (223.39.xxx.248)

    재밌긴한데 나는 왜 님 남편이 답답할까요
    어휴!

  • 15. 쏘나타
    '24.8.13 4:12 PM (58.235.xxx.119) - 삭제된댓글

    저는 네살 어린 쏘나타 그만 보내줄려했는데
    주식도 반토막이니 더 타야겠어요.
    글을 잘 쓰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1786 심정지 여대생, 100m거리 응급실서 "오지 마세요&q.. 25 어쩌나이일을.. 2024/09/05 6,156
1621785 나솔 영자 손찌검버릇? 7 2024/09/05 4,395
1621784 따라쟁이 김건x 1 ㄱㄴ 2024/09/05 1,273
1621783 빈혈인데요 어찌해야 수치가 오를까요? 16 x 2024/09/05 1,804
1621782 제가 번 돈만 제 돈이라고 생각해요 14 .. 2024/09/05 3,606
1621781 대통령실 솔직하네요. 칭찬합니다. 11 ... 2024/09/05 5,431
1621780 와 82 12년전 옛날글 보고 너무 슬프네요 17 ........ 2024/09/05 2,439
1621779 옷 버리는거 1 2024/09/05 1,509
1621778 매일 버립니다 3 6 ........ 2024/09/05 2,462
1621777 수시 합격 발표 후 면접 점수 알 수 있나요? 7 ... 2024/09/05 867
1621776 응급실 마비는 정말 무서운 상황 아닌가요 36 ㅠㅠ 2024/09/05 3,077
1621775 세상 젤 쓸데없는게 친척인데 4 ,,, 2024/09/05 2,569
1621774 대통령실 ..공천 개입설에 “무슨 공천개입이냐” 반발 9 ... 2024/09/05 978
1621773 베라 다방커피 3 베라 2024/09/05 1,269
1621772 의사 많이 뽑는게 뭐가 나쁘다는건지 58 ㅇㅇㅇ 2024/09/05 4,124
1621771 응급실 근무 모른 채 파견된 군의관들, 다시 돌아갔다 17 단독기사 2024/09/05 3,290
1621770 '독도' 다시 쓰랬더니, '안중근' 지운 국방부 7 .. 2024/09/05 1,071
1621769 살기힘들구나 2 지겹다 2024/09/05 1,505
1621768 아몬드 가루로 베이킹하시는 분 계세요? 4 ㅇㅇ 2024/09/05 1,329
1621767 떠나가기 아쉽지만 작별인사 올립니다 67 .... 2024/09/05 21,699
1621766 학군지에서 문제학생 쫓아내는 방법 26 .. 2024/09/05 4,976
1621765 이렇게 대화하는 사람 어떤가요? 8 이렇게 2024/09/05 1,976
1621764 누래지고 이염된흰옷 자세히 알려주세요ㅜㅜ 3 ㅜㅜ 2024/09/05 1,388
1621763 요즘은 입술 시원한 플럼프 립이 많이 나와서 좋아요 1 ... 2024/09/05 1,004
1621762 포항 여행 질문드려요 10 질문 2024/09/05 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