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에 비해 말도 느리고, 3세 넘어서까지 배변훈련이 되지 않았습니다.
반향어로 말이 틔였고, 챈트같이 문장 외워서 말하는건 잘 했는데
물 먹을래? 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이 네 가 아니라
물 먹을래. 처럼 따라하는 말이었죠.
저는 그래도 아주 어릴때에 비해서는 의사소통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24개월부터 1년동안 다녔던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일반적인것 같지 않다 하여
만3돌에 소아정신과 검사를 받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의사선생님께서 아이 주의를 끌려 풍선을 불어서 묶지 않고 바람빠지게 날렸는데
아이가 쳐다도 안보더라구요. 그때 엄청 충격 받았던 것 같아요.
보호자가 하는 자폐 척도 검사에서는 중증 자폐 점수가 나왔어요.
특정소리에 민감함 - 헤어드라이기 소리, 청소기 소리, 혹은 특정 악기 소리를 못견뎌 했고,
줄세우기 놀이를 즐기고, 의미없는 손 팔랑거림, 눈 맞춤 안됨 뭐 이런 것들이 기억나네요.
그런데 임상병리사와 한 검사에서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나봐요.
다만 지능검사시 편차가 좀 있고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의심 소견 및 감통치료를 권유받았죠.
병원이랑은 꽤 거리가 있어 집 근처 사설 기관에서 사회성 관련 놀이치료를 받았고,
병원은 더 이상 가지 않고 종료했는데 (저는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이야기를 들을까 무서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조용한 아이로 학교생활 하고 있어요. (초등 고학년입니다)
물론 대인관계가 여전히 아주 훌륭하진 못하고, 아직 애착 담요를 가지고 다니며 종종 쓰다듬으며
엄마나 선생님 목소리만 낮아져도 금새 긴장하는, 금쪽이에 자주 등장하는 긴장도 높은 아이이지만
주변에서 봤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바로 느껴지는 포인트 없이 무난하게 지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아이 두 돌 즈음 제가 우울증을 심하게 겪어 처음으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두 돌이면 어린이집 보내기 딱 좋을 때라고 강하게 권하셔서 자리 있는 곳에 보냈거든요. 근데 그 곳에서 거의 1년동안 친구들과 상호작용 없이 지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아이가 이상한게 내 탓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했었고, 아이가 자폐이면 고생할 내 미래가 슬퍼서도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며칠 전, 아이 만5세때 찍은 동영상을 우연히 보았는데 아이가 신나서 소리지르는 모습이 되게 병적으로 보이더군요. 당시엔 그렇게 못 느꼈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또 현재의 모습이 다르게 보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남편은 아이가 검사받는 것 부터 반대였어요.
어릴 때 이웃에 맨날 소리만 빽빽 지르던 오누이가 있었는데 현재 둘 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는거죠. 그냥 유아적 특성이라고.
아이에게 개입하지 않았어도 이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괜찮아 졌을까 하는 의문은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지능이 낮지 않아 사회화를 학습한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비슷한 경험 하신 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