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학원에서 시키는 공부만하고 나머지는 안하는 아드님, 요즘 방학에 집에 끼고 있는데, 너무 해맑게 놀기만 하는 모습 보니 힘드네요. 늦잠 주무시다가 올림픽 보시다가 친구랑 인스타하다가 급하게 밀려서 숙제를 해야하면, "수학 하기 싫다, 영어하기 싫다, 한국 사람이 영어는 왜 해야하냐..."고 짜증과 화를 30분 먼저 내고 20분 정도 공부하다 또 놀아요.
티브이 앞에 앉아서 올림픽 보다, 프로야구 보다, 채널 계속 돌려대는 통에 거실에 앉아만 있어도 정신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또 친구 만나러 나간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걱정되니, 아들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에요. 주변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방학이래도 공부 안하고 다 놀기만 해요.
공부 별로 잘할 필요가 없대요.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대요. 그럼 글도 잘 써야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한다...라고 조언해주고, <시사In>에 실린 스포츠 칼럼 좀 읽어보라고 건네 줘도 안 읽어요. 문자 매체 자체에 대한 거부증 부터 극복해야 기자건 뭐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즉각적으로 재미있고 도파민 나오는 거 아니면, 그 어떤 것도 하기 싫어해요.
이런 아들, 딱 국-영-수 세 과목만 학원 보내는데, 사교육 많이 시키는 집이야 우스운 돈이겠지만, 둘째도 있고 노후도 준비해야하는데, 솔직히 학원비가 너무 아까워요ㅜㅜ 돈이라는 게 쓰면 쓰는 보람이 있어야하는데, 그냥 학원비는 날라가는 돈인 것 같구요. 그나마도 학원이라도 다니니까 숙제라도 하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보내고 있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네요.
제가 클 때야 평범한 아이 키우면서 드는 돈이 없으니 평범한 아이도 그럭저럭 편한 마음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평범한 아이들에게 드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으니 부모로서 여유를 느끼기가 참 힘드네요. 안 아프고, 학교에서 사고 안치고, 착한 친구들과 놀기만해줘도 고맙다... 이쁘다.. 이런 마음으로 키우고 싶은데, 그럴 마음의, 더 정확히는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마음이 불편하네요.
아들에게 이런저런 말해봤자, 듣지 않으니 그냥 여기 속 풀어 봤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