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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지하철 봉변

아이스 아메리카노 조회수 : 3,056
작성일 : 2024-08-02 10:06:14

한 이십년 전 쯤이네요.
남편이 하던 사업이 망해서^^;; 일산끝 탄현으로 이사를 갔었어요.
아이들이 한 살,다섯 살 이었고 
전에 알던 지인 소개로 강남역에 있는 직장에 다니게 되었어요.
아침 일곱시에 업무시작하는 곳이어서
새벽 네시반에는 깨서 출근 준비해야 대화역에서 다섯시 십오분에 출발하는 첫차를 탈 수 있었어요.
대화역에 새벽에 도착하면
전철이 모든 문을 개방하고 첫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럼 반쯤 뜬 눈으로 겨우겨우 의자에 앉아 바로 잠이 들어버렸어요
가끔 눈 감은채 귀를 열면.. 겨우 구파발, 약수...
간신히 교대에서 일어나 환승을 햇죠..
두시간 정도 걸려 출근을 하고, 두시간 걸려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해 아이들 케어하고 살림하고...
사업이 망해버린 터라 도우미를 쓸 생각도 못하고
하루 네시간 정도 자면서 일했어요..
지갑에는 만원짜리 한 장이 들어있는 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어느날인가..
퇴근길에 일곱명이 앉는 자리 제일 끝에 자리를 잡고 졸고있었어요.
퇴근길이니 다리도 아프고 잠이 부족하니 앉자마자 잠이 쏟아지더라구요..
원래 예민한 편이라
잠귀도 밝고 집에서도 선잠을 잘 자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아마 곯아떨어진 모양이예요
분명히 제가 앉았을때 자리가 서너개 있었고 서있는 분이 없었거든요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아프더라구요
누군가 제 어깨를 무언가로 내리친 것처럼...
눈을 떠보니 왠 할아버지 한 분이 제 앞에 서서 지팡이를 들고 계시더라구요
"젊은게 ... 자는 척 하고... 할머니가...."
주위를 둘러보니 왠 할머니가 제 옆(문 앞,,, 기둥을 붙잡고)에 쪼그리고 앉아계시는 거예요
아마도
할머니가 제 옆에 다리아파서 쪼그리고 앉으신것 같고
왠 할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제가 자는척 하는것 같으니 정의실현(?)을 하신다고
지팡이로 저를 내리친것 같더라구요..
그 상황에서 할머니는 아이구 다리야.. 허리야 그러고 있고
저는 그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주섬주섬 가방챙기고 다음역에 내려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전철칸에 서있던 사람은 할아버지 한분이었고
나 말고도 다른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정말 지쳐서 자고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집에가서
 " 오늘 내가 아주 괘씸한 아줌마를 혼내줬어"
" 요즘 젊은 것들은 못쓰겠어" 하면서 자기를 정당화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살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가장 어이없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전철이든 버스든 지쳐 조는 젊은 사람들 보면 그날, 그무렵의 제가 떠오릅니다

 

IP : 211.38.xxx.14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이구
    '24.8.2 10:10 AM (58.120.xxx.112)

    화 많은 노인들이 많더라고요
    그 시절의 원글님이 안쓰럽네요 ㅠㅠ
    지금은 꼭 편안한 삶을 살고 계시길 바랍니다

  • 2. ......
    '24.8.2 10:14 AM (106.101.xxx.138)

    옛날에는 더 무례했었죠
    노인들 수준이 참....얼마나 놀라고 아프셨을까요
    저는 삼십년전에 지하철 벤치에서 갑자기 무릎을 더듬으면서 어디 만져나보자했던 늙은이 생생하게 기억해요 어딜만져요?하고 소리지르니 닳는것도 아니고 허참 하고 가버리던 미친늙은이...

  • 3. ㅇㅇㅇ
    '24.8.2 10:22 AM (122.35.xxx.139) - 삭제된댓글

    약해보이는 여자가 타겟이겠죠
    더 젊고 튼튼해 보이는 남자가 그자리에 앉았어도
    그리했을까요
    다음부터는 아앜ㅡ하고 어깨 만지면서 쓰러지세요
    신고해서 금융치료 받아야죠
    그리고 그노인 지금 죽었을겁니다

  • 4. 호호
    '24.8.2 10:24 AM (110.70.xxx.135)

    나는 전철에서 눈감고 가는데
    발이 아픈거예요
    뭐지하며 눈뜨니 어떤할머니가
    내발등을 밟고 있더라구요
    내옆에 다젊은이들이었늗데
    왜 나한테??
    너무얄미워 안일어나려다 일어났네요
    정말 꾀보할머니
    엄청 복잡한전철서 내양다리 를
    자기 다리사이에 끼운채 서가던 아저씨
    옆승객이 다리를 빼주셔야죠하니
    너무복잡해 자기도 어쩔수없다고
    그땐너무어려서 다리를 좌석위로 올릴걸
    후회가

  • 5. 하하
    '24.8.2 10:40 AM (106.244.xxx.134)

    저도 20여 년 전에 똑같은 경험 했어요. 그때 만삭이어서 노약자석에 앉았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저보고 일어나라고 그러는 거예요. 근데 제 앞쪽 노약자석에는 40대 남자가 자고 있었거든요? 그 남자한테는 아무 말 못하고 만삭 임부인 저한테 와서 큰소리 친 거죠.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요. 그때부터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절대 노약자석에 앉지 않고, 일반석에 앉게 되면 할아버지한테 자리 양보 안 해요.

  • 6. ...
    '24.8.2 10:42 AM (118.235.xxx.114)

    저도 겪은 적 있어요
    전 아줌마가 저 자는데 확 잡아채 일으켜 세우고 할머니에게 자리 드리더라고요
    의자에 앉아서 잤는데 눈 떠보니까 제가 서있었어요
    제가 이틀밤 샌 상태라 선 상태로 졸다가 무릎이 확 꺾여서 넘어질 뻔 했어요
    그 아줌마도 자기가 정의구현 했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 7. ㅇㅇ
    '24.8.2 10:44 AM (112.150.xxx.31)

    저도 이십년전 출퇴근할때
    대회역에서 삼성역까지 지하철타고다닐때
    노인들이 아주 당연히 저보고 일어나라고 하시는경우 진짜 많았어요.
    주위에 이삼십대 앉아있는 남자들 많아도
    꼭 이십년 여자들 타겟으로 골라서 일어나라고
    싸가지없다고 하는 노인들 많았어요

  • 8. gma
    '24.8.2 11:36 AM (221.145.xxx.192)

    임신했을 때, 1호선 안양까지 타고 오가며 일했는데 어느날 졸고 있는데 누가 지팡이로 제 무릎을 툭 툭 치더군요.
    할아버지가 저보고 일어 나라고...그땐 기운도 없고 젊어서 그냥 일어 았었어요
    만삭인데도 대체로 자리 양보도 안해 주던 날들. 그래서인지 아이를 보름여 일찍 낳았어요.

  • 9. 저도!
    '24.8.2 12:28 PM (121.136.xxx.119)

    20여년전
    수원에서 종로까지 출퇴근하느라
    매일 새벽에 일어나 잠 모자라던때였는데
    토요일 오후 퇴근해서 지하철에 앉아 졸며가고있는데..
    누가 저를 흔들길래 놀라서 벌떡 일어났는데
    앞에 서있던 할머니가 저 흔들어깨우고
    자기가 앉았던거였어요.
    진짜 황당

  • 10.
    '24.8.2 12:48 PM (115.138.xxx.107)

    20년전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에게
    자리양보하는게 너무나 당연시되던 시절이었으니
    무례한 노인들 많았죠
    그러나 요즘은 젊은이들은 앞에 노인들 서있어도 자리 양보할 생각 전혀 안하고
    노인들도 세태에 순응하여 그러려니 포기하고 가는 분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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