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 (김영하)

음.. 조회수 : 8,036
작성일 : 2024-07-28 12:20:49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어떤 학생 중에 이런 학생들이 있었죠.

어렸을 때 엄마 아빠와 같이 

남해안 바닷가에 놀러 갔던 경험을 얘기하는

그런 학생이 있었어요.

또 어떤 학생은 그거 말고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경험이라든가

행복했던 어떤 순간들이 사람마다 있어요.

 

그런데 처음에 학생들에게 그것을 써보라고 하면

학생들이 대부분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씁니다.

저기 내가 걸아가고 있고 누구를 만났고

바다에 들어갔는데 멀리 구름이 떠 있었고

엄마 아빠가 사건 중심이죠.

엄마 아빠가 매운탕을 끓였는데 맛있었고 이렇게 씁니다.

 

그런데 제가 오감을 이용해서 쓰라고 하면

학생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하지만 곧 적응하죠.

어떤 거냐면 이런 거예요.

멀리 바닷가에 갈매기가 떠 있는데

갈매기가 끼룩끼룩 우는 소리를 들었고

바다에 들어갔을 때

물이 종아리에 닿는 느낌이 차가웠고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니 

해초가 내 발을 핥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자 내 동생이 와서 나를 물에 집어넣었고

그때 마셨던 바닷물이 아루 짰다는 거예요.

 

학생들에게 이 글쓰기를 시켜보면

학생들이 정말 몰입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나중에는 그때 경험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버려요.

 

그냥 시각을 이용했을 때와는 다릅니다.

이렇게 감각이 경험과 이어지는데요.

이 경험이 예술 행위, 글쓰기 같은 행위를 통해서

우리의 감각을 더 일깨울 수 있어요.

그래서 이 글쓰기를 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그 뒤에는 일상을 살아갈 때도

다섯 가지 감각을 다 떠올린다는 거예요.

 

이렇게 감성 근육을 조금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육체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살이 잘 안 찐다고 하잖아요.

감성 근육이 발달한 사람 역시

더 많은 것을 느끼면서도

정신이 그렇게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잘 느낀다는 건 그렇다면 왜 중요할까요.

안 느끼면 되잖아요 바쁜데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잘 느끼는 사람은 남의 의견에 잘 휘둘리지 않아요.

자기 느낌이 있잖아요.

이 느낌이라는 것은 우리가 지식으로 아는 것과 다릅니다.

내가 정말 느꼈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하게 그것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와인을 전문적으로 테이스팅 하는 사람들은

대중의 의견을 듣고 와인을 고르지 않겠죠.

마찬가지로 평생 음악을 사랑하고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자기 취향이 생기죠.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 별점 보고 콘서트 가고 그러지 않아요.

 

저 역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고를 때

별점이라든가 리뷰를 거의 보지 않아요.

왜냐하면 저는 한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작가가 저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었다면

그것을 기억하면 돼요.

그러면 그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내면 그것을 삽니다.

그런데 그 작가가 저를 실망시키면

역시 그것은 제 몸에 제 육체에 새겨집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쌓이고

저는 이것을 '느낌의 데이터베이스'라고 부르는데요

자기 느낌의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한 사람은

대단히 확고한 의견을 갖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까 제가 말씀드린

집단의 의견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것입니다.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인데

정말 공감하게 되네요.

 

부자는 어떤하다 저떤하다

는 글을 보면서

자기 '느낌의 데이타베이스' 없이

자기 감각을 오직 시각적인 걸로만

꽉~채워서 

거기에 주인공은 내 자신이 아닌

부자들이 주인공인

그런 것만 보다보면

내 자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게 되는 걸까 싶어요.

 

나는 없고 부자들만 있는 세상에서

나는 투명인간처럼 그 세상을 관찰하면서 

사는 거죠.

 

내가 주인공이 아닌 그냥 투명인간 관찰자로

내 자신을 그렇게 방치해 두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번 해 봅니다.

 

 

 

IP : 121.141.xxx.68
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oo
    '24.7.28 12:22 PM (211.108.xxx.164)

    공감합니다

  • 2. 오오
    '24.7.28 12:23 PM (222.100.xxx.51)

    좋은 글이에요
    제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확실하게 정리해주어서 퐉 하고 가슴팍에 안겨지는 느낌.
    고맙습니다

  • 3.
    '24.7.28 12:29 PM (116.121.xxx.181)

    좋은 글이네요. 김영하의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 저장합니다.

  • 4. 00
    '24.7.28 12:33 PM (118.235.xxx.37)

    김영하님 좋은 글 저장해두고 볼게요
    더불어 원글님의 코멘트도 좋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5. ……
    '24.7.28 12:33 PM (210.223.xxx.229)

    좋은 내용이네요 ..
    감사합니다

  • 6. ...
    '24.7.28 12:34 PM (211.234.xxx.248)

    좋은 글 감사해요. 오감으로 느끼며 일상을 살아야겠네요.

  • 7. 감사해요
    '24.7.28 12:35 PM (118.235.xxx.200)

    좋은 인용 좋은 글
    역시 82님 체고체고

  • 8. 평소
    '24.7.28 12:36 PM (175.125.xxx.7)

    생각했던거랑 비슷해요.
    더 나에게 집중해야겠어요.

  • 9. 감사
    '24.7.28 12:36 PM (180.228.xxx.213)

    계속 읽어볼 좋은글이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10. 좋은글
    '24.7.28 12:39 PM (125.137.xxx.77)

    기억하며 살아야겠어요

  • 11. 원글님
    '24.7.28 12:43 PM (180.69.xxx.101)

    좋은 생각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12. 저도
    '24.7.28 12:50 PM (39.112.xxx.205)

    맞는말 같아요
    좋은글 감사요

  • 13. ㅇㅇ
    '24.7.28 12:53 PM (223.62.xxx.109)

    감성근육이란 표현 정말 좋네요

  • 14. ㅣㅣ
    '24.7.28 12:55 PM (172.115.xxx.140)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법.
    바라보는 관점이 아닌,,,느낌으로의 나에게 집중하기

  • 15. ...
    '24.7.28 12:57 PM (110.10.xxx.12)

    무척 공감합니다
    추천해요

  • 16. ㆍㆍ
    '24.7.28 12:57 PM (118.235.xxx.32)

    정신적으로 피곤한데
    써주신글에서 위안 받아갑니다

  • 17. pianochoi
    '24.7.28 1:04 PM (58.78.xxx.59)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법

  • 18. . . .
    '24.7.28 1:05 PM (58.142.xxx.29)

    감사합니다. 역시 김 영하 작가…

  • 19.
    '24.7.28 1:07 PM (49.163.xxx.3)

    원글님같은 분이 있어 한국사회가 그래도 이나마의 균형을 잡고있는것 같습니다.
    저도 중심 잘 잡고 살아야겠어요. 죽비를 때려주셔서 감사해요.

  • 20. 좋은 글
    '24.7.28 1:09 PM (211.220.xxx.40)

    ‘자기 느낌의 데니타베이스없이’ 정말 요즘 제가 그런 거 같아 나 자신의 느낌과 감정에 충실하고 싶었는데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21. ..
    '24.7.28 1:17 PM (211.176.xxx.21)

    좋은 글입니다. 저도 저지만..글 읽으며 주변에 잘 안휘둘리는 제 남편 생각 았어요.

  • 22. F10
    '24.7.28 1:18 PM (49.171.xxx.226)

    저도 공감합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3. 자주
    '24.7.28 1:19 PM (106.101.xxx.222)

    자주 올려주세요 이런글이 힘이 됩니다 정신이 차려지네요

  • 24. 냥냥펀치
    '24.7.28 1:23 PM (180.66.xxx.57)

    로긴했어요.
    좋은글 감사♡

  • 25. 고맙습니다
    '24.7.28 1:33 PM (223.39.xxx.60)

    김영하작가 좋네요

  • 26. ...
    '24.7.28 1:39 PM (218.236.xxx.239)

    좋은글 감사합니다~

  • 27. 하이탑
    '24.7.28 1:44 PM (1.235.xxx.173)

    원글님도 글을 잘 쓰시네요, 어렴풋이 느끼고만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어 이렇게 정리할수 있는 것도 내면이 단단하니 그러겠죠? 우리나람 사람들이 100년도 안되는 기간에 일제식민지, 전쟁, IMF등을 겪다보니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물질이 제일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고 하네요, 있어도 불안하고 남과 비교하고..

  • 28. ㅇㅇ
    '24.7.28 1:45 PM (106.101.xxx.253)

    느낌의 데이터베이스
    김영하,
    감사합니다 원글님

  • 29. ..
    '24.7.28 2:37 PM (118.235.xxx.48)

    감사합니다

  • 30. ……
    '24.7.28 2:42 PM (223.62.xxx.133)

    오 오롯이 오감을 사용해 느낀 걸 데이터베이스화

  • 31. 7599
    '24.7.28 2:44 PM (221.166.xxx.201)

    남에게 휘둘리지않는법 좋은글이네요

  • 32. ㅁㄱㅁㅁㄱ
    '24.7.28 3:12 PM (121.175.xxx.132)

    느낌의 데이터베이스를 갖자..
    몸근육만 키울게 아니라 감성 근육도 키워야겠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33. 쓸개코
    '24.7.28 3:45 PM (175.194.xxx.121)

    김영하 작가님의 글도 참 좋지만..
    덧붙인 원글님 글 정말 좋은데요?
    누구도 채울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나만의 데이타베이스..
    어쩜 이리 시기적절하게.. 품위있는 글을 올리시는지..
    한줄 한줄 좋습니다.

  • 34. 내친구
    '24.7.28 4:03 PM (180.229.xxx.49)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래서 여기가 너무 소중해요
    82쿡 절대지켜

  • 35. 그럼
    '24.7.28 4:49 PM (106.101.xxx.222)

    그만큼 나만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나이가 들수록 쉽게 알아차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쉽게 평가하는 습관 내가 옳다는 생각도 나도 모르게 드는데
    그 중심을 잡기가 참 어렵네요

  • 36. ...
    '24.7.28 4:58 PM (182.229.xxx.41)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우지 말아주세요

  • 37. ..
    '24.7.28 4:58 PM (182.210.xxx.210)

    좋은 글 저장합니다
    감사합니다.

  • 38. 음..
    '24.7.28 5:18 PM (121.141.xxx.68)

    내 다양한 감각으로 내 경험치를 쌓아서 그걸 내 데이타로 만들어서
    축척해 놓으면
    '느낌의 데이타베이스' 내 감각의 데이타베이스가
    내가 뭔가를 선택할 때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데이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영화를 쭉~보면서
    내 영화 취향을 내 느낌 데이타베이스로 쌓아두면
    어떤 영화를 선택할 때
    나 이 영화 감독을 좋아하고
    이 원작자를 좋아하니
    한번 볼까?
    이런 식으로 선택하게 되는 거죠.

    내 느낌 데이타베이스가 없으면
    뭘 봐야 할 지 몰라서
    남들이 우르르르~보는 거 따라 보면서
    뭐가 좋지? 어디서 감동 받아야 하지? 이런 식으로
    남들이 좋다고 해서 봤는데 나는 왜 느낌 없지?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게 되는 거죠.
    왜냐
    내가 쌓아 둔 느낌 데이타베이스가 있으면
    그 영화를 보면서 내 느낌 데이타베이스와의 접점이 생길 수도 있고
    생기면 더 잘 느끼고
    더 이해하기도 쉽고
    더 감동 받는 부분이 생기는 거고
    아~내 스타일인데? 이런 생각이 들게 되는 거죠.

  • 39.
    '24.7.28 6:28 PM (175.213.xxx.37)

    언제나 생각해왔던 점을 김영하작가가 콕 집어 표현하네요
    '오로지 자신의 감각으로 경험하고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라고.
    자기를 잘 들여다보는 사람일수록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sns와 온갖 자극적인 세태속에서 단단해질수 있다는 말

  • 40. say7856
    '24.7.28 7:30 PM (211.246.xxx.174)

    너무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41. 휘둘리지 않는법
    '24.7.28 9:12 PM (182.225.xxx.109)

    저장합니다

  • 42. 훈이엄마
    '24.7.28 10:00 PM (182.218.xxx.65)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 43. ......
    '24.7.29 12:46 AM (110.13.xxx.200)

    나이가 좀 들고나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만의 관점은 결국 내가 스스로 느끼고 경험한것에서 알수 잇는건데
    그걸 잘 안해온 느낌이었어요.
    지금부터라도 해보려 노력중이에요.

  • 44. ....
    '24.7.29 10:18 AM (125.180.xxx.22)

    좋은글이네요
    다시 되돌아보는계기가 되는 글이라서 좋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6624 송편 가격이… 10 2024/09/15 3,967
1626623 장예모 감독 공리 주연 영화 인생 8 현소 2024/09/15 2,325
1626622 전 sns에서 부모님 자랑글이 제일 부러워요 5 ㅇㅇ 2024/09/15 2,328
1626621 카페서 자리 빼앗김 62 하하하 2024/09/15 21,522
1626620 남편 말투 좀 봐주세요. 짜증나요 40 은근 짜증 2024/09/15 5,713
1626619 차례 안 지낼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요? 9 차례 2024/09/15 1,505
1626618 염증문제- 작두콩차 vs. 보이차 6 레드향 2024/09/15 1,621
1626617 쿠팡배송 3시~11시 배송예정이면 11시에도 올 수 있어요? 7 ... 2024/09/15 722
1626616 제가 모성애가 부족한가요? 16 2024/09/15 2,987
1626615 자극적이지않으면서 살 찌는 음식 41 통통 2024/09/15 4,534
1626614 명절에 시댁에 일이 조언 2024/09/15 1,056
1626613 교회가도 돼요? 1 .. 2024/09/15 1,105
1626612 베테랑 보고 왔는데 ㅜㅜ (스포 무) 11 ooo 2024/09/15 3,857
1626611 눈치는 기르는 방법 있을까요? 17 휴우 2024/09/15 2,338
1626610 스물두살 성인인데 이건 무슨 증상인가요? 7 걱정 2024/09/15 2,273
1626609 동거인과 싸웠네요 23 .. 2024/09/15 7,870
1626608 해외 나가면 더 편한 분 계시나요 22 ........ 2024/09/15 2,536
1626607 헬스장 왔는데 전부 남자들이네요 9 이럴수가 2024/09/15 3,610
1626606 누가 쳐다보면 시선이 느껴지는게 10 ㄱㄱ 2024/09/15 2,171
1626605 명절 때 자랑인줄 모르고 자랑하는 싱글들.. 4 싱글이 2024/09/15 2,654
1626604 싱크대 탈수기 배수구 잘 쓰시는 분? 3 ... 2024/09/15 544
1626603 윤미향 전 의원, "위안부 문제 침묵은 윤석열 정부의 .. 14 light7.. 2024/09/15 1,626
1626602 내일 친정 가는데 먹거리가 애매해요. 4 2024/09/15 2,196
1626601 피를 살짝 흘리니 9 ..... 2024/09/15 1,993
1626600 시판전도 데워서 들고 가죠? 11 당일 아침 2024/09/15 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