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와 냄비

**** 조회수 : 1,664
작성일 : 2024-07-26 00:20:50

내년이면 팔순을 맞이할텐데

그 세월을 못이기고 

엄마의 암이 전이되어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엄마혼자 지내던 집의

꽃들에게 물을 주고 오라고해서

시간을 내어 들러보았더니,

늘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며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네요.

 

찬장위에 가지런히 놓인 컵과

냄비들.

엄마가 어느날 이세상에 없으면

저 소중한 살림살이들도

당장에 먼지가 앉을것이고

꾀죄죄한 몰골로 한꺼번에 버려지겠죠.

 

냄비의 얼굴이 부엌에서 반짝이는것도

엄마가 있어야 가능한일인것을.

 

다시 병원에 돌아가

엄마의 머리를 감겨주고

의자에 앉혀 목욕을 시켜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복도로 나오게 해주니

비누향기를 맡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잠시 안되어보여요.

 

어린시절 늘 구박을 하면서

먹는것만 안다고 못마땅해했던 엄마가,

지금은 병원에서 제 손길에 의지하고 지내요.

온몸 구석구석 갖은 병을 지니고,

잘안보이는 눈과 잘 안들리는 귀와

부정맥으로 벌떡대는 심장과,

벌벌 떨리는 얇은 다리로.

 

병원에선 엄마의 몸을 씻기고

집에 와선 또 냄비를 닦으면서

지나간 세월도 이렇게 닦고

제맘도 냄비도

눌어붙은 얼룩이 지워지니.

반짝반짝 잠시 편안해지는군요.

 

 

 

 

 

 

 

 

IP : 58.78.xxx.10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7.26 2:16 AM (112.187.xxx.226)

    원글님과 어머님의 평안을 빕니다.

  • 2. 혀니여니
    '24.7.26 7:00 AM (121.162.xxx.85)

    글이 한편의 시네요
    출품해도 될듯
    쾌유를 빕니다

  • 3. 아름답고 여운이
    '24.7.26 11:10 AM (222.110.xxx.28)

    느껴지는 글에 응원의 댓글 쓰려고 로그인했어요. 간병에 그리고 무더위에 힘 드셔도 이겨내시고 어머님의 건강회복을 기원합니다. 원글님도 잘 챙겨 드시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06392 아니 우리 김제덕 선수 6 양궁 2024/07/29 5,503
1606391 홈플에서 복숭아 사왔는데 맛없어서 못먹겠어요 21 .. 2024/07/29 4,411
1606390 송금한 내역 7 궁금 2024/07/29 1,693
1606389 친부모들이 고아원 보낸 아이들이 성인되면 다시 찾는 이유.jpg.. 17 천벌받길 2024/07/29 7,440
1606388 (삭제예정) 저 …… 10 이건 뭐 2024/07/29 5,181
1606387 너무 습해서 결국은 거실에어컨도 제습 모드로 켰네요 ㅠ 5 ㅇㅇ 2024/07/29 3,097
1606386 현 대한민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의사 2 일베 2024/07/29 2,617
1606385 방문 페인트 칠해 보신분 10 도전 2024/07/29 1,194
1606384 공무원은 어떻게 아파트 사요? 7 ! 2024/07/29 3,766
1606383 와 김제덕(준결승 잠시후 합니다, 함께 응원해요) 15 .... 2024/07/29 3,086
1606382 쯔양이 일한 룸싸롱업소사장 인터뷰했네요 72 업소사장 2024/07/29 41,168
1606381 고지혈증 고기 먹으면 안되나요? 3 ㅇㅇ 2024/07/29 3,013
1606380 걷기는 운동인가요? 헬스장에서 하는건 운동인데 1 ㄹㄹ 2024/07/29 1,823
1606379 “용산이 알고 있다, 심각하게..“또 터진 ‘외압폭로‘발칵 11 수사외압 2024/07/29 3,749
1606378 남자 양궁 단체 한일전 시작합니다 10 화이팅 2024/07/29 1,806
1606377 잡동사니들은 어떻게 정리해요? 8 2024/07/29 3,433
1606376 어성초차 4 .. 2024/07/29 762
1606375 부부싸움은 양쪽말 다 들어보는게 맞아요 10 ... 2024/07/29 2,740
1606374 삼부체크하고랑 마약수사 무마건 5 이진숙말고 2024/07/29 1,240
1606373 고3아이가 장염인데요.. 8 고3 2024/07/29 1,560
1606372 네어버 카페인데 접근이 제한되었다고 뜹니다 2 루비 2024/07/29 1,466
1606371 우비입은 댕댕이가 어딨어? 3 ..... 2024/07/29 1,772
1606370 아파트 잔금일에 매도자가 다른 대출로 근저당 잡을 수도 있나요?.. 3 잔금 2024/07/29 1,462
1606369 네일드릴 사서 집에서 큐티클제거 가능할까요? 2 소ㆍ 2024/07/29 868
1606368 러닝하는데 등살이 빠졌어요 ㅎㅎ 7 2024/07/29 4,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