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와 냄비

**** 조회수 : 1,671
작성일 : 2024-07-26 00:20:50

내년이면 팔순을 맞이할텐데

그 세월을 못이기고 

엄마의 암이 전이되어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엄마혼자 지내던 집의

꽃들에게 물을 주고 오라고해서

시간을 내어 들러보았더니,

늘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며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네요.

 

찬장위에 가지런히 놓인 컵과

냄비들.

엄마가 어느날 이세상에 없으면

저 소중한 살림살이들도

당장에 먼지가 앉을것이고

꾀죄죄한 몰골로 한꺼번에 버려지겠죠.

 

냄비의 얼굴이 부엌에서 반짝이는것도

엄마가 있어야 가능한일인것을.

 

다시 병원에 돌아가

엄마의 머리를 감겨주고

의자에 앉혀 목욕을 시켜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복도로 나오게 해주니

비누향기를 맡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잠시 안되어보여요.

 

어린시절 늘 구박을 하면서

먹는것만 안다고 못마땅해했던 엄마가,

지금은 병원에서 제 손길에 의지하고 지내요.

온몸 구석구석 갖은 병을 지니고,

잘안보이는 눈과 잘 안들리는 귀와

부정맥으로 벌떡대는 심장과,

벌벌 떨리는 얇은 다리로.

 

병원에선 엄마의 몸을 씻기고

집에 와선 또 냄비를 닦으면서

지나간 세월도 이렇게 닦고

제맘도 냄비도

눌어붙은 얼룩이 지워지니.

반짝반짝 잠시 편안해지는군요.

 

 

 

 

 

 

 

 

IP : 58.78.xxx.10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7.26 2:16 AM (112.187.xxx.226)

    원글님과 어머님의 평안을 빕니다.

  • 2. 혀니여니
    '24.7.26 7:00 AM (121.162.xxx.85)

    글이 한편의 시네요
    출품해도 될듯
    쾌유를 빕니다

  • 3. 아름답고 여운이
    '24.7.26 11:10 AM (222.110.xxx.28)

    느껴지는 글에 응원의 댓글 쓰려고 로그인했어요. 간병에 그리고 무더위에 힘 드셔도 이겨내시고 어머님의 건강회복을 기원합니다. 원글님도 잘 챙겨 드시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16350 국민의힘 "문재인 딸 압수수색, 법 앞의 평등 보여줄 .. 26 ... 2024/09/01 3,283
1616349 새송이버섯구이 4 2024/09/01 1,695
1616348 대박 싼 농산물 파는곳 6 .... 2024/09/01 2,407
1616347 이런 가사도우미 17 ㅇㅇ 2024/09/01 4,197
1616346 죽기전에 가보고 싶은 곳 스위스 그린델발트 샬레 10 링크 2024/09/01 2,418
1616345 새미래..이낙연 지지자들 궁금한거 24 그냥3333.. 2024/09/01 1,210
1616344 캡슐커피머신 추천좀요 8 조건에 맞는.. 2024/09/01 1,241
1616343 벌써 일요일 점심 ㅜㅜ 내일 출근 ????ㅜㅜㅜㅜ 1 최면 2024/09/01 1,005
1616342 학종 쓰시는 분들 등급 기준은 뭐로 잡으시나요? 7 네에 2024/09/01 1,289
1616341 노후대비 끝낸 것 같다 베스트글에 가소로움을 느낌니다. 20 .. 2024/09/01 6,414
1616340 뭘 모르는 조국 추종자들 28 서초동에서헤.. 2024/09/01 2,350
1616339 임현택 의협회장, 건강 악화로 6일 만에 단식 중단 18 응급실행 2024/09/01 2,668
1616338 4개월 뒤 이사입니다. 매일 버려요. 12 ..... 2024/09/01 4,836
1616337 격식 갖추는 자리에 자켓. 입을 일이 없이 방치해요 3 dm 2024/09/01 1,507
1616336 눈밑지방 재배치와 하안검은 어떻게 다른건가요? 6 ㅇㅇ 2024/09/01 2,653
1616335 그는 어떻게 비리경찰이 되었나 1 ... 2024/09/01 959
1616334 50대 분들 남편과 대화 많이 하나요? 21 대화가 필요.. 2024/09/01 4,164
1616333 갤23쓰시는분 발열 없으신가요? 10 아하 2024/09/01 1,237
1616332 등갈비 1kg요 3 ..... 2024/09/01 1,195
1616331 남편한테 피곤하고 배고프다고 했더니 8 ... 2024/09/01 3,698
1616330 제 당근 원칙 13 ....... 2024/09/01 3,122
1616329 머리 가늘고 숱이 없으면 히피펌은 3 llll 2024/09/01 1,368
1616328 대통령실 "응급실…9월1일부터 정상화" 48 8월 26일.. 2024/09/01 6,972
1616327 올리브유에 볶으면 영양가 높아지는 식재료 12 ㅇㅇ 2024/09/01 3,091
1616326 경기도민 걷기 하시는분~ 15 2024/09/01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