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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냄비

**** 조회수 : 1,688
작성일 : 2024-07-26 00:20:50

내년이면 팔순을 맞이할텐데

그 세월을 못이기고 

엄마의 암이 전이되어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엄마혼자 지내던 집의

꽃들에게 물을 주고 오라고해서

시간을 내어 들러보았더니,

늘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며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네요.

 

찬장위에 가지런히 놓인 컵과

냄비들.

엄마가 어느날 이세상에 없으면

저 소중한 살림살이들도

당장에 먼지가 앉을것이고

꾀죄죄한 몰골로 한꺼번에 버려지겠죠.

 

냄비의 얼굴이 부엌에서 반짝이는것도

엄마가 있어야 가능한일인것을.

 

다시 병원에 돌아가

엄마의 머리를 감겨주고

의자에 앉혀 목욕을 시켜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복도로 나오게 해주니

비누향기를 맡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잠시 안되어보여요.

 

어린시절 늘 구박을 하면서

먹는것만 안다고 못마땅해했던 엄마가,

지금은 병원에서 제 손길에 의지하고 지내요.

온몸 구석구석 갖은 병을 지니고,

잘안보이는 눈과 잘 안들리는 귀와

부정맥으로 벌떡대는 심장과,

벌벌 떨리는 얇은 다리로.

 

병원에선 엄마의 몸을 씻기고

집에 와선 또 냄비를 닦으면서

지나간 세월도 이렇게 닦고

제맘도 냄비도

눌어붙은 얼룩이 지워지니.

반짝반짝 잠시 편안해지는군요.

 

 

 

 

 

 

 

 

IP : 58.78.xxx.10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7.26 2:16 AM (112.187.xxx.226)

    원글님과 어머님의 평안을 빕니다.

  • 2. 혀니여니
    '24.7.26 7:00 AM (121.162.xxx.85)

    글이 한편의 시네요
    출품해도 될듯
    쾌유를 빕니다

  • 3. 아름답고 여운이
    '24.7.26 11:10 AM (222.110.xxx.28)

    느껴지는 글에 응원의 댓글 쓰려고 로그인했어요. 간병에 그리고 무더위에 힘 드셔도 이겨내시고 어머님의 건강회복을 기원합니다. 원글님도 잘 챙겨 드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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