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쨍쨍 이글거리는 햇빛에 기온이 얼마나 올라가려나 한숨부터 났던 오늘
결론은 오늘 하루 너무 시원하다 못해 쌀쌀함마저 느끼며 놀다가 좀전에 집에 왔어요^^
설악산과 인제에서 놀다 왔는데 그곳은 딴세상이더군요 @@
아이들 독립하고 남은 저희 부부는 이제 숙박하는 여행보다 훌쩍 떠나는 당일치기를 더 좋아하는데 마침 오늘 남편 회사가 놀아서 한동안 안가본 설악산에 가보기로 하고 아침에 떠났어요
요즘 에어컨 심하게 트는 곳들이 있어 버릇처럼 긴팔 겉옷을 챙겨갔는데 안 가져갔으면 큰일날뻔
드라이브 코스로 멋진 미시령 옛길, 한계령 코스를 타고 올라갔는데 한계령 꼭대기에 올라가니 기온이 18도 ㄷ ㄷ
추워서 긴팔 껴입었어요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웅장한 암벽이 곳곳에 보이고 멋들어진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자태나 다양한 수종으로 밀림을 연상시키는 빽빽한 삼림 아래로 큰 돌들이 여기저기 무심하게 늘어져있고 그 사이를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어찌나 청량한지..
가다 서고 가다 서고.. 콸콸 흐르는 물과 조각품 저리가라 신비로운 바위들 구경하며 나무향 가득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달리자니 왜 설악산 설악산 하는지 새삼 알겠더라는
특히 한계령 꼭대기에 안개인지 구름인지 잠시 덮였는데 산신령이 떼지어 나온다고 해도 자연스러울 분위기 ㅎㅎ
날씨가 쌀쌀해 따끈한 찐빵과 커피를 먹으니 몸에 퍼지는 온기가 하... (지금이 7월 한가운데 맞나?)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드라이브 하며, 초록 산소 실컷 들이키며 하산하니 인제가면 언제오나 하는 인제 ^^
설악산에서 내려와 31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내린천 수변공원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여기 래프팅이나 집트랙처럼 놀 것들이 있어요
비가 와서 수량이 꽤 많아 보기만 해도 기분좋은 소양강이 넘실넘실 콸콸 시원하게 바위를 때리며 하얗게 흐르는데 알록달록 원색의 구명조끼와 헬멧을 쓴 사람들이 철벙철벙 물살을 타면서 구호를 외치며 래프팅 하길래 저도 바로 신청 ㅎㅎ
혼자지만 다른 팀에 끼어서 래프팅 장비를 착용하고 안전수칙 숙지를 하고 강가로 내려가 노젓는 법, 물에 빠졌을 때 대처방법, 간단한 연습 등을 하고 물에 들어가 몸 적시고 출발~
하늘 파랗고 햇살 가득인데 기온은 22도, 물은 기분좋게 시원하고 풍광은 수려하고... 크~~
생각보다 보트가 술술 빨리 떠내려가길래 와 빠르다~ 하면서 조잘조잘 가는데 얼마 안가 생각보다 빨리 급류가 나타나 물 한번 크게 뒤집어쓰고 다들 깜놀 ㅎㅎ
약 한시간 반의 래프팅이었는데 물살 잔잔하고 조용히 흘러갈 때는 오히려 폭풍전야처럼 그 고요함이 긴장을 불러일으켜 다들 말이 없어짐
역시나 조용한 가운데 콸콸 소리가 점점 가까워오면 영락없이 와장창 철~썩, 앞으로 들썩 옆으로 들썩! 하며 물벼락 맞고 소리지르고.. 그러면서도 배 뒤집어지지 않게 무게중심 맞추느라 초집중 ㅎㅎ
보트 주변으로 일렁이는 물살이 배 가장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엉덩이를 한번씩 찰싹찰싹 때려주고 ㅋㅋ
마지막 하이라이트라는 급물살 연속에 한번씩 비명지르고 휘청거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중심잡고 완주!
중간에 물 속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맑은 물 속 고기들도 잡아보고 홀랑 젖은 모습 사진도 찍고...
하지만 오늘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외모와 체격의 듬직한 가이드가 철썩이는 물살과 함께 보트 안으로 날아들은 힘 넘치는 물고기 한마리에 기겁을 하고 방방뛰며 "쟤 좀 어떻게 해주세요 ㅠㅠ" 애원하는 모습에 다들 놀라면서 빵터지고.. 울상인 가이드를 위해 서로 물고기 잡는다고 하다가 놓쳐서 이리저리 날뛰며 퍼덕이는 바람에 여자들 비명지르고 아수라장이었던 순간!
으.... 몸 고정시키려고 다들 두 발을 보트 바닥 고리에 끼우고 있었는데 그 탄력 만땅의 튼실하고 커다란 몸집의 물고기가 퍼덕대는 미끄덩한 움직임을 맨다리로 고스란히 느끼고 있으려니 정말 미치고 팔딱 뛰겠더군요ㅠㅠ
두 아저씨가 노력 끝에 겨우 잡아 물 밖으로 던진 후 다들 기진맥진 ;;;
그러다 급물살에 뱅뱅 도는 보트를 돌린다고 가이드가 힘써 젓는 노질에 성인들 10명 탄 배가 휙 도는걸 보고 다들 탄성을 지르며 "헤라클레스 같다!" "영화배우 같아요!"라며 가이드에게 박수치고 가이드는 이미지 회복 ㅋㅋ
차에 치이고 사람에 밀려다니는 휴가는 딱 질색인 저인데 사람도 차도 아주 간간이 보일 정도로 널널해서 참 여유롭고 좋았어요
서울에서 달랑 2시간 거리인데 서울과는 하늘과 땅만큼 다른 설악산과 인제
더위가 뭔지 싹 잊었던, 즐겁고 시원한 하루였습니다!
이 약발이 얼마나 갈런지는 모르겠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