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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번역하는 작가님들 수고 많으십니다

책이좋아 조회수 : 1,468
작성일 : 2024-07-15 01:04:45

(해외에 살고 있는데)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몇 년 전부터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더니 같이 수업 들은 사람들끼리 단편 소설을 모아서 출판을 하고, 또 자신이 활동하는 동호회에서 두번째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해요.

친구의 단편 내용이 너무 좋아서 한국어로 번역해서 주변에 소개하고 싶었는데,

소설 내용이 미국의 남부 기독교와 그 문화에 대한 노출이나 이해가 없으면 왜 좋은지를 모를거 같아서 한국어로 번역해도 제대로 그 의미를 살려 낼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플래너리 오카너의 글들과 느낌이 비슷한 듯 하기도) 

한국으로 치자면,

나이 든 할머니가 아들이 입다 버린 구멍난 난닝구를 입고 손부채로 손주 자는 곁을 지키는 모습을 작가가 묘사 했을때 그걸 번역할 때 구멍난 난닝구에 대한 묘사만으로 그 느낌을 다 살려낼 수 없을 거 같은 그런 느낌?

뜬금없지만,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 미국에서 출판된 공상과학 소설들이 한국에는 번역이 되지 않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번역이 되어 읽게 되는데 그 책들이 처음 나왔을 때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워 하면서 동시에 어차피 그 책들이 처음 나온 시절엔 한국에서 그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 시절에 AFKN으로 미국 방송 보던 사람들이라면 좀 나았겠고요.

미국에서 60-80년대에 돈을 벌었던 베이비부머들의 차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을 들어 보자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는 노란색 표지의 잡지들과, 인사이클로피디아 브리태니카 등이 있을거고,

그 세대 사람들에겐 노먼 롹엘이 최고의 아티스트이고...

뭐 그런 사회적인 공감대같은 거,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그 느낌을 살릴 자신이 없어요. 야구카드 모으는 것에 대한 감성도...

암튼,

친구가 저에게도 자신이 들었던 수업을 권유했는데 친구가 쓴 글을 읽기 전에는 똘끼 충만한 글 하나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거 같다 생각했다가, 친구의 글을 읽은 다음엔... 나는 이렇게 잘 쓸 자신이 없다. 역시 나는 독자로 사는 것이 제일 편하구나 생각했어요.

번역 잘못 한 책들 흉 보는거 진짜 많이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막무가내 불평보다는 나라면 이걸 어떻게 번역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IP : 108.90.xxx.13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24.7.15 1:27 AM (211.108.xxx.164)

    친구가 추천해준 미국영화를 보는데
    그 야구카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순한국토종이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ㅠ

  • 2. 가장 미국적인
    '24.7.15 1:47 AM (108.90.xxx.138)

    미국의 야구카드의 역사는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해도,
    야구카드를 모으는 것이 문화가 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가 호황을 이루기 시작한 시기랑 겹치거든요. 미국이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고, 전 세계 문화를 좌지우지하던 호시절을 대표하는 문화적인 상징이 아닐까 싶어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최고가 아니게 된 시점부터 야구카드 문화도 조용히 잠잠해졌고요.
    야구카드 = 잘살던 시절의 미국
    그 어떤 나라도 미국인의 야구에 대한 사랑과 애착, 특히 야구카드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 거 같아요.

  • 3. ㅇㅇ
    '24.7.15 2:40 AM (96.55.xxx.141)

    독자가 타국의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더라도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저들은 그걸 좋아하는구나를 처음 인식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죠. 그리고 설명하듯 뭘 하는 걸 나열하기만 하는 글보다 인물들이 제대로 그 안에 몰입하는 걸 잘 묘사하고 있다면 번역이 예전 번역투라도 독자들이 쉽게 공감해요. 결국 번역도 중요하지만 원작이 좋아야......ㅎ 그러니 그 단편이 정말 괜찮다면 연습삼아 해보세요.
    저는 문학 번역은 아니지만 번역을 하는 입장에서 독자가 최대한 받아들이기 쉽게 쉬운 한국어 단어를 선택해요. 하지만 결국은 독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다 다르게 이해한다는 걸 생각해서 툭 던져두는 부분도 있어요. 굳이 완전히 한국식으로 바꿔 번역하지는 않죠. 그리고 문화적인 건 더 그럴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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