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와 나

방글방글 조회수 : 1,080
작성일 : 2024-07-13 20:45:12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지  3일이 지났어요.

4인용병실인데, 만으로 한살 낮춰졌으니 78세라고 써있어요.

내년엔 80인데, 만이라 두살 더 낮춰졌구나하는 생각엔

어쩌면 조금더 엄마가 더 살수 있을까 라는 기대감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엄마는 60살때 암을 판정받고

시한부 3개월밖에 못살거란 선고를 받았는데

지금까지 살았어요.

그리고 또 중간중간 이명및 안면마비, 위경련,

어깨통증및, 협심증, 고혈압, 녹내장, 백내장등등의 병으로

한의원과 각종 병원을  다녀야했어요.

엄마의 단칸방 벽에 걸린 달력엔 늘 예약날짜가 빼곡했어요.

 

60이전의 삶은 또 젊었던만큼

호랑이가 번번이 나오는 고개마냥 

시난고난한 삶의 연속이었죠.

평생을 알콜중독자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남자를 남편으로18살때 만나, 하루도 조용한 날을 보낸적이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세상이 자기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술을 마시면 펄펄 날뛰며 밤새도록 술주정을 하고

맨발로 순식간에 달려나가 시퍼런 칼을 갖고와선

엄마얼굴에 대고 을러대거나

핏줄이 불거질정도로 엄마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잔뜩 충혈된 눈동자를 빛내면서

집안여기저길 돌아다니는것을

제가 말려보겠다고

끼어들면서 울먹였던 그 유년시절들이.

참 선명하지요.

간혹 아빠의 술주정을 아는 사람들중에

이건 귀신들려 그런거라고 말하는

박수무당도 있었고,

또 술만 안마시면 

숫처녀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일들이

세월속에 사라지고,

흔적없이 사라지고.

이제 엄마는 늙고 병든채

병실침대에 누워 운신을 못하고 누워있어요.

 

얼굴을 닦아주는데

참 많이 늙고,

작아졌군요.

손도 뼈만 남았군요.

그 고달픈 세월속에

특히나 제게 유난히도 신경질적이고

싸대기를 별안간 올려붙이던

엄마,

낙엽보다 더 얇아진 몸,그리고

안보이는 눈, 참 안되었어요.

 

자식은

두부류로 나뉘어진대요.

부모에게 빚을 갚으러 오는 타입

부모에게 빚을 주러 오는 타입.

저는 어떤 스타일일지.

또 혼자 앉아 홀연히 드는 생각.

 

 

IP : 58.78.xxx.10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7.13 9:14 PM (113.61.xxx.52)

    글을 참 잘 쓰셔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어머님도 원글님도 너무 고생스럽지 않으시길, 조금은 편안해지시길 마음 깊이 바랍니다.

  • 2. 논픽션
    '24.7.13 10:31 PM (1.237.xxx.125)

    인간이 살아 내야 하는 동시대의 삶이 대개 거기서 거기라면,
    그 시대는 정말 삶이 녹녹치 않던 시절...
    온갖 배고픔과 폭력과 범죄 인권은 개나 주던 시절이었죠.
    알콜중독자 발에 채이고.
    님만 불랭했던거 아니에요.
    그 시대가 그랬을 뿐

  • 3. ㅇㅇ
    '24.7.13 11:00 PM (219.250.xxx.211) - 삭제된댓글

    그런 엄마에게 원글님은 따뜻한 딸이 되어 주셨네요
    그 수많은 병명들과 함께 해 오셨을 텐데
    그래도 만으로 80 될 때까지 혹시 조금 더 함께 해 주실까고 생각하는
    이런 따님을 두셨으니
    어머니께서 자식 복은 있으시네요
    알콜 중독자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게 시달린 어머니
    그 사이에서 성장하는 슬픔이 글 사이사이에 배어 있지만
    그래도 시선이 참 따뜻하네요
    부디 어머님의 남은 시간들이 평안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3631 능력좋은 남자들과 선 후기 98 2024/08/26 31,160
1623630 서울역에서 공항철도 내리는 곳에 엘레베이터 있을까요 5 G 2024/08/26 1,313
1623629 많이읽은 글 5살 글 댓글 보니까 34 ㅇㅇ 2024/08/26 5,221
1623628 운동도 안하는데 왜이렇게 입맛이 좋을까요? 5 2024/08/26 1,448
1623627 보고싶은 아들 20 명이맘 2024/08/26 6,910
1623626 추석 ktx 예매 못하신분 지금 하세요!!! 13 ktx 2024/08/26 3,354
1623625 캠핑 동호회. 남녀 캠핑여행. 33 2024/08/26 20,869
1623624 런닝할 때 핸드폰은 어디다 넣으세요? 7 ... 2024/08/26 2,523
1623623 문해력 문제인가 1 이것도 2024/08/26 752
1623622 나르시시스트 가족 3 zz 2024/08/26 2,334
1623621 손주 대입 탈락하는 꿈 꿨다고 전화하시는 시부모님 29 합격발표전 2024/08/26 5,103
1623620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뒤늦게 보는데... 29 ㅇㄹㅎ 2024/08/26 4,908
1623619 히히히히히 8 으하하하 2024/08/26 2,163
1623618 시부모상 빙부모상은 안 챙겨도 되지요? 6 ㅇㅇ 2024/08/26 2,883
1623617 사주는 진짜 과학이네 15 ㅏㄱㄴㅍ 2024/08/26 7,342
1623616 네이버 줍줍 7 ..... 2024/08/26 1,896
1623615 부룩클린으로가는마지막비상구 10 영화 2024/08/26 2,574
1623614 모기가 없었어요. 10 전기채 2024/08/26 1,923
1623613 넷플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 3 이 밤에 2024/08/26 3,425
1623612 당연한 얘기지만 먹으니까 살이 다시 찌네요 3 .. 2024/08/26 2,554
1623611 2pm 준호 23 ... 2024/08/26 6,978
1623610 삼프로티비 아트앤더시티 보시는분 2 ㅇㅇ 2024/08/26 1,342
1623609 응답하라1988.. 5 .... 2024/08/26 3,071
1623608 ktx추석표 예매 더이상 가망없죠? ㅠㅠ 3 ㅠㅠ 2024/08/26 1,625
1623607 카카오톡 보이스톡도 녹음 되나요? 4 ..... 2024/08/26 1,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