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후반 아버지를 모시면서

ㅡㅡ 조회수 : 4,093
작성일 : 2024-07-12 13:20:53

친정 아버지는 평생 엄마가 차려 준 밥상을 받으며 엄마가 백프로 살림하며  남편 수발을 들어 주다보니 지금도 살림은 거의 못하셔요. 청소는 잘 하십니다.

 

엄마는 건강이 일찍 무너졌어요. 6년 전쯤 말씀하시길...내가 얼마나 아픈데...니 아빠는 내가 죽을 힘을 다해 식사 챙겨주는 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 즈음 자주 넘어지더니 이후 골절과 노환으로. 살림은 전혀 못해서 2년은 사람을 썼고 지금은 요양원에서 콧줄 꼽고 눈만 껌뻑거리지 식사도 걸음도 언어능력도 모두 제로입니다.

 

저는 그 사이 직장을 친정근처로 왔어요. 반면 우리 집은 멀리멀리 있어서 남편과 애들은 2주에 1회 정도 주말에만 보고 평소엔 친정아버지와 살아요.

 

그동안 저는 직장일이 바빠  살림은 대충하고 남편이 많이 도와주었고 외식도 틈틈이 했는데 요즘은 점심빼고 아침과 저녁밥은 집밥으로 하다보니 퇴근 후엔 김치도 담그고 반찬도 만들고 빨래에 집정리하다보면 밤 시간이 후딱가요.

 

퇴근할 때면 오늘 저녁은 뭘하나? 출근할 때는 아버지가 드실 점심은 뭘 준비해놓나?

2명이 살다보니 반찬해 놓아도 후딱 줄어들지 않아요. 게다가 아버진 소식주의자인데 그렇다고 같은 반찬 계속 올릴 수 없으니 반찬분량을 적게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저는 60이 다 되다보니 체중관리위해 집에서 밥은 전혀 안먹고(회사  점심식사에서 밥은 3숟가락 정도만) 빈찬 쪼끔 먹는게 다예요. 국도 안먹어요. 

 

그러나 아버지를 위해 한식 완전체를 준비합니다. 내 몸이 피곤하기는 한데 워낙 점잖고 배려심깊고 인품이 훌륭한 아버지라서... 내가 이 상황을 거부할 생각은 없어요. 아버지 세대엔 남자가 살림을 못하는 게 당연했고 아버진 가장으로서 완벽한 역할을 해 오셨거든요. 지금도 연금이 짱짱하게 나오고 있고 저에게 생활비 주시는데 ... 늘 생활비가 남아서 그 다음달엔 더 적게 달라해서 계속 줄이고 있어요. 저는 야채나 반찬재료 묵히지 않게 살 때도 계획하고 재료가 상할것 같으면 얼른 뭐라도 만들고.. 냉동실 재료들 열심히 소진시키면서 필요할 때만 새로운 장을 보다보니 장보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더군요. 물론 다른 남매들이 내가 비운 주말에 와서 아버지 돌보고 엄마 면회를 합니다.

 

어제 밤에 아빠가 또 친구 장례식장에 다녀오셨어요. 1달 전에도 모임에 온다고 통화를 했는데 멀쩡했대요. 그 사이에 피부암이 생겼음을 알았는데 1달도 안되어 돌아가셨다네요.

 

얼마전엔 다른 친구 장례식장에 다녀오시곤 저에게 문자를 보여주시더군요.  그 친구가 2주전에 이렇게 보내준 문자라면서요. 그땐 멀쩡했는데 라면서... 맞춤법까지 완벽한 친구분의 따뜻한 문자메세지를 보니 ... 사람의 생명은 정말 알 수 없구나 싶어요. 아버지도 요즘 걸음 폭이 짧아지고 앞으로 넘어질 듯 걸음이 위태로워 보여요. 본인도 그렇게 말씀하셔요. 그래도 인터넷에 본인 여행기를 직접 찍은 사진 첨부하여 유려한 글솜씨로 꾸준히 올리시고 정치 판단도 정확하구요. ㄱㄱㅎ 때문에 나라가 걱정스럽다고 하셔요.

 

내가 뒤늦게 더 열심히 살림할 줄 몰랐다는 것과 노년의 삶을 옆에서 지켜 본 소회를 적어 보았어요.

IP : 106.101.xxx.18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7.12 1:33 PM (183.102.xxx.152)

    인생살이 쉽지 않네요.
    원글님 효녀이시고 복 받을실겁니다.

  • 2. ㅇㅇ
    '24.7.12 1:35 PM (58.29.xxx.148)

    존경할만한 아버지가 계셔서 부러워요
    저도 그런 아버지가 계셨는데 저는 해드린게 없어서 아쉬워요
    원글님은 너무 잘하고 계시네요

  • 3. 부모
    '24.7.12 1:49 PM (59.0.xxx.28)

    아버님도 따님도 좋은 분들이신거 같아요. 저는 정반대는 아니지만 역시 친정아버지를 돌보고 있는데 속상한 일이 많아 괴로워요. 그래도 한사람의 생애 마지막에 자식으로서 후회를 덜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문득문득 노환의 길고긴 삶이 바람직한가 많은 생각이 들고 나는 어떤 마지막을 준비하고 사라질까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살다가 어떤 일로든지 한순간에 떠나고 싶은데 어찌될까..부모님을 생각하면 우울해요.ㅜㅜ

  • 4. 가족과
    '24.7.12 2:14 PM (118.235.xxx.226)

    2주에 1회??

  • 5. 연금나오는데
    '24.7.12 2:38 PM (223.39.xxx.189)

    제 친구 시아버님은 식사때문에 요양병원에 몇년째 지내세요
    시아버님은 안아프신데 시어머님이 아버님 식사 챙기기 힘들어하셔서요
    요양병원도 간병인 없는 병실은 외출도 자유로운편이고 식사때문이라면 깨끗한 요양병원도 괜찮다 봅니다

  • 6. ......
    '24.7.12 2:42 PM (211.234.xxx.35)

    60이 다 되셨다니 아이들은 이제 독립했거나 독립할 나이라 2주에 1회 만나도 가능 할것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저도 부모님 끼니를 챙기는 입장이라 공감이가요.

  • 7. ㅇㅇ
    '24.7.12 3:42 PM (112.166.xxx.124)

    아버님 돌보시는 것도 좋지만.
    본인 가정을 더 챙기셔야 하지 않나요 아무리 다 큰 성인이라도요.
    이주에 한 번은 너무 적어요

  • 8. ㅡㅡ
    '24.7.12 4:10 PM (106.101.xxx.186)

    애들은 완전 독립 혹은 부분 독립 상태이구요. 남편은 알아서 잘 해요. 드문드문 만나니 오히려 더 잘해줘요. 늘 단톡방으로 소통하고 있구요.

  • 9. 82 내로남불
    '24.7.12 4:22 PM (110.10.xxx.120)

    남편이 자주 시어머니와 통화만 해도 남편 욕하더니만
    효자 남편꼴은 못봐주겠고...
    여자는 효녀라고 칭송하고 82 내로남불 대단해요

    남편은 셀프 효도해도 싫어하고
    여자 셀프 효도엔 참 관대하다

  • 10. ...
    '24.7.12 4:44 PM (211.234.xxx.39)

    아버지모시느라 주말부부하시는거네요.
    그것도 2주에 한번이라니.
    자식노릇도 정말 힘든것같아요.ㅠ

  • 11. 그게
    '24.7.12 5:04 PM (106.101.xxx.186)

    매주 가자니 제 몸도 힘들고
    차비도 왕복 10만원.
    나를 위해 2주 1번이예요

  • 12. ..
    '24.7.12 5:38 PM (182.210.xxx.210)

    당장 돌아가실 분도 아닌데 아버님 봉양한다고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네요
    물론 개인마다 생각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데 원글님 효심은 존경스럽네요

  • 13.
    '24.7.12 6:55 PM (122.42.xxx.1)

    결혼했으면 원가정에서 독립하고 본인가정을 우선시하는게 맞지
    2주에 한번이라니 평범하지는 않군요.
    아버지도 스스로 할수있게 해야 치매예방도 되지
    식사를 모두 챙기는건 바람직하지않다고 봅니다

  • 14. .....
    '24.7.12 8:12 PM (211.234.xxx.133)

    요즘은 퇴직한 아들들도 혼자 되신 본가 부모님과 자기집 생활을 반반 하는 경우도 드물지않게 들었어요. 가족상황이 허락한다면 원글님같은 셀프효도 가능 하다고 봐요.

  • 15. 그로게요
    '24.7.13 7:10 AM (118.235.xxx.212) - 삭제된댓글

    시모가 저러면 손절했을걸요. 이혼얘기 오가고
    아버지 돌도고 나중에 끝책임져 재산받아도 십년새 남편이 밈곁에 넚어도 행복할지...
    남편도 60대 중반 챙김 필요한 아버지 비슷한 그런 시대에 키워진 늙어어진 노년일텐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18697 신임 독립기념관장 보니 생각나는 외교관 5 매국노척결 2024/08/08 831
1618696 18k목걸이,반지 등등 어디가서 파세요? 4 db 2024/08/07 1,550
1618695 태권도 박태준 선수 결승진출 15 ... 2024/08/07 2,707
1618694 대국민 바보 만들기 작전인가 15 국민... 2024/08/07 4,689
1618693 눈썹이 긴 관상 1 2024/08/07 2,134
1618692 태권도 매너 7 와우 2024/08/07 2,436
1618691 미레나 한지 10개월차인데요 19 ㅇㅇ 2024/08/07 3,680
1618690 더위먹은 거 같았는데 2 어구 2024/08/07 1,322
1618689 고등아들과 바다여행 추천지 부탁해요 8 여행 2024/08/07 992
1618688 생활비는, 딱. 생활할 때만 필요한 돈인거죠? 5 생활비의 정.. 2024/08/07 2,185
1618687 베스킨라빈스 기프트카드 선불카드 살수 있나요?(실물카드) 2 2024/08/07 410
1618686 카톡자동로인 질문입니다!수험생엄마라서 맘이급하네요 6 급급 질문입.. 2024/08/07 679
1618685 구내염 달고사는 암환자엄마 영양제 13 aa 2024/08/07 2,645
1618684 초등학교 6학년 김혜수 어린이 7 우왓 2024/08/07 3,748
1618683 쓴 가격의 30배 달라는데 -결론 91 하따 2024/08/07 24,412
1618682 실거주통보시 주의사항 3 세입자예요 2024/08/07 1,586
1618681 장애인이 살기 힘든 나라 32 2024/08/07 2,787
1618680 요즘 코로나 검사하면 90%이상 확진이래요 6 ..... 2024/08/07 5,356
1618679 이불 버려야 하나요? 4 그럼 2024/08/07 3,042
1618678 올림픽 여자 수영복 디자인이 너무 야하고 민망해요 35 .,.,.... 2024/08/07 17,803
1618677 저도 하지골절 됐었어요 15 12456 2024/08/07 4,721
1618676 가려워 미치겠어요. 피부과 내과 어디가야... 14 병원 2024/08/07 2,951
1618675 코로나 검사를 병원가기전에 스스로 하고 가는게 나을지 가서 하는.. 13 ..... 2024/08/07 2,170
1618674 오늘 밤은 좀 괜찮네요? 13 ㅇㅇ 2024/08/07 4,211
1618673 군, 해병대 임성근 전 사단장 명예전역 불허 22 asdf 2024/08/07 3,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