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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후반 아버지를 모시면서

ㅡㅡ 조회수 : 4,161
작성일 : 2024-07-12 13:20:53

친정 아버지는 평생 엄마가 차려 준 밥상을 받으며 엄마가 백프로 살림하며  남편 수발을 들어 주다보니 지금도 살림은 거의 못하셔요. 청소는 잘 하십니다.

 

엄마는 건강이 일찍 무너졌어요. 6년 전쯤 말씀하시길...내가 얼마나 아픈데...니 아빠는 내가 죽을 힘을 다해 식사 챙겨주는 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 즈음 자주 넘어지더니 이후 골절과 노환으로. 살림은 전혀 못해서 2년은 사람을 썼고 지금은 요양원에서 콧줄 꼽고 눈만 껌뻑거리지 식사도 걸음도 언어능력도 모두 제로입니다.

 

저는 그 사이 직장을 친정근처로 왔어요. 반면 우리 집은 멀리멀리 있어서 남편과 애들은 2주에 1회 정도 주말에만 보고 평소엔 친정아버지와 살아요.

 

그동안 저는 직장일이 바빠  살림은 대충하고 남편이 많이 도와주었고 외식도 틈틈이 했는데 요즘은 점심빼고 아침과 저녁밥은 집밥으로 하다보니 퇴근 후엔 김치도 담그고 반찬도 만들고 빨래에 집정리하다보면 밤 시간이 후딱가요.

 

퇴근할 때면 오늘 저녁은 뭘하나? 출근할 때는 아버지가 드실 점심은 뭘 준비해놓나?

2명이 살다보니 반찬해 놓아도 후딱 줄어들지 않아요. 게다가 아버진 소식주의자인데 그렇다고 같은 반찬 계속 올릴 수 없으니 반찬분량을 적게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저는 60이 다 되다보니 체중관리위해 집에서 밥은 전혀 안먹고(회사  점심식사에서 밥은 3숟가락 정도만) 빈찬 쪼끔 먹는게 다예요. 국도 안먹어요. 

 

그러나 아버지를 위해 한식 완전체를 준비합니다. 내 몸이 피곤하기는 한데 워낙 점잖고 배려심깊고 인품이 훌륭한 아버지라서... 내가 이 상황을 거부할 생각은 없어요. 아버지 세대엔 남자가 살림을 못하는 게 당연했고 아버진 가장으로서 완벽한 역할을 해 오셨거든요. 지금도 연금이 짱짱하게 나오고 있고 저에게 생활비 주시는데 ... 늘 생활비가 남아서 그 다음달엔 더 적게 달라해서 계속 줄이고 있어요. 저는 야채나 반찬재료 묵히지 않게 살 때도 계획하고 재료가 상할것 같으면 얼른 뭐라도 만들고.. 냉동실 재료들 열심히 소진시키면서 필요할 때만 새로운 장을 보다보니 장보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더군요. 물론 다른 남매들이 내가 비운 주말에 와서 아버지 돌보고 엄마 면회를 합니다.

 

어제 밤에 아빠가 또 친구 장례식장에 다녀오셨어요. 1달 전에도 모임에 온다고 통화를 했는데 멀쩡했대요. 그 사이에 피부암이 생겼음을 알았는데 1달도 안되어 돌아가셨다네요.

 

얼마전엔 다른 친구 장례식장에 다녀오시곤 저에게 문자를 보여주시더군요.  그 친구가 2주전에 이렇게 보내준 문자라면서요. 그땐 멀쩡했는데 라면서... 맞춤법까지 완벽한 친구분의 따뜻한 문자메세지를 보니 ... 사람의 생명은 정말 알 수 없구나 싶어요. 아버지도 요즘 걸음 폭이 짧아지고 앞으로 넘어질 듯 걸음이 위태로워 보여요. 본인도 그렇게 말씀하셔요. 그래도 인터넷에 본인 여행기를 직접 찍은 사진 첨부하여 유려한 글솜씨로 꾸준히 올리시고 정치 판단도 정확하구요. ㄱㄱㅎ 때문에 나라가 걱정스럽다고 하셔요.

 

내가 뒤늦게 더 열심히 살림할 줄 몰랐다는 것과 노년의 삶을 옆에서 지켜 본 소회를 적어 보았어요.

IP : 106.101.xxx.18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7.12 1:33 PM (183.102.xxx.152)

    인생살이 쉽지 않네요.
    원글님 효녀이시고 복 받을실겁니다.

  • 2. ㅇㅇ
    '24.7.12 1:35 PM (58.29.xxx.148)

    존경할만한 아버지가 계셔서 부러워요
    저도 그런 아버지가 계셨는데 저는 해드린게 없어서 아쉬워요
    원글님은 너무 잘하고 계시네요

  • 3. 부모
    '24.7.12 1:49 PM (59.0.xxx.28)

    아버님도 따님도 좋은 분들이신거 같아요. 저는 정반대는 아니지만 역시 친정아버지를 돌보고 있는데 속상한 일이 많아 괴로워요. 그래도 한사람의 생애 마지막에 자식으로서 후회를 덜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문득문득 노환의 길고긴 삶이 바람직한가 많은 생각이 들고 나는 어떤 마지막을 준비하고 사라질까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살다가 어떤 일로든지 한순간에 떠나고 싶은데 어찌될까..부모님을 생각하면 우울해요.ㅜㅜ

  • 4. 가족과
    '24.7.12 2:14 PM (118.235.xxx.226)

    2주에 1회??

  • 5. 연금나오는데
    '24.7.12 2:38 PM (223.39.xxx.189)

    제 친구 시아버님은 식사때문에 요양병원에 몇년째 지내세요
    시아버님은 안아프신데 시어머님이 아버님 식사 챙기기 힘들어하셔서요
    요양병원도 간병인 없는 병실은 외출도 자유로운편이고 식사때문이라면 깨끗한 요양병원도 괜찮다 봅니다

  • 6. ......
    '24.7.12 2:42 PM (211.234.xxx.35)

    60이 다 되셨다니 아이들은 이제 독립했거나 독립할 나이라 2주에 1회 만나도 가능 할것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저도 부모님 끼니를 챙기는 입장이라 공감이가요.

  • 7. ㅇㅇ
    '24.7.12 3:42 PM (112.166.xxx.124)

    아버님 돌보시는 것도 좋지만.
    본인 가정을 더 챙기셔야 하지 않나요 아무리 다 큰 성인이라도요.
    이주에 한 번은 너무 적어요

  • 8. ㅡㅡ
    '24.7.12 4:10 PM (106.101.xxx.186)

    애들은 완전 독립 혹은 부분 독립 상태이구요. 남편은 알아서 잘 해요. 드문드문 만나니 오히려 더 잘해줘요. 늘 단톡방으로 소통하고 있구요.

  • 9. 82 내로남불
    '24.7.12 4:22 PM (110.10.xxx.120)

    남편이 자주 시어머니와 통화만 해도 남편 욕하더니만
    효자 남편꼴은 못봐주겠고...
    여자는 효녀라고 칭송하고 82 내로남불 대단해요

    남편은 셀프 효도해도 싫어하고
    여자 셀프 효도엔 참 관대하다

  • 10. ...
    '24.7.12 4:44 PM (211.234.xxx.39)

    아버지모시느라 주말부부하시는거네요.
    그것도 2주에 한번이라니.
    자식노릇도 정말 힘든것같아요.ㅠ

  • 11. 그게
    '24.7.12 5:04 PM (106.101.xxx.186)

    매주 가자니 제 몸도 힘들고
    차비도 왕복 10만원.
    나를 위해 2주 1번이예요

  • 12. ..
    '24.7.12 5:38 PM (182.210.xxx.210)

    당장 돌아가실 분도 아닌데 아버님 봉양한다고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네요
    물론 개인마다 생각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데 원글님 효심은 존경스럽네요

  • 13.
    '24.7.12 6:55 PM (122.42.xxx.1)

    결혼했으면 원가정에서 독립하고 본인가정을 우선시하는게 맞지
    2주에 한번이라니 평범하지는 않군요.
    아버지도 스스로 할수있게 해야 치매예방도 되지
    식사를 모두 챙기는건 바람직하지않다고 봅니다

  • 14. .....
    '24.7.12 8:12 PM (211.234.xxx.133)

    요즘은 퇴직한 아들들도 혼자 되신 본가 부모님과 자기집 생활을 반반 하는 경우도 드물지않게 들었어요. 가족상황이 허락한다면 원글님같은 셀프효도 가능 하다고 봐요.

  • 15. 그로게요
    '24.7.13 7:10 AM (118.235.xxx.212) - 삭제된댓글

    시모가 저러면 손절했을걸요. 이혼얘기 오가고
    아버지 돌도고 나중에 끝책임져 재산받아도 십년새 남편이 밈곁에 넚어도 행복할지...
    남편도 60대 중반 챙김 필요한 아버지 비슷한 그런 시대에 키워진 늙어어진 노년일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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