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전에 과외했던 고1 남학생이

.. 조회수 : 3,199
작성일 : 2024-07-11 10:50:00

몇 년 전 과외했던 고1 남학생이

완전 귀남이 과인 아이였어요.

누나 한 명 있는 학생인데

그 누나 가르칠 땐 어머님이 참 쿨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남동생을 이어서 가르치게 되니, 웬걸

완전히 다른 어머님이시더군요.

제가 봤던 단호함과 정확함은 없고

아들이 하자는 대로 쩔쩔매며 다 끌려다니고 다 들어 주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어쨌든. 그 애가 고등 입학을 하고 

남녀공학에 다니게 되면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나 봐요.

저한테 속마음도 말하고 조언도 구해 가며 그냥 그 학생이랑 조금씩 친해지나 싶던 어느 날

 

애가 과외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안 와요.

전화해도 안 받더니 겨우 연락이 됐는데 노래방이래요.

 

뭐지? 하고 사유를 물으니

그 여자애한테 고백했는데 거절당해서 자기는 오늘

수업 들을 기분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도 선생님은 나와서 기다리는데 미리 연락도 없이 멋대로 안 오는 건 아니지~ 라는 말을 하려는데

 

제가 뭐라고 말하는지 듣지도 않아요. 

연락 안 하고 안 받을 땐 언제고, 저랑 연결이 되니 그때부턴 하소연하려고 들더라고요. 기분이 너무 더럽다, 거지같다 이러면서

 

그때 정말 깜짝 놀랐던 건요.

얘가 딱 그러는 거예요.

 

아~ 씨 기분 너무 나쁘다 이러면서,

"저 이 기분 어떡하죠? ...때릴까요?"

 

자기를 거절한 그 여자애를 찾아가 때리고 싶다는 거였어요.

 

 

아니... 거절을 당할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자기가 좋아했던 대상을 때리겠다는 생각이 가능하지????

저는 너무 놀랐고 어이없었는데

 

그 후...

그 전에는 들어본 적 없던(적어도 저는요)

여자를 짝사랑하다 흉기로 해친 사건, 죽인 사건들이 아주 꾸준히도 보도되더군요. 처음에는 너무 놀라웠으나 갈수록 '또야' 싶던 그 사건들.

(혹시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말해 두자면

그 학생은 그냥 고딩으로 학교 다니고 있었을 거고 그 사건들과는 무관합니다.

그러나 사건들이 벌어질 때마다 문득문득 그 애 생각이 났던 거죠.)

 

'나를 거절한 너를 해치고 싶다'는 끔찍한 사고 회로의 소유자가 한 명이 아니란 말이야?

이렇게나 여럿이 있단 말이야...? 하는 걸 목격하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이유가 뭘까, 어떻게 하면 인간이

그런 식으로 생각이 이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곤 했는데...

 

저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 유지했던 그 어머님을 크게 뭐라 하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거절의 경험, 실패의 경험을 가르쳐 가며 아이를 키웠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그걸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 경우,

여러 곳에서 문제가 생겨요.

거기에 자기를 돌아보지 못하는 단순무식함과 신체적 체력적 우월성을 갖추는 경우... 사회에서는 약자를 향한 폭탄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고 봅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울분을 토하는 것 같던 "때릴까요?"

 

 

...거절했다고 해서 때리고 싶다니...!

...

 

 

 

 

 

(그 날 저는 그 아이에게 좀 강하게 뭐라고 했고

때릴 생각 말고 수업에 당장 오라고 했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ㅎㅎ

 

그 애는 수업에 나타나지 않았고

몇 년 이어오던 과외 수업은 그 날로 끝났습니다.)

 

IP : 223.38.xxx.8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7.11 10:51 AM (106.101.xxx.50)

    아, 진짜 소름끼치네요

  • 2. ...
    '24.7.11 11:21 AM (223.62.xxx.175)

    중요한 말씀이예요. 거절을 당해보지 않아서 작은 거절도 엄청 기분 나쁘게 생각하더라구요.
    아이들만 그런게 아니고 어른들도요. 그래서 진상도 생기죠.
    다들 자기중심적 사고가 심해지는 것 같아요

  • 3. 당연히
    '24.7.11 11:22 AM (175.223.xxx.14)

    금쪽이가 금쪽이짓 했네요.

  • 4.
    '24.7.11 11:28 AM (211.57.xxx.44)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사람을 키워낸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에요.....

  • 5. bb
    '24.7.11 11:47 AM (125.176.xxx.45)

    엄마들중 일부는 왜 아들에게만은 그토록 물러질까요? 저의 언니도 평소엔 지나칠 정도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인데 아들에게만은 전전긍긍, 어쩔줄을 몰라해요. 상전도 그런 상전이 없어요. 볼때마다 말은 못하지만 답답해요.

  • 6. ,,,
    '24.7.11 11:48 AM (118.235.xxx.102)

    요즘에는 저런 남자들이 더 많아졌죠 거절 당하면 찾아가 죽이고 폭력 쓰고

  • 7. 그러네요
    '24.7.11 6:16 PM (175.114.xxx.59)

    아들을 그 따구로 키우는 부모들이 문제인것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4580 쥐젖제거후 샤워해도 될까요? 1 노화 2024/07/11 2,627
1594579 당근거래 프라다가방 6 당근 2024/07/11 2,415
1594578 통영, 거제 맛집 수배합니다 45 코코2014.. 2024/07/11 3,700
1594577 직장동료한테 빵 샀는데ㅠ 54 직장동료 2024/07/11 24,440
1594576 풀무원 김치 추천해주신 분 감사드려요!!! 9 감사 2024/07/11 3,190
1594575 잇몸치료하고 왔는데 욱신거려요 ㅜㅜ 8 ㅡㅡ 2024/07/11 2,352
1594574 전입신고 내일 2024/07/11 821
1594573 한동훈 어록이네요. 저는 운동권인적이 없는데요. 19 국짐당 해체.. 2024/07/11 5,270
1594572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 같아요. 12 어쩌면 지금.. 2024/07/11 7,899
1594571 mbc 힘내라 콘서트 보고 계신가요? 7 ........ 2024/07/11 2,487
1594570 N잡러,, 투잡도 힘들어요 4 OO 2024/07/11 2,018
1594569 90년대 내눈에 테리우스같은 가수 노래를 좋아서 보여주는데 1 아니 2024/07/11 1,224
1594568 80대디스크 2 허리디스크 2024/07/11 1,152
1594567 전세.. 13 우울 2024/07/11 4,177
1594566 자기 객관화를 어떻게 하죠 9 Kim 2024/07/11 2,936
1594565 마 베개커버가 너무 까끌해요 7 ㄱㄴㄷ 2024/07/11 921
1594564 초4 아이 두고 주말에 일할까 말까, 정해주세요. 19 고민 2024/07/11 2,860
1594563 민주당 최고위원 몇 명을 뽑는 건가요.  1 .. 2024/07/11 8,038
1594562 랄랄과 강유미 콜라보 16 ㅎㅎ 2024/07/11 4,301
1594561 홍명보도 천공 쪽인가요? 5 ㅁㅊ 2024/07/11 4,222
1594560 직장..일하는거 힘드네요 4 ... 2024/07/11 2,207
1594559 '페미' 조롱하는 한국, 성평등 지수 146개국 중 94위 25 ........ 2024/07/11 1,701
1594558 지인)운전자보험은 편하게 타보험사로 갈아타도 되겠지요? 1 땅맘 2024/07/11 1,125
1594557 얘좀 보세요. 빵 터짐 ㅋㅋㅋㅋㅋㅋㅋ 5 2024/07/11 6,164
1594556 종부세 개편 반대하는 조국혁신당 탈당할래요 21 ㅇㅇ 2024/07/11 3,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