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에 과외했던 고1 남학생이

.. 조회수 : 3,008
작성일 : 2024-07-11 10:50:00

몇 년 전 과외했던 고1 남학생이

완전 귀남이 과인 아이였어요.

누나 한 명 있는 학생인데

그 누나 가르칠 땐 어머님이 참 쿨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남동생을 이어서 가르치게 되니, 웬걸

완전히 다른 어머님이시더군요.

제가 봤던 단호함과 정확함은 없고

아들이 하자는 대로 쩔쩔매며 다 끌려다니고 다 들어 주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어쨌든. 그 애가 고등 입학을 하고 

남녀공학에 다니게 되면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나 봐요.

저한테 속마음도 말하고 조언도 구해 가며 그냥 그 학생이랑 조금씩 친해지나 싶던 어느 날

 

애가 과외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안 와요.

전화해도 안 받더니 겨우 연락이 됐는데 노래방이래요.

 

뭐지? 하고 사유를 물으니

그 여자애한테 고백했는데 거절당해서 자기는 오늘

수업 들을 기분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도 선생님은 나와서 기다리는데 미리 연락도 없이 멋대로 안 오는 건 아니지~ 라는 말을 하려는데

 

제가 뭐라고 말하는지 듣지도 않아요. 

연락 안 하고 안 받을 땐 언제고, 저랑 연결이 되니 그때부턴 하소연하려고 들더라고요. 기분이 너무 더럽다, 거지같다 이러면서

 

그때 정말 깜짝 놀랐던 건요.

얘가 딱 그러는 거예요.

 

아~ 씨 기분 너무 나쁘다 이러면서,

"저 이 기분 어떡하죠? ...때릴까요?"

 

자기를 거절한 그 여자애를 찾아가 때리고 싶다는 거였어요.

 

 

아니... 거절을 당할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자기가 좋아했던 대상을 때리겠다는 생각이 가능하지????

저는 너무 놀랐고 어이없었는데

 

그 후...

그 전에는 들어본 적 없던(적어도 저는요)

여자를 짝사랑하다 흉기로 해친 사건, 죽인 사건들이 아주 꾸준히도 보도되더군요. 처음에는 너무 놀라웠으나 갈수록 '또야' 싶던 그 사건들.

(혹시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말해 두자면

그 학생은 그냥 고딩으로 학교 다니고 있었을 거고 그 사건들과는 무관합니다.

그러나 사건들이 벌어질 때마다 문득문득 그 애 생각이 났던 거죠.)

 

'나를 거절한 너를 해치고 싶다'는 끔찍한 사고 회로의 소유자가 한 명이 아니란 말이야?

이렇게나 여럿이 있단 말이야...? 하는 걸 목격하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이유가 뭘까, 어떻게 하면 인간이

그런 식으로 생각이 이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곤 했는데...

 

저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 유지했던 그 어머님을 크게 뭐라 하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거절의 경험, 실패의 경험을 가르쳐 가며 아이를 키웠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그걸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 경우,

여러 곳에서 문제가 생겨요.

거기에 자기를 돌아보지 못하는 단순무식함과 신체적 체력적 우월성을 갖추는 경우... 사회에서는 약자를 향한 폭탄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고 봅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울분을 토하는 것 같던 "때릴까요?"

 

 

...거절했다고 해서 때리고 싶다니...!

...

 

 

 

 

 

(그 날 저는 그 아이에게 좀 강하게 뭐라고 했고

때릴 생각 말고 수업에 당장 오라고 했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ㅎㅎ

 

그 애는 수업에 나타나지 않았고

몇 년 이어오던 과외 수업은 그 날로 끝났습니다.)

 

IP : 223.38.xxx.8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7.11 10:51 AM (106.101.xxx.50)

    아, 진짜 소름끼치네요

  • 2. ...
    '24.7.11 11:21 AM (223.62.xxx.175)

    중요한 말씀이예요. 거절을 당해보지 않아서 작은 거절도 엄청 기분 나쁘게 생각하더라구요.
    아이들만 그런게 아니고 어른들도요. 그래서 진상도 생기죠.
    다들 자기중심적 사고가 심해지는 것 같아요

  • 3. 당연히
    '24.7.11 11:22 AM (175.223.xxx.14)

    금쪽이가 금쪽이짓 했네요.

  • 4.
    '24.7.11 11:28 AM (211.57.xxx.44)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사람을 키워낸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에요.....

  • 5. bb
    '24.7.11 11:47 AM (125.176.xxx.45)

    엄마들중 일부는 왜 아들에게만은 그토록 물러질까요? 저의 언니도 평소엔 지나칠 정도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인데 아들에게만은 전전긍긍, 어쩔줄을 몰라해요. 상전도 그런 상전이 없어요. 볼때마다 말은 못하지만 답답해요.

  • 6. ,,,
    '24.7.11 11:48 AM (118.235.xxx.102)

    요즘에는 저런 남자들이 더 많아졌죠 거절 당하면 찾아가 죽이고 폭력 쓰고

  • 7. 그러네요
    '24.7.11 6:16 PM (175.114.xxx.59)

    아들을 그 따구로 키우는 부모들이 문제인것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4976 문재인, 음주운전은 살인. 초범부터 엄벌 9 . . . 2024/10/05 4,670
1634975 개그우먼 심진화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요 46 우와 2024/10/05 31,234
1634974 알콜농도 0.14로 죽일듯 공격하는거 짜쳐요 40 ㅇㅇ 2024/10/05 6,061
1634973 10살 정도된 초딩들한테 반했어요 8 따뜻 2024/10/05 3,267
1634972 요양등급 받으려면 못걸어야 하나요? 37 ??? 2024/10/05 2,838
1634971 눈떨림: 마그네슘 권장량 채워서 먹어야 할까요? 9 ... 2024/10/05 1,269
1634970 엔딩을 왜이리 흐물흐물하게 끝냈을까요ㅠ 4 백설공주 2024/10/05 4,772
1634969 경성크리처2 너무 좋았어요. 14 추천 2024/10/05 3,652
1634968 3분짜장 이렇게 하면 먹을만 해요 6 2024/10/05 2,541
1634967 마라탕 향신료가 추어탕에 넣는 초피랑 같은거네요 3 .. 2024/10/05 772
1634966 흰색 골프화 풀 물든것 어떻게 지우나요? 1 때인뜨 2024/10/05 763
1634965 브리타치즈 샐러드 대접할때요. 4 브라타치즈 2024/10/05 1,561
1634964 문다혜, 혈중알코올 0.14% 만취 운전…택시와 접촉 사고 114 짜증나 2024/10/05 23,718
1634963 하루 일당 25만원 벌고 왔어요 17 ㅡㅡ 2024/10/05 20,353
1634962 단톡방 몇개나 있으세요 1 단톡 2024/10/05 978
1634961 세계불꽃축제 사회자 김범수 10 ... 2024/10/05 6,249
1634960 mbti 에서 제일 헷갈리는게 n이랑 s요 22 ㅗㅗㅗㅗ 2024/10/05 3,231
1634959 저 유나의 거리 보기 시작했어요 13 ..... 2024/10/05 2,563
1634958 토요일 저녁6시.. 차막히나요? 4 토요일서울 2024/10/05 744
1634957 울 냥이 불쌍 7 ........ 2024/10/05 1,503
1634956 인테리어할때 르그랑으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5 콘센트 2024/10/05 1,660
1634955 제주 중문에 아침에 갈만한 맛집 추천해주세요 6 중문 2024/10/05 969
1634954 금악세사리어디서사나요 금순이 2024/10/05 377
1634953 열린 감의 영양분 섭취와 햇빛을 위해 나머지를 다 잘랐어요 3 감나무 2024/10/05 555
1634952 열안나고 목안아픈 코로나도 있나요? 6 온몸이 너무.. 2024/10/05 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