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2학년 아들이 있어요.
수련회 이후 반에서 친구들에게 왕따 찐따 비슷한 취급당하고 있는 건 알고 있었어요.
오늘 아이 반에서 1학기를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요즘 유행하는 GS25 세수대야냉면을 조별로 만들어 먹기로 했대요. 이틀 전에 아들이 하교 후 애들이 나보고 면을 삶아오래라며 짜증을 내길래 다른 아이들은 뭘 하기로 했냐고 하니 설겆이와 뒷정리 등을 한다길래 조 아이들이 다른 쉬운 걸 맡고 제일 손이 많이 가는 걸 아들에게 미뤘나보다 했어요. 싫다고 거절하지 그랬어라고 하니 여러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떠맡겼대요. 어제 선생님이 사 주신 세수대야 냉면을 들고 집에 와서 또 무겁다고 짜증을 내는데 저는 엄마인지라 이걸 몇 시에 먹는지 아침에 삶아간 면이 불을텐데..뭐 이런 저런 궁금증이 들어 물어보니 아들은 잘 모르겠다고 해서 담임과 통화를 했어요. 담임은 어떤 과정을 통해 아이가 면을 삶아가기로 했는지 모르는 눈치라 다른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시켰다라고했고 이왕 일을 맡았으니 면을 삶아서 가겠다고 했지요. (다른 조 아이들은 부르스터를 가져와서 면을 삶기도 한다더군요)
아침에 삶은 면을 헹구다 아들에게 설명서 좀 읽어보라하니 물, 얼음을 챙기겠다고 분주합니다. 저는 면만 삶는 줄 알았는데 다른 준비물도 챙겨야 한다는 걸 알고 그게 사실인지 단톡방에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어차피 애들은 내 질문에 대답 안한다고 거부하길래 담임도 함께 있는 단톡방이니 물은 어떻게 하냐고 한 마디 쓰라고 했어요.
보냉백에 보냉팩 두 개, 8인분 삶은 면, 얼음 한 통, 물 1.5리터, 젓가락, 그리고 가방에 세수대야냉면용 스텐용기까지 챙기며 아들이 눈물을 보였어요. 일단은 보냉백을 같이 들고 내려가 학교 가는 아이를 배웅하는데 아이가 주먹을 꼭 쥐고 가는 모습이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였습니다. 이 열받는 상황에서 무거운 책가방과 보냉백을 들고 참으려고 주먹을 꼭 쥐는데 제가 더 이상 해줄 수 있는게 없어 저도 집에 돌아와 눈물이 터졌구요.
하이톡 알람이 올 때마다 마음 졸이며 키우는 아들입니다. 오늘 별 일 없이 지나갔으면 싶다가도 아침에 이 상황을 담임에게 알려야 하나 싶기도 하다가 오락가락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어요.
아들은 ADHD이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편이라 친구를 거의 사귀지 못해요. 사귀어도 문제가 생겨 멀어지기 일쑤고 반 아이들이 6월에 아이가 약 먹는 걸 알고 장애인이라고 놀렸다는 이야기는 들었고 이후에는 아이가 원하지 않아 학교에서도 저도 해당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지는 않고 반 전체차원에서 이야기한 적은 있어요.
저에게 사춘기 ADHD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나누주세요. 마음이 지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