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모 계시는 집에 있다가
시모 하는 얘기를 영혼없이 듣다보니
20년전에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동네에 사는 또래 할머니들 하나씩 차례로 욕하고.. 그저 욕을 위한 욕이요.
그 집에 갔는데 냄비가 추접하다.
반찬을 내왔는데 그리 맛없는 건 첨이다.
혀 끌끌차면서 주절주절 욕주머니를 계속 풀어대더니.. 제가 안 듣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주제가 바뀌더니 이제 여기 아프고 저기도 아프다 타령으로 넘어가서 육체의 고통 대탐험을 하다가
예전에 먹었던 뭐가 맛있었고 뭐가 생각나고
뭐 넣고 무친 거, 지진 거, 볶은 거, 튀긴 거
온갖 음식을 입으로 한상 가득 수라상 펼치더라구요.
예전에 할머니가 비슷했는데
그때 저희 엄마가 영혼없이 듣다가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빽 소리 지르면 끝났던게 떠올랐어요.
할머니가 되면 왜그리 비생산적인 주제에 하루를 다 소비하는걸까요.
그럴수록 자식들은 진절머리나고 멀리하고 싶어한다는 걸 왜 못 느끼는건지..
뇌가 쪼그라들어서 그런건지
80대쯤 되면 못된 사람은 더 못되지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