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후세시엔
3년넘게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 면회를 가요.
아가로 변해버린 아흔넘은 울엄니.
카스테라와 미지근한 믹스커피면 늘 오케이.
이것저것 드려봐도 맞춤식단 정착했어요.
사진찍고 재롱부려 웃음짓는 그 30분.
어머니 컨디션에 따라 우리기분도 출렁이죠.
면회끝나면 둘이서 들리는 그 칼국수집.
남편은 조개와새우홍합꽃게 시원한 칼국수
나는 조갯살과 쪽파듬뿍 파전에 막걸리한병.
어머니의 건강상태는 우리 식사의 큰 쟁점이되어
어느땐 눈물감춘 후르륵 칼국수가되고
어느땐 이대로 백살가자는 웃음의 파전이되지요.
이집 칼국수는 반찬이 한정식같아요.
심지어 거의 손수 농시지은 주인가족의 합작품.
오늘반찬은,
국수처럼 가늘고 길게 채썰어 꼬들하게무친 오이.
보라가지를 반달썰어 들깨가루를 비비크림인듯
바르고 들기름으로 에센스를 칠한 가지나물.
아삭하게 데친 콩나물에 수줍게 채썬오이를
춘향이와 몽룡이가 어울리듯
겨자소스로 버무려버린 콩나물무침.
애호박에 뭐했노? 싶은 간장양념 부들하니
양파와 대동단결한 단짠하니 호박나물.
얼가리와 열무는 고추씨를 품어 새콤하고
이 고장 특유의 나박썬 무우김치는 국물이 자작.
무엇보다 추가 반찬은 셀프여서
마음껏 맛있는 반찬을 먹으며 흡족하지요.
토요일은 울엄니 뵙고 칼국수집 가는날.
매주 우리의 소풍날.
엄니가 먼길 소풍 떠나실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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