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정하님의 더 낮은 곳으로 중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밀려오라
이 부분이 너무 좋아요.
저는 이정하님의 더 낮은 곳으로 중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밀려오라
이 부분이 너무 좋아요.
여기서 추천해주신
-- 슬픈 환생 / 이운진 --
딸기를 씻으며-문정희
우리 집 아이들은
딸기를 먹을 때마다
신을 느낀다고 한다
태양의 속살
사이사이
깨알 같은 별을 박아 놓으시고
혀 속에 넣으면
오호! 하고 비명을 지를 만큼
상큼하게 스며드는 아름다움.
잇새에 별이 씹히는 재미
아무래도 딸기는
神(신) 중에서도 가장 예쁜 신이
만들어주신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딸기를 씻다 말고
부르르 몸을 떤다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는 독
사흘을 두어도 썩지 않는
저 요염한 살기
할 수 없이 딸기를 칼로 깎는다
날카로운 칼로
태양의 속살, 신의 손길을 저며 낸다
별을 떨어뜨린다
아이들이 곁에서 운다.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내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문정희 응
신석정 시인을 좋아하고
그 중 작은 짐승 을 좋아합니다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 도 좋구요
간장게장-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ㅎㅎㅎㅎㅎㅎㅎ웃고갑니다
쓸개코님 시는 음... 좀 무섭네요ㅎ
유기견 / 정호승
하늘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사람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함부로 개를 버린다
땅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어머니를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대모산 정상까지 개를 데리고 올라가 혼자
내려온다
산이 보시기에도
개를 버리는 일이 전생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나무가 보시이게도
개를 버리는 일이 내생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거리에 개만 혼자 내려놓고 이사를 가버린다
개를 버리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사람을 보고 자꾸 개처럼 컹컹 짖는다
개는 주인을 만나려고
떠돌아다니는 나무가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다가
바람에 떠도는 비닐봉지가 되어 이리저리 거리를 떠돌
다가
마음이 가난해진다
마음이 가난한 개는 울지 않는다
천국이 그의 것이다 / 정호승
얼마 전 82에 올라왔던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다행 (유정화)
가난한 셋방살이
돈 벌러 나간 부모 대신
옥상에 빨래를 널던 남매에게
집주인이 건넨 초코파이 한 박스
성적보다 안부를 물어주던 선생님
터무니없는 꿈도 함께 꿔주던 친구들
낯선 도시 길을 알려준 타인들
유독 힘겹던 하루 누군가 비워둔 자리
차창 밖으로 비처럼 쏟아지던 노을
나는 불행 중 수많은 다행으로 자랐다.
응, 유기견.. 좋다..
저 몇년째 찾고 있는 시가 있어요.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 드라마 '태양의 남쪽'에서 최명길씨가 낭송했던 시인데요..
대략 내용이..
술은 내가 마시고.. 바다가 취하고?
그런 내용인데 구글을 해봐도 포털에서 검색을 해봐도 안 나오네요.
혹시 아는분 계실까요?
응, 유기견ㅡ 다행.. 좋다..
저 몇년째 찾고 있는 시가 있어요.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 드라마 '태양의 남쪽'에서 최명길씨가 낭송했던 시인데요..
대략 내용이..
술은 내가 마시고.. 바다가 취하고?
그런 내용인데 구글을 해봐도 포털에서 검색을 해봐도 안 나오네요.
혹시 아는분 계실까요?
유정화님 시 좋네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너는 별이다
나태주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네 가슴에 별 하나 숨기고서 살아라.
끈태 그 별 놓치지 마라.
네가 별이 되어라.
술에 취한 바다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쓸개코님~ 찾으시는 시가 위의 시 맞을까요?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혹시님 맞아요!!!! 감사합니다.!
이 시가 그렇게 안 찾아지는거에요.ㅎㅎ
낙화/ 이형기
.
.
.
.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간장게장 시는 읽을때마다 눈물이 나네요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수 엇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어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정확한 제목은
간장게장 이 아니고 스며드는 것 입니다.
대추 한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맞다,. 간장게장이 아니고 '스며드는 것'이라는 멋진 제목이 있는데 그냥 간장게장이라고 적었네요.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외로운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 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외로운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 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
슬픈환생 이운진
어느날 고궁을 나오며
이 시 좋아합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이나 40년이 지난 지금이나 어쩌면 저 시를 읽으면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제가 좋아하는 시가 많네요
스며드는것, 담쟁이... 유기견도 좋네요
인간뿐 아니라 자연,동물에 이입해서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시들이 참 반갑고 좋아요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신경림
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
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
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
몇십만이 모이는 유세장을 마다하고
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했다
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나를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
쓰러진 것들의 조각난 꿈을 이어주는
큰 손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
고등학교때 국어쌤이셨어요^^
별빛들을 쓰다
오태환
필경사가 엄지와 검지에 힘을 모아 철필로 원지 위에다 글씨를 쓰듯이 별빛들을 쓰는 것임을 지금 알겠다
별빛들은 이슬처럼 해쓱하도록 저무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묵란잎새처럼 쳐 있는 것도 또는 그 아린 냄새처럼 닥나무 닥지에 배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어린 갈매빛 갈매빛 계곡 물소리로 반짝반짝 흐르는 것도 아니고 도장처럼 붉게 찍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별빛들은 반물모시 옷고름처럼 풀리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여리여리 눈부셔 잘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수평선 위에 뜬 흰 섬들을 바라보듯이 쳐다봐지지도 않는 것임을
지금 알겠다 국민학교 때 연필을 깎아 치자열매빛 재활용지가 찢어지도록 꼭꼭 눌러 삐뚤빼뚤 글씨를 쓰듯이 그냥 별빛들을 아프게, 쓸 수밖에 없음을 지금 알겠다
내가 늦은 소주에 푸르게 취해 그녀를 아프게 아프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저 녹청기왓장 위 별빛들을 쓰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지금 알겠다
장항선
이재무
사투리 억양으로 느릿느릿 기차가 달린다 차창밖 가을 햇살은 갓 쪄 낸 떡쌀처럼 눈부신데 승객들 기름닳은 호롱불같이 자울자울 졸고있다
ㅎㅎ
좋은 시들을 읽으니 행복하네요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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