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바람부는 여름밤

노란곰 조회수 : 958
작성일 : 2024-07-02 00:29:32

여름이 좋은건

입는 옷이 얇아서.

그리고 샤워한후의 서늘한 밤이 좋아서.

또, 여름비.

 

소파에 앉아 있으니

뒷베란다에서 부는 비와 바람이

시원했어요.

그 순간,  남편이 하는말.

 

지금쯤, 그 반지하는 얼마나 더울까?

우리가 살았던 그집.

 

아, 전 그 집을 이미 잊었는데

15년전의 좁은 반지하가

강제소환되더라구요.

 

항상 축축하고,좁고 어두웠던

가난한 애송이였던 우리둘이

사는동안

창밖의 발과 문득 나타난

낯선, 혹은 낯익은

얼굴들에 대해 놀라고

여름날밤, 창문을 여는 문제로

사소한 다툼을  했던 그집.

 

이제 잊고 살고있는데

다시금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

남편이 참 미웠습니다.

 

그 집에 사는동안

욕실안에 놓여있던 세수비누도

단한개.

그 비누를 들고 세면대와 샤워기가 있는 

자리까지 왔다갔다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핸드워시와 손닿는곳마다

비누가 놓여있는데

 

비오는 덥고 습한 여름마다

가끔 그 집을 떠올리는 남편.

 

면접보기전날,

곰팡이냄새를 없애려고

창밖에 널어둔 새남방과 바지가 없어졌을때

슬픔이 가득한 채로

혹은 분노하면서.

자기자신을, 또 아내인 나를

마구 후벼파고 양철지붕위의 고양이처럼

어쩔줄 몰라하던 가난한 남자가

아직도 그 집을 떠올리다니.

그어려운 시절을 같이 관통해온 저는

잊었고 그는 못잊었으니.

참 답답하다는 생각 오지게 들어봅니다.

IP : 58.78.xxx.10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현재
    '24.7.2 11:21 AM (39.125.xxx.74)

    그땐 우리 그랬지 하며 지금 함박 웃으며 행복하게 사시면 충분하실 거예요~
    현재 원글님 곁에 있는 행복을 놓치지 말고 꽉 붙잡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8328 외국살이의 가장 큰 장점 40 ㅇㅇ 2024/07/02 6,582
1598327 카톡 두계정 합치는 법 2 엄마 2024/07/02 1,028
1598326 세탁기, 건조기 2년 동안 보관하고 쓸 수 있을까요? 4 나는누구 2024/07/02 1,065
1598325 저학년부터 국영수학원 보내는거 10 aa 2024/07/02 1,167
1598324 필수과 수가가 엄청 낮네요. 24 필수과 2024/07/02 1,676
1598323 엑셀을 잘못 밟은 거예요 23 ... 2024/07/02 8,241
1598322 치매 걸리기 쉬운 성격이 20 치매 2024/07/02 6,501
1598321 오페라덕후 추천 무료 공연(더클래식 양산) 1 오페라덕후 2024/07/02 1,013
1598320 시청 사고영상 보셨어요? 12 ... 2024/07/02 6,505
1598319 시청 사고 관련 목격자와 전문가 이야기 4 ........ 2024/07/02 4,311
1598318 부산분들게 길좀 여쭐게요. 17 부산 2024/07/02 1,612
1598317 사람 9명 죽여놓고 흉통 허리통증으로 서울대 입원 14 사이코패스 2024/07/02 5,975
1598316 승진 축하 회식 후 참변이라네요 8 ... 2024/07/02 6,827
1598315 어제 사건 가해자 부인인지 흰 원피스입고 41 .. 2024/07/02 19,970
1598314 갈라치기에 반대합니다 13 에흐 2024/07/02 918
1598313 크롬에 시크릿 창 아이콘 없앨 수 있나요? 작업표시 2024/07/02 446
1598312 윤씨 좋아하는 사람들은 14 ㅗㄹㄹㅇ 2024/07/02 1,622
1598311 결이 다른 사람들 9 iii 2024/07/02 2,358
1598310 남편의 당뇨 27 장마비 2024/07/02 4,718
1598309 마트 주차장에서 70대 운전자에게 치일뻔했어요 5 사고 2024/07/02 2,906
1598308 박사할까요? 미친걸까요? 29 졸업 2024/07/02 3,956
1598307 시청직원 2명·병원직원 3명·은행원4명 ㅠ 43 명복을빕니다.. 2024/07/02 9,511
1598306 챙겨준다고 gr하는 고1아들놈 23 2024/07/02 3,242
1598305 오은영 박사 울긋불긋 머리 13 ㅇㅇ 2024/07/02 5,591
1598304 조의금 4 황망 2024/07/02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