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애 키우기 전까지 내가 이리 덜 치유된 사람인지 몰랐어요

ㅁㄴㅇㅎ 조회수 : 1,977
작성일 : 2024-07-01 15:36:59

성장과정이 참 뭣같았어요.

또래 중에서는 꽤나 더러운 꼴 보고 자랐고요. 

과장 조금하면

세멘 바닥에 유리 한장 박살내고 그걸 또 누가 잘근잘근 밟아서 가루로 빻아진 약간 그런 환경인데

저는 참 밝고 맑게 자랐고

누구한테 대들거나, 깽판을 치거나, 가출을 하거나 하지 않았고,

(가족성원 2분의1 가출함)

항상 개그맨 되라 소리 듣게 애들 웃겨주고, 학교도 제때 괜찮게 가고,

공부도 꽤 잘했고, 배우자도 잘 만나서 소시민으로 원만하게 살거든요. 

실제로 어두운 감정을 잘 못느끼고 늘 까불면서 살았어요.

 

착하다..란 얘기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약간 씁쓸하게 절 보며 하셨죠.

그 한 단어 앞에 괄호 열고(니 집안꼴이 그꼴 났는데도 니는 참 잘자란걸 보면)괄호 닫고.

그만하면 착하다...이거죠. 

 

근데 애들 키우면서 막 나오네요.

내 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멱살잡혀서 목구멍으로 역류해 나오는 기분이에요.

첫애가 두 돌 무렵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매일 죽고 싶고, 이 애가 하루 아침에 없던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운전하면 마주오는 차가 날 치면 어떨까 싶고....

그래도 아이들 어릴땐 별말썽 없이 이쁘니 그냥저냥 괜찮다가

이것들이 사춘기지나며 질풍노도 달리는데

완전 괴물괴물이 내 속에서 나와가지고  날 흔들어대는데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외로움, 결핍,...누군가 꼭 붙들어야겠고,

이번 생에는 꼭 좋은 가정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필사적인 욕망이 절벽에서 한발 한발 위로 기어올라

좀비처럼 나를 좀먹어요.

내가 원가정에서는 당했지만

이번 가정만큼은 꼭 사랑넘치는 가정, 안전한 가정을 만들거야 라는 욕구가

그렇게나 강렬한지...사건이 터지고 위기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그 욕망이 너무나도 절박하게 저를 사로잡았고,

차라리 조금 놓으면 좋을텐데 그럴 수 없으니

저 멀리서 불길한 징조가 손톱만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면 

불안함이 나를 흔들면서 목을 졸라오고, 그게 결국 통제욕구로..

그러니 나도 미치고 가족들도 미치고....

 

예를 들면,

큰애vs작은애

전쟁이 일어나면,

너무 슬퍼서 명치가 죽창에 찔린것 같고, 머리 산발하고 울고 싶어요 

겨울왕국 보면서 그렇게 울었잖아요 제가-.-

저집 자매들은 저렇게 사랑하는구나 엉엉..

 

휴,,,,

그래도 지금 상태는 다시 평온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기대를 낮추려고 애쓰고있어요

내 인생과 애들 생을 분리하려고. 

암튼, 

결론은 돌아돌아,

애들 아니었으면 내 괴물을 보지 못했다구요.

지금은 보고 그 괴물이랑 잘 지내고, 단단해져서 좋은데.

사실 애들 없어서 괴물을 안꺼내고 살았어도 나쁘진 않을거 같다는

이도 저도 아닌 결론 투척하고 도망가요...

IP : 222.100.xxx.51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두
    '24.7.1 3:40 PM (175.212.xxx.96) - 삭제된댓글

    엄마가 되면 안되는 사람인걸
    아이를 넣고 알았어요
    그래서 둘째는 안 낳음

  • 2. ㅎㅎ
    '24.7.1 3:41 PM (222.100.xxx.51)

    애들없었으면 좀 더 풍족하고 좀 더 교만하고 덜 사람되서 살았으거에요

  • 3. ㅡㅡ
    '24.7.1 3:44 PM (221.140.xxx.254) - 삭제된댓글

    제가 지금 있는 지옥을 잘 설명해주셨네요
    아이와 남편은 제 불안을 이해 못해요
    내 사명같은건데
    이게 자꾸 어긋나요
    말로 설명이 안됐는데
    이렇게 설명해야겠어요
    글지우지말아주세요
    제 불안이 나를 집어삼끼고
    내가정마저 휩쓸어버릴때
    정신차리도록 한번씩 읽어보고싶어요

  • 4. ...
    '24.7.1 3:53 PM (219.255.xxx.142)

    토닥토닥 원글님도 저 자신도 토닥토닥 해주고 싶네요
    갑자기 너는 왜 나와? 하신겠지만..
    비슷한 과정을 지나왔고
    지금도 매일 내 안의 불안이 아이들에게까지 닿아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기를 기도한답니다.

    아이 사춘기로 힘들때 심리상담 샘을 만난적이 있는데 상담샘이 어머님이 이 시기였을때 부모님은 어떻게 해주셨나요? 물은적 있어요.
    그 질문을 받고 울어버릴뻔 했습니다.
    그지같았고 기억하기도 싫어서 통째로 거세해버린 내 어린시절이 떠올라서요ㅜㅜ
    그래도 어찌어찌 헤쳐가고 있네요.
    저도 아이들과 같이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 5. 어서
    '24.7.1 4:01 PM (61.100.xxx.112)

    어서 병원가서
    상담받고 치료를 받으시는게
    어떠실까요
    그거 다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 6. 열악한 환경에서
    '24.7.1 4:06 PM (183.97.xxx.35) - 삭제된댓글

    생긴 열등감이 문제인데

    열등감을 치유하지 않는한 애들이 있건없건
    그 성격이 변하기는 쉽지 않을거에요

    열등감 때문에 필요이상으로 밝은척 하고
    남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려면 치유가 우선 ..

  • 7. ///
    '24.7.1 4:09 PM (58.234.xxx.21)

    맞아요
    아이키우면서 나라는 존재를 투명하게 직면하게 되더라구요
    알고보니 진짜 보잘것 없고 뭣같은 인간인데
    보통의 어른 보통의 엄마인척 흉내 내느라고 너무너무 힘들었네요
    지금도 진행중 ㅜ
    저도 원글님이랑 똑같은 생각 했어요
    나 나름 괜찮은 사람인줄 착각하면서 그냥 모르고 살다가도 나쁘지 않았겠다...

  • 8. ...
    '24.7.1 4:41 PM (112.168.xxx.69)

    저도.. 보통엄마인척 흉내내고 사는게 너무 힘드네요. 아이가 어릴때는 괜찮았는데. 사춘기 아이와 부딪히니 제 안의 괴물이 아이를 질리게 만들어요. 아이가 저를 너무 무서워하는게 괴롭습니다.

  • 9. ㅇㅇ
    '24.7.1 5:38 PM (106.101.xxx.24)

    아이는 소우주라잖아요.
    토닥토닥
    최선을 다해 견뎌온 님 칭찬합니다

  • 10. ..
    '24.7.1 6:00 PM (223.38.xxx.14)

    저도 비슷하네요..아이키우면서 기본값은 정신력으로 무한애정사랑 장착하는데 한번씩 ㅠㅠ
    아직 아이가 어린데도 이런데 사춘기에 진짜 제가 절
    감당 못 할까 걱정이 미리부터 들기도해요
    그 때는 아이와 좀 거리두기 해야겠다 세뇌시키고 있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4047 지금 고독한 미식가 보고있는데 6 .... 2024/09/28 2,344
1634046 구조조정 17 구조조정 2024/09/28 4,180
1634045 협곡열차는 단풍철만 있는지? 항상 있는지 궁굼합니다 6 협곡열차 2024/09/28 1,215
1634044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의 차이가 뭔가요? 8 ........ 2024/09/28 2,815
1634043 울세탁 할때 어떻게들 하시나요? 2 울세탁 2024/09/28 690
1634042 감기가 정말 안떨어지는 건 10 ㅇㅇ 2024/09/28 2,247
1634041 경력단절 여성입니다 29 ㅊㅊ 2024/09/28 6,038
1634040 한겨레"김영선은 문자캡쳐본을 이준석에게 전달했다&quo.. 4 구라쟁이 2024/09/28 1,819
1634039 억제약이라고 아시나요? 뼈나이잡는 약이라는데 4 Dhfjfb.. 2024/09/28 1,234
1634038 한국무용 매력-스테이지파이터 5 .. 2024/09/28 1,244
1634037 돈에 관해서는 가족도 믿지 8 ㄴㄷㄷ 2024/09/28 3,499
1634036 저는 온라인으로 의류 사는건 안될줄 알았어요 3 ..... 2024/09/28 2,253
1634035 엑스레이는 골절이 안보일수 있나요? 9 가슴통장 2024/09/28 803
1634034 자궁경부암 검사 설명이 잘 돼 있네요 3 ㅇㅇㅇ 2024/09/28 1,597
1634033 오리역부근 제4테크노벨리 5 .. 2024/09/28 1,104
1634032 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없나봐요. 41 별별 2024/09/28 24,185
1634031 자기가 필요해서 한 카톡에 바로 답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11 000 2024/09/28 2,803
1634030 새벽4시 칠불사 매화나무의 진실.ㅋㅋㅋ 6 이준석또구라.. 2024/09/28 4,022
1634029 스탠바이미 중소바이미 쓰시는 분들 장단점?!! 6 ㅇㅇㅇ 2024/09/28 1,000
1634028 내일배움카드로 듣는 강좌들요..100프로 자부담으로도 가능한가요.. 5 .... 2024/09/28 1,997
1634027 베란다 샤시 철거하고 13 상상은 2024/09/28 2,668
1634026 시장 가서 장봐왔는데요 13 ㅇㅇ 2024/09/28 4,194
1634025 책제목이나 지은이 이름 아시는분 찾습니다 3 책 한권 2024/09/28 933
1634024 예식장은 무조건 최선을 다해 꾸며야하는듯 7 ㅇㄹ 2024/09/28 2,998
1634023 118세 비공인 최고령 할머니…평생 멀리한 두 가지는 29 ㅇㅇㅇ 2024/09/28 19,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