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마당 한쪽에 능소화 넝쿨이 하늘을 덮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능소화는 정말 아무런 조짐이 없이 꽃이 떨어집니다.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송이가 그대로
툭!
마치 사랑하던 사람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고 내려 앉던 내 가슴에서 나던 소리 처럼 그렇게 툭.,...
조용한 밤에는 좀 더 크게 쿵! 하기도 합니다.
어제는 능소화 아래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제 식탁위로도 능소화가 망설임 없이 떨어집니다.
꽃이 떨어지는 식탁이라니!
와인이라도 마셔야 할 것만 같은 풍경입니다만 저는 술을 못합니다.ㅜㅜ
오늘 아침에 제가 주는 마지막 물주기를 했습니다.
물만 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나무, 그리고 꽃들에게 많이 많이 물을 줍니다.
사실 저는 물만 줘서 마당이 원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주인이 돌아 오면 어루만지고 매만져서 다시 동화속 같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당의
모습을 찾겠지요
이제
저는 떠날 때를 대비하여 저의 흔적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갑니다.
마치 완전범죄를 꿈꾸는 살인자처럼 감쪽같이 저의 흔적을 지워 놓고 가고 싶습니다.
흔들의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니 소나무 가지에 새두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음.... 이름은 모르겠지만, 둘이서 참으로 다정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