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부 예능프로들 보면 저마다 참 문제많고
맘까페 등 가서 남편 고민글 보면 다 비슷하고
남자들이 대체로 그런그런 값을 지니고 있구나 생각할 때도 있어요
여기 알뜰바지런한 분들은 그런 남자랑 어떻게 사냐....하실 수 있는데
그냥 어느 정도 흐린눈으로 대충 살고 있어요
저도 게으른 편이거든요
근데 게으른데 J 성향이어서 이게 진짜 저를 힘들게 합니다
남편은 P 여서 게으르고 진짜 속 편하게 살고요
성에 안 차서 속이 부글부글 거리는 날이 훨씬 많지만
가끔씩 귀여울 때도 있어요 아직은요
뭔가 촉이 좀 거시기해서 스무고개 하듯이 물어보면
짜증내지 않고,, 제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거나
뭔가 캐는 제가 웃긴지 막 봐봐봐봐 하면서 적극적으로 그 부분을
해소시켜주려는 모습을 보일 때 ,,
이 때 왜인지 좀 귀여워지네요
그리고 남편이 진짜 누워있기 좋아하고 늘어져있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거의 그럴 틈이 없죠 . 애가 아직 어려서요
어쩌다 그냥 아 몰라몰라 하고 남편 옆에 풀썩 드러눕는데
좀 최대한 힘들어 쓰러지듯 베개도 없이 아무렇게나 철푸덕하고요
그럼 꼭 베개를 머리 아래로 넣어주거나 팔을 베어주거든요
이 때 좀 귀여워요
이 남자가 게으르지만 뭔가 자기 몸 덜 쓰고 덜 힘든데 티 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이렇게 깔딱깔딱 하는게요
이런거 아니고 자기 몸 귀찮고 힘들고 그런 부분은
아무리 아무리 말해도 거의 안고쳐지는 똥고집쟁이에요
또 부부 관계 한 2-3개월에 한 번 할까말까인데
그 때마다 너무 해맑게 행복해하고 좋아하면서 시작하는데
그닥 파워가 강하지 못해서....
속상해하고 운동해야겠다.. 진짜 운동이 필요하네.. 주절주절..
이러면서 같은 레파토리 하면서 뭔가 그 순간을 멋쩍어하는것도
조금 웃기고 짠하고 그래요
전 욕구가 거의 없어서 뭐 그냥 그러려니 해요
그래도 맨날 으르릉 거리거나 시큰둥하거나 그러다가
한번씩 눈빛도 맞추고 뭐 스킨쉽을 하면
어..음.. 아직 남편한테 내가 여자이긴 한가? 싶은 순간이기도 해요
저희 40중반 부부인데,, 저 흰머리도 많고 다 늙어 육아하며 폭삭 늙었는데
스킨쉽 전에 남편의 급 빠릿하게 움직이는 모습..
이제 뭐 이런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을거라 생각드네요
이렇게 쓰니 얼추 원만한 부부사이인거 같은데
정서적으로는 아내인 저는 좀 더 대화가 고픈 사람이라서 공허함 느낄 때도 많아요
육아 너무 힘들었고 (거의 독박) 애도 기질이 예민해서 좀비 시절이었구요
그 땐 진짜 어찌나 마음 속에 분노, 원망, 증오 따위로 가득했는지..
아이앞에서는 꼭 부부 싸움 안하는게 제 철칙이어서 참고 참았어요
왜 .. 엄마 기분, 감정 아이가 다 느낀다고들 말하잖아요
이 말이 너무 싫었는데 이 말에 또 지배되어서 죄책감도 가졌었죠
아이랑 둘이서 대부분 보냈지만 그 시간 최대한 행복한 시간 보내면서 버텼어요
그래도 마인드컨트롤 하고 또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아내고 (워킹맘) 하다보니
흔히들..애가 좀 크면 사이가 괜찮아진다? 는 말처럼 분노, 원망은 많이 줄어들었네요
여전히 화가 나는 포인트들은 천지삐까리로 널려있긴 하지만요
근데 넘 주책맞고 당황스러운건
집 근처 놀이터, 공원 등등 부부랑 아가랑 같이 산책하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게 되기도 하구요.. 어쩔 땐 울고싶어지기도해요 ㅠㅠ
우리 아기 어릴 때 정작그 땐 노심초사 애 쫓아다니며 봐야하니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제서야 그런 부부, 아가 모습 보면 자꾸 눈물이 나고 정신이 아득해지더라구요
저 예쁜 시절,, 내가 너무 외로웠다는 그 서글픔이 막 뒷북치듯 폭발
아... 저 말이 되게 장황하고 뭔가 주절주절.. 더 적어도 되나 급 멈칫...합니다
첨 글 쓸 때는 남편이 좀 귀엽기도 할 때가 생기네요?
이 얘기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하소연에 신세타령으로 전환이 ;;;
무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제가 속이 좋은거던가 아님 모자라던가 아님 살려고 정신승리 중이던가이겠지요?
남편으로 인해 괴로운 순간은 참 많기한데
그 괴로움을 잠깐이나마 상쇄시켜 줄 매우매우 드문드문 귀엽게 보이는 순간이
아직 있다는게 새삼 다행이다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