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하남으로 이사온 지 3개월째예요.
솔직히 말하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에요.
압구정에 살 때는 창틀과 베란다에 매일 검은 먼지가 쌓였어요. 매일 닦아도 소용없더라고요. 올림픽대로와 압구정로 차들이 뿜어대는 매연 때문인지, 에어컨 필터도 금방 씨커멓게 변했죠.
여기 하남은 달라요. 일주일에 한 번만 닦아도 노란 흙먼지나 죽은 산벌레 치우는 정도예요.
공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놀라워요. 애들 아토피가 확 들어갔네요.
압구정은 밤낮으로 시끄러웠어요. 24시간 막히는 도로 소음에 시달렸죠. 하남은 10시만 되면 동네가 조용해져요. 처음엔 적응이 안 됐는데, 이제는 이 고요함이 좋아요.
사람들도 달라요. 압구정에선 엘리베이터에서 인사 안 하면 노려보는 어르신들도 있었고, 가끔 주차장 사각지대에서 차를 키로 긁는 테러도 있었어요. 가끔 막무가내 원주민들은 경비한테 90도 인사시키고 반말 찍찍 소리지르던데 여긴 그런 거 없어요. 오히려 이웃들이 친절하고 인사도 잘 해요.
압구정은 쇼핑하기 편하고 교통이 좋았죠. 백화점도 술집도 가깝고. 하남은 그런 건 없어요. 스타필드 원툴. 대신 걸어서 갈 수 있는 산책로가 있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요.
물론 하남도 단점이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압구정보다 하남의 소박함이 좋아요.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서 사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요.
나이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정말 삶의 질이 달라져서 그런가...
아무튼 하남으로 이사 온 걸 후회하지 않아요. 여기서 오래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