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과 사이가 좋아지게 된 계기

돌아보니 조회수 : 5,172
작성일 : 2024-06-23 09:58:28

아이를 낳으며 남편과 방을 따로 쓰게 되었어요

남편 직장이 자동차로 40분정도 거린데 아이때문에 잠을

설치면 출근하며 존다고 해서 그때부터 따로 썼어요

 

아이 초등학교3학년때 남편이 직장 그만두고

자영업 시작하며 둘이서 같이 힘드니까 엄청나게

싸우기 시작한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데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안 맞으니

그걸 맞추지 못하고 엄청나게 다퉜어요

 

 

아이 초5때 시아버님이 말기암으로 힘드신 시기였는데

우리집으로 모셔왔는데 남편은 제가 힘든 것도 알고

고생하는 것도 알고 미안해하는데 시부모님은 한집에서

지내시며 맞벌이에 집안일까지 하는 저는 못마땅

일하고 들어오는 아들은 손님처럼 극진히 대접하셔서

그 동안에 참 힘들고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다른 형제집에는 안 가시고 우리집에만 계시려고 해서

또 엄청 다퉜어요 매일 이혼만 생각했어요

 

 

1년쯤뒤에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 마음이 상할대로

상한채 시어머님은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집에 가셔서

생각해보니 본인의 과오가 느껴지시는 듯 잘 지내보려 하시는데 저는 상처가 너무 많아 만신창이였구요 문제는 또

여름휴가를 혼자 되신 어머니만 두고 갈 수 없다고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거예요 자영업자라 1년 내내 일하고

그 사흘 쉬는데 사흘을 시어머니와 동행이니 남편은

시어머니와 짝이 되어 어머니를 챙기고 저는 제 아이와

짝이 되어 둘이 다니는 여행이었죠 그러던 어느해

시어머니가 병원순례로 우리집에 와서 지내시다가

휴가직전에 집으로 가고 중학생이 된 아들이 학교행사로

여름휴가를 빠지게 되어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과 둘이 휴가를 가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어머니를 챙기지 않아도 되고

아이를 챙기지 않아도 되고 딱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여행이었어요 남편은 저를 챙겼고

저는 남편과 대화다운 대화를 했어요

 

 

남자고 가장이라 말을 안했지만 퇴사전후

개업전후 막중한 책임감과 스트레스로 잠을 못 이루고

그게 불안과 불면증세로 몇년이 이어지며 너무 힘들었다는

거예요 저는 따로 자니까 남편의 상황을 전혀 몰랐고

그날 알았습니다 우리는 다투기만 했으니까요

 

사실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 화내지 않을 일에도

화를 냈다며 사과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힘이 든데도

부모를 모시고 봉양하느라 효를 행하느라

사실 우리 둘은 정말 행복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때 휴가지에서 본 많은 부부들은 짐을 바리바리 들고

아기들을 업고 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휴가를 왔지만

그들은 휴가를 온 게 아니었지요 일투성이었습니다

 

 

 

그 여름은 무척 더웠지만 우리 부부는 맛있는거 먹고 가고싶은 곳에 가보고 낮잠도 자며 휴가를 보내고 오고

방도 같이 쓰게 되었어요 혼자서 불면에 시달리던 남편은

옆에 사람이 있으니 안정감이 들며 약을 먹지 않고도

잠이 잘 온다고 했고 잠들기 전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제 위로를 받으며 마음편하게 잠들었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사이가 좋아지기 시작하고

덜 다투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혼자 계신데 어떻게 우리끼리 휴가를 가겠어

라고 남편이 말하면

같이 안가겠다고 하면 내가 나쁜 사람인것 같아서

늘 그러자고 했어요 남편과 내가 고단한건 묻어둔채

효도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둘은 계속 싸우고

불행했던 거였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데 아내가 행복해지자 남편도 비로소 행복해졌습니다

 

 

언제나 나의 행복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 같아요

 

 

 

IP : 211.203.xxx.1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24.6.23 10:03 AM (115.138.xxx.63)

    저희도 그렇게 돌아돌아서
    중년의 부부가 서로를 챙기게 되더라구요
    시댁챙기고 효도한게 도리라생각했는데
    지금돌아보면 부질없고

    젊은날 서툴러서그런거같아요

    앞으로 부부만 위하고 행복하시길 바라요

  • 2. 음..
    '24.6.23 10:05 AM (223.38.xxx.251)

    언제나 나의 행복을 먼저 돌봐야 한다면
    시모도 그래서 아들네와 함께 했겠죠
    남편도 그게 맘이 편하니 그랬을 거구요
    엄마가 행복해야 자식이 편하다면서요 ㅎ
    다 자기 행복이 우선인 거죠
    어려운 문제예요

  • 3. ....
    '24.6.23 10:12 AM (116.38.xxx.45)

    그래도 남편분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신 분이라
    많이 부럽네요.
    앞으로 행복한 부부 생활 이어지시길요~

  • 4.
    '24.6.23 10:19 AM (211.57.xxx.44)

    원글님 눈물이 나요...
    행복하세요

  • 5. 정잗
    '24.6.23 10:22 AM (70.106.xxx.95)

    그 시부모는 본인 시부모 모시고 여행한번 안갔을거면서
    참 역지사지가 안되는 노인네들.

  • 6. QQ
    '24.6.23 10:22 AM (221.140.xxx.80)

    앞으로 행복하게 사세요
    두분이 상황이 관계를 힘들게 했지
    원래 사이 좋은 부부 같아요
    힘든 상황에서도 휴가를 같이 다니신거 보면
    저흰 저런 상황이면 둘이 휴가 안가요

  • 7. ...
    '24.6.23 10:38 AM (119.69.xxx.167)

    마지막 문장 너무 좋습니다..
    가슴에 새겨야겠어요

  • 8. ..
    '24.6.23 10:54 AM (106.102.xxx.55)

    의무와 책임감만 강조하면 부부사이 멀어지죠. 딱 나만 생각하면 자식과 부모님이 걸리고..결국은 적당히 균형을 맞춰야겠죠.

  • 9. 암튼
    '24.6.23 10:55 AM (222.236.xxx.112)

    시짜들이 문제

  • 10. ㅡㅡ
    '24.6.23 11:49 AM (211.234.xxx.231)

    자녀는 키워서 독립해 보내면 끝.
    그저 잘 살길 축복만 해주고 멀리서 바라보길.
    늙어 덕 보려하는 순간 자녀에겐 불행이고 짐일 뿐.

  • 11. 대화
    '24.6.23 12:49 PM (99.239.xxx.134)

    대화가 되는 사람이었네요
    가족 여행 가서도 혼자 술처먹고 여행중 전화로 효도 안한다고 버럭질한 인간이라 전 예전에 갈라섰어요

  • 12. 글쎄요
    '24.6.23 1:10 PM (61.105.xxx.21)

    지 부모 모시자고 마누라 갈아넣은 남편 뭐가 좋다는건지.
    결혼과 시짜 혐오를 불러오는 글로 읽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6663 아픈 반려동물 돌보기에 지치네요 19 답답 2024/06/23 4,927
1596662 요즘 부동산 어떤가요. 12 .. 2024/06/23 3,866
1596661 가슴이 이상한건지 다떠서 쉽게 안이 보여요 3 가슴 2024/06/23 2,364
1596660 어쩌다 쉬는 하루도 집에 있음 힘들어요. 6 2024/06/23 2,651
1596659 사워도우빵 처음 먹어봤어요. 5 .... 2024/06/23 2,550
1596658 고등1학년 남학생 영양제 추천해주세요 6 ... 2024/06/23 1,072
1596657 건조기..속옷 괜찮나요? 15 ㅇㅇ 2024/06/23 2,974
1596656 에코백의 비에코성 6 ㅁㄴㅇㅎ 2024/06/23 2,618
1596655 김경호변호사님이 하루 만에 유툽구독 폭격을 받았다고 ㅎㅎ 3 응원합니다 .. 2024/06/23 2,564
1596654 아파트 골라주세요 7 .. 2024/06/23 1,560
1596653 월패드 교체해보신 분 얼마 드셨어요? 6 월패드ㅜ 2024/06/23 1,445
1596652 족저근막염 약드세요 9 @@ 2024/06/23 3,254
1596651 이장우 요즘. 정말행복. 해보여요 11 이장우 2024/06/23 7,045
1596650 썬팅한 차 안에서 밖이 보이는 건 밝기차이 때문인가요 7 ㅇㅇ 2024/06/23 1,381
1596649 어느 할머니가 쓴 시 '오직 한사람' 8 2024/06/23 3,904
1596648 전 부모님 돌아가셔도 눈물이안날꺼 같아요 1 00 2024/06/23 2,825
1596647 클래리시드건조시럽(항생제) 복용하고 설사하는데 어떡하죠? 4 도와주세요 2024/06/23 892
1596646 요즘 바르시는 최애 립스틱은? 16 .... 2024/06/23 4,735
1596645 개명하기 14 .... 2024/06/23 2,166
1596644 집에서 드립커피해서 마시기 시작했어요 14 커피 2024/06/23 2,622
1596643 책읽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8 .. 2024/06/23 1,810
1596642 공장형피부과 9 기미 2024/06/23 3,304
1596641 최근 코스트코에서 라꽁비에트 버터 팔던가요? 4 ... 2024/06/23 1,998
1596640 기억해야 할 일있을때 입으로 중얼거리는것도 좋아요. 2 .. 2024/06/23 1,169
1596639 박은정 의원실 제작, 8월 2일 하루 동안의 전화 통화 횟수 5 가져옵니다 .. 2024/06/23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