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부분에서 혼자 욱해서 짜증내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50세 남편...힘드네요.
저는 별 생각없이 평온하게 있다가...날벼락 맞는 기분이라 순간 너무너무 화가 나지만, 최대한 참고 "이게 이럴 일이냐"..."대체 왜 그러냐"면서 논리적으로 따지는 스타일이에요. 전 대화로 서로 섭섭한거 공유하고 빨리 기분을 풀고 싶어하는 성격인데, 남편은 대화로 푸는 것 자체를 싫어해요. (이건 타고난 성향 차이라 어쩔 수 없다는건 알아요...) 제가 따지는 투로 말하기 시작하면 피곤하다고 질색하면서 더 크게 화내거나 나가버리거나...자기 좀 제발 가만히 두래요.(가만히 있던 저한테 불질러놓고말이죠;) 더 젊었을 때는 화가 안풀려서 쫓아가서 싸웠는데, 역효과더라고요. 그리고 이젠 처음부터 선언하더라고요...자기는 대화로 푸는 스타일 아니니까 그냥 똥밟았다고 생각하고 자기 그냥 좀 놔두래요. "가만히 있던 내 기분을 들쑤셔 놓고 너무 무책임한거 아니냐"고 하면, 미안하지만 자긴 얘기하기 싫으니까 내 마음은 스스로 다스리래요.
그런데 제가 안건드리고 시간이 이삼일 지나면, 대체로 먼저 풀려서 말걸거나, 오바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해요. 자기도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생겨먹어서...그 순간에는 대화도 뭐도 안되고 그냥 혼자 시간이 흘러야 풀린대요. (화난 내용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안해요...그런건 말해봤자 의미없는거래요;;;) 저는 화도 금방 가라앉는 성격이라, 저렇게 나오면 그냥 넘어가거든요. 아무래도 불편한게 더 싫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너무너무 답답하고 억울하고 짜증나요. ㅠㅠ 오늘 저녁에도 좋은 마음으로 분위기 좋게 있다가 갑작스러운 짜증 폭발에 날벼락 맞고...왜 그러냐고 따졌더니 처음엔 빈정대면서 맞받아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좀 제발 가만히 놔두라며...머리 식히고 온다고 나가버리고 좀 전에 들어와서 방에 틀어박혀 있네요....별것도 아닌 일이라, 자기가 왜 짜증을 냈는지 말이라도 해주면 전 그냥 넘어가줄 수 있거든요. 20년 되어가니 서로 성격, 장단점 모르는 것도 아니고...사실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이 아니고, 계속 함께 할거라는 신뢰는 있으니까 사소한 거는 다 눈감아 줄 수 있거든요. 항상 그렇게 말도 하고요. 원래 제 성격 같아서는 방문 열고 들어가서 마구 쪼아주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많은걸 아니까 제 감정만큼 몰아붙이지도 못하겠고, 일단 참자...고 마음 다스리고는 있는데 뭔가 억울하네요 ㅎㅎ 부당한 일을 당했는데, 어차피 화내도 나만 손해일 것 같아 참을 수 밖에 없는 기분이랄까...
너무너무 꼴보기 싫고 때려주고 싶은데, 불쌍하기도 하고...짜증나기도 하고...결혼 연차가 쌓이니까 순수히 화내는 일도 어렵네요. 남편이 틀어박혀 있는 방문 열고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을 다스르기 위해 넋두리 글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