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조회수 : 1,420
작성일 : 2024-06-17 15:11:33

요즘 예술영화로는 심상치않게 제법 사람을 많이 모은다는 작품이죠

지난 토요일, 친구랑 봤습니다

보통은 혼자 보는데, 오랫만에 그 친구랑 만나자는 구실로 영화를 들이댔죠

더구나 이런 류의 영화는 혼자봐야하는데 그나마 그 친구는 이런 류의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친구여서리... 

이런 류의 영화라 함은 칸 영화제 수상작,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같은 수상 타이틀 붙은 영화를 말합니다 ㅎㅎㅎ

그래서 이 친구랑 '슬픔의 삼각형'도 같이 봤습죠

 

저나 친구나 수상 타이틀 말고는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들이대고 봤습니다

기본 스토리가 어떤지, 어느 나라 작품인지, 감독이나 배우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그래서 이런 스토리인 줄 모르고 봐서 솔직히 좀 충격적이기도 하고 또 다른 면으로는 오염되지 않은 아주 날것스런 감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 보고 나오는데, 친구가 영화보는 내내 너무너무 무서웠다고 합니다

제 감상은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고 잔잔한 나머지 지겨워서 1초씩 수시로 졸면서도 영화가 어찌나 살벌한지, 도저히 잘 수가 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칸에서 그랑프리를 받기도 했지만, 영국과 미국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외국어 영화상을 휩쓸었다고 합니다만, 특이한 점은 칸에서 음향상, 아카데미에서도 음향상을 받은 영화로, 이 영화에서는 음향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냥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화면, 배우의 연기가 아니라, 소리가 핵심인 영화라고 생각해야할 정도로 가장 메인인 영화입니다

제 친구가 느낀 무서움의 근본이 아름다운 시각적 화면 뒤로 깔리는 사람들의 소리, 기계음, 불협화음의 불안한 음악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보이는 것과 달리 소리로 자극하는 상상력은 시각적 자극과 서사적 자극과는 차원이 다른,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우슈비츠가 어땠는지 영화는 물론, 너무나 많은 자료와 역사로 알고 있어서, 어쩌면 이젠 너무나 클리셰로 치부할 수도 있는 끔찍함이라, 감동이나 충격이 둔감해질대로 둔감해져 있는 소재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둔감함을 아주 조곤조곤 깨부셔버립니다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가 그의 책에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썼다고 하잖아요

(저 그 책 사다 놓고 아직 못 읽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냥 '악의 평범성' 그 자체입니다

그게 고작 나치 독일이 저지른 죄악이기만 할까요?

소재는 아우슈비치이지만,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내안에 나도 모르게 잠재하고 있을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호되게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에 아주 독특하게 표현된 아주 실낱같은 인지상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얄팍한 인정, 인류애가 너무나 일상화된 '악의 평범성'을 진압할 수 있을지, 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기대하기도 어렵지 않나...

 

혹시나 호기심에 보실 분은 꼭 극장에서 보시길...

앞에 쓴대로 이 영화는 음향이 영화 감상의 50% 이상, 아니 80% 정도의 중요성이 있는 영화라 아무리 집에 극장에 필적하는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는 한, 절대적으로 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단지 배우 연기와 연출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기술적 새로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영화라, 새로운 체험이 될 겁니다

그리고 겁나 졸릴 수 있습니다

저는 수시로 정말 1~2초씩 졸면서도 꿋꿋하게 스토리 빼먹지 않을만큼 열심히 보기 봤습니다

지루해서 졸려 죽겠는데도 살벌해서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영화입니다

집에서 보면 대략 10분이면 채널 돌아가고 플레이를 종료할 수 밖에 없을, 그래서 끝까지 보기 힘든 영화입니다

그래서 극장 관람을 적극 추천합니다

 

IP : 58.145.xxx.13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24.6.17 3:25 PM (39.7.xxx.230)

    봤는데 음향이 정말 비중이 커서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것 동의합니다
    졸리진 않고
    저게 일상이지…
    지금도 누군가는 저런 일상을 살고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봤어요
    한밤 중 붉은 섬광, 매캐한 연기에 말도없이 도망쳐버린 할머니만이 그 영화에서 현실을 받아들인 분이죠. 장에서 유대인의 물건을 놓쳐서 아까움을 느낄 때와 실제로 그 연기, 소리를 듣고 보는 것은 다르니까요.

    저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예요.

  • 2. 보고
    '24.6.17 3:32 PM (175.206.xxx.101)

    저도 보고나서 여운이 아주 길게 남았어요

  • 3. ..
    '24.6.17 3:42 PM (211.234.xxx.3)

    악의 평범성이 진부함이 되고 있는 현 대한민국

  • 4. 드디어
    '24.6.17 4:19 PM (223.62.xxx.254)

    82에도 후기가 올라오는군요. 저혼자 외로웠다구요 웰컴~~
    전 충격이 상당해서 두 번 봤습니다
    저도 극장관람 적극 추천하고, 절대 스포 알고 가지 마세요 ㅡ!!
    아무것도 모르고 가야
    극장 나와서 소름돋고 충격받습니다
    이거 보고 관련 영화 다 봤어요.

  • 5. 드디어
    '24.6.17 4:21 PM (223.62.xxx.254)

    저는 사실 한국 조상님들이 쪽바리에게 당한것과 똑같아서 그 부부와 주변인 ‘고용인?’들의 일상이 남의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 6. ..
    '24.6.17 4:38 PM (1.231.xxx.177) - 삭제된댓글

    혹시 블로거세요?
    영화 본 후 4~5개의 블로그 글을 읽었는데 우연이라 하기엔
    감상 포인트 및 단어표현이 왜 이렇게 다들 유사할까요?
    글들이 상향평준화 된 느낌이 있지만 이동진이 필두인가
    이 영화 감상의 해답지처럼 서로의 글들을 레퍼런스 삼나 봅니다.

  • 7.
    '24.6.17 6:51 PM (211.36.xxx.10)

    전 만오천보 걷기 운동 후에 극장가서 봐서인지
    오만상 졸다가 나왔어요.
    그치만 전반부 잠깐 본 내용만으로도
    원글님 말씀이 뭔지는 알겠어요.
    극장에서 다시 볼까 봐요

  • 8. ..
    '24.6.17 7:43 PM (106.101.xxx.147)

    겁이 많아 무서운거 못보는데 심장 떨어지게 깜짝 놀라고 그러진 않나요? 저도 보고싶네요

  • 9. 드디어
    '24.6.17 8:12 PM (223.62.xxx.143)

    ㄴ네ㅜ윗님. 저도 엄청 겁 많고 쉰들러리스트 보고도 후유증 오는 쫄보인데요. 이 영화는 이 주제를 다루면서 우리같은 쫄보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화인 것 같아요.
    할 말 다~~하면서 하나도 피튀거나 아프거나 이런 장면 없고요.
    물론 뭐 워낙 주인공 부부가 권력자니까 아랫사람에게 소리지르고 화내는 건 나오긴 합니다만 그정도는...
    심장 떨어지게 놀래키는 장면, 잔인한 장면 1도 없어요.
    그런데도 다~~~ 보여주고 다~~~말하고 있어요. 감독 천재
    잔인한 장면 없이 다 말해줘서 심장 부여잡지 않고도 영화 메시지 다 받아먹을 수 있어서 감사해요
    꼭 보세요.

  • 10. 드디어
    '24.6.17 8:17 PM (223.62.xxx.143)

    유태인 학살에 대해 많이 아시면 더 잘 보일 것들이 많고요
    근데 스포 모르고 가는 게 집에 가는 길에 머리 띵 맞고 곱씹을 거 많기 때문에 스포는 안 드릴게요.
    근데 진짜 심장 약한 사람도 이 주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영화. 이건 확실해요
    저는 이론으로는 아는 거 많고, 주인공 부부가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인사여서 이들에 대해 아는게 많았는데도 2회차 때 보니 처음에 놓쳤던 게 많았더라구요.
    그런데 놓치기 싫다고 다른거 찾아보진 마시길. 그럼 뭔가 집에 갈 때의 그 곱씹고 싶고 충격먹은 기분이 사라지거든요
    1회차 보고 나서 뒤통수 맞은 기분? 얼얼한 기분. 간만에 느껴봅니다

  • 11. ^^
    '24.6.18 1:34 AM (211.58.xxx.62)

    존 오브 인터레스트 원글님덕에 알게 되고 꼭 볼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03404 남편이 갑자기 멋있어보인다....ㅂㅣ 2 ... 2024/06/19 1,816
1603403 네이버 중복예약 문제 기사. ,,,, 2024/06/19 649
1603402 수시 원서 쓸때 궁금 13 ... 2024/06/19 1,229
1603401 시가랑 여행이 그리 많아요? 33 ... 2024/06/19 3,165
1603400 수면공감 우유베개를 세탁기에 돌려버렸어요 아오 2024/06/19 557
1603399 스텐연마제 제거 3 블루커피 2024/06/19 1,105
1603398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尹 정부는 '침묵' 8 ㅁㄴㅇㄹ 2024/06/19 777
1603397 근막 마사지 또는 셀룰마사지 해보신분요 ㅇㅇㅇ 2024/06/19 404
1603396 약정 끝난 핸드폰도 전화 딜로 요금 할인 받을 수 있나요? 5 할인 2024/06/19 582
1603395 서울에 강남송파쪽 스몰웨딩장소 10 예식 2024/06/19 1,036
1603394 맹장 터지신분 병원가셨겠죠? 7 .... 2024/06/19 2,480
1603393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 이십니다 41 ㅎㅎㅎ 2024/06/19 1,431
1603392 em쓰고 머리칼이 푸석해요 8 em 2024/06/19 1,392
1603391 편의점 택배 요즘 빨라진 것 같지 않나요? 1 ... 2024/06/19 474
1603390 고성, 평창 여행지 추천해주세요 5 2박3일 2024/06/19 782
1603389 현빈 표 안중근, 전세계 휩쓴다.."`하얼빈`, 토론토.. 13 매국노 친일.. 2024/06/19 3,133
1603388 서울송도병원 대장 내시경 문의합니다 2 ... 2024/06/19 509
1603387 맥주 쏟고 "구청 직원인데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quo.. 9 ,,,,,,.. 2024/06/19 1,272
1603386 시부모님, 시누이와 휴가? 32 시가 2024/06/19 4,422
1603385 귀안쪽 바퀴가 붓고 간지러워서 긁으니 진물이 나와요 어쩌죠 6 2024/06/19 1,379
1603384 노르스름한 피부인데 썬크림 바르면 잿빛이 되요 8 .. 2024/06/19 1,042
1603383 이런 영상은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드나요 ... 2024/06/19 314
1603382 망초나물 아세요? 13 김돼 2024/06/19 1,322
1603381 유기 놋그릇 광내서 닦아 주는 곳 아실까요? 4 유림이 2024/06/19 786
1603380 한약으로 체지방만 6키로 빠졌는데 원리가? 20 한약 2024/06/19 3,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