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Adrienne, 당신은 나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었어요.

... 조회수 : 816
작성일 : 2024-06-11 13:47:41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9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영화나 드라마에서 클리쉐가 된 비오는 날, 거침없이 쏟아지는 비를 아무런 저항없이 즐기며 만끽하는 모습. 자유로움과 해방의 전형적 상징. 

 

남편과 나와 한 살이 되기 한 달 남은 강아지는 습기없는 섭씨 24도 정도의 거리를 서로의 행복한 눈을 놓칠세라 발걸음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변하는 이곳의 날씨에 어김없이 당한 날이었다.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단골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 커다란 파라솔 아래 잠시 비를 피하고자 서있는데, 

이유 없는 거센 비 속에 야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실내로 뛰어들어가고, 빗겨 내리치는 비바람에 커다란 파라솔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강아지가 없었다면 실내로 가서 맥주를 마시며 깔깔거릴텐데, 이미 30kg 가까이 되었던 우리의 어린 녀석에게 실내는 허용이 되지 않았다. 강아지는 무섭게 내리는 비가 무서웠는지 걷기를 거부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비오니까 따뜻하게 와인 마시면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자.

 

그래도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재미있잖아. 우리는 정말 멍청해, 항상 아무런 대비가 없어 하면서 웃는데, 그녀가 술잔을 들고 그녀의 남편과 빗속으로 나왔다.

너희 정말 행복해 보여. 같이 놀자. 

음.. 솔직히 행복하지는 않은데, 재미있어. 그래 같이 놀아.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너무도 환한 미소의 그녀. 살짝 삐져나온 덧니도 사랑스러운 Adrienne.

그 후로 몇 번을 더 만나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18살에 첫 아이를 낳았어.

어머. 너희 고등학교 첫사랑인거야?

아니. 이 사람과는 재혼이야. 첫 남편과는 둘째를 낳고 바로 이혼했어. 난 첫 아이를 낳고, 간호대학에 갔어. 어떻게 살아냈나 몰라. 둘째는 발달장애 미숙아로 태어났고, 자폐 스펙트럼도 진단 받았어. 그 아이는 14번 수술을 해야 했어. 병원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 정도의 케이스였어. 

 

그녀의 남편은 아이가 없이 이혼후 그녀와 재혼. 그들은 그녀의 첫 째를 아름답게 키워 냈다. 그리고 둘째 역시 훌륭히 키워내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수 많은 에피소드를 다 쓸 수는 없다. 그저 여기 살고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만을 쓸 뿐이다. 그녀는 거창한 수식어 없이, 모든 사람이 또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미숙한 상태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또 온전히 그 책임을 진다. 그리고 여전히 미숙하지만, 또 다른 기회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것이 서로 기대어 사는 사람. 인간이라고 나는 미숙한 채로 생각한다. 

IP : 108.20.xxx.18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궁금
    '24.6.11 3:49 PM (58.127.xxx.56)

    Adrienne을 마지막 만난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 2. ...
    '24.6.11 8:50 PM (108.20.xxx.186)

    안녕하세요 58님.
    올 해는 아직 그녀를 만나지 못했어요. 둘째가 중학교 다니면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거든요.
    저희는 순간 순간 서로가 생각날 때, 문자를 하고 소식을 전해요.
    사랑이 여기저기에 크게 작게 존재하고 있어서 좋아요.

  • 3. 궁금
    '24.6.15 1:28 PM (58.127.xxx.56)

    그녀를 반갑게 만난 날 글 올려주세요.
    저도 만남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8053 딸아이 대학 제품들 제가 쓴다? 안쓴다? 말해주세요 51 2024/07/02 7,062
1598052 북서향 방이 2개인데 어떨까요..? 10 .. 2024/07/02 1,739
1598051 처방약중에서 어떤약이 불면을 야기할까요? 5 약 좀 봐주.. 2024/07/02 795
1598050 세상 경험이 많을수록 좋은건 뭔가요? 23 ㅇㄱ 2024/07/02 3,832
1598049 시청앞 교통사고 출발점이 조선호텔? 11 이해불가 2024/07/02 17,433
1598048 친정아빠 운전면허 적성검사 받는데.. 3 .. 2024/07/02 3,149
1598047 인천공항 제1,제2 여객터미널 ???알려주세요 5 2024/07/02 1,902
1598046 성격이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 20 2024/07/02 5,273
1598045 급발진예방법 2 .. 2024/07/02 3,347
1598044 브레이크 밟는다는 걸 악셀 밟은 게 아닐까요? 10 ㅁㅁ 2024/07/02 6,210
1598043 100% 통밀 식빵 사봤는데 14 ...ㅇ 2024/07/02 6,514
1598042 급발진 아니네요! 4 아.... 2024/07/02 7,821
1598041 족저근막염에 좋은 슬리퍼 추천해 주세요. 8 뎀뿌라 2024/07/02 2,399
1598040 머리는 감고 왔는데... 6 ... 2024/07/02 3,198
1598039 네이버줍줍하세요 7 ..... 2024/07/02 2,595
1598038 미래 생각말고 오늘을 즐겨야 4 .. 2024/07/02 3,156
1598037 테러네요 6 ... 2024/07/02 3,522
1598036 목걸이 고민입니다. 반클 기요세와 불가리 디바스드림 14 2024/07/02 3,451
1598035 가해차량 이동 동선 4 ... 2024/07/02 6,144
1598034 미치게 머리 감기 싫네요. 25 .... 2024/07/02 5,169
1598033 출산율 낮은 진짜 이유가 또 있었네요 12 2024/07/02 8,171
1598032 86만명이 참여하셨습니다. 8 꺼져 2024/07/02 1,979
1598031 맘에 드는 가방보고 어디꺼냐 묻는다면요? 11 소심이 2024/07/02 4,196
1598030 일주일전쯤 schd etf4주 300$샀는데 배당$2.8 세 후.. 9 계산좀 부탁.. 2024/07/02 2,188
1598029 사망자 명단보는데 눈물이 쏟아지네요. 11 ... 2024/07/02 10,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