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Adrienne, 당신은 나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었어요.

... 조회수 : 722
작성일 : 2024-06-11 13:47:41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9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영화나 드라마에서 클리쉐가 된 비오는 날, 거침없이 쏟아지는 비를 아무런 저항없이 즐기며 만끽하는 모습. 자유로움과 해방의 전형적 상징. 

 

남편과 나와 한 살이 되기 한 달 남은 강아지는 습기없는 섭씨 24도 정도의 거리를 서로의 행복한 눈을 놓칠세라 발걸음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변하는 이곳의 날씨에 어김없이 당한 날이었다.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단골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 커다란 파라솔 아래 잠시 비를 피하고자 서있는데, 

이유 없는 거센 비 속에 야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실내로 뛰어들어가고, 빗겨 내리치는 비바람에 커다란 파라솔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강아지가 없었다면 실내로 가서 맥주를 마시며 깔깔거릴텐데, 이미 30kg 가까이 되었던 우리의 어린 녀석에게 실내는 허용이 되지 않았다. 강아지는 무섭게 내리는 비가 무서웠는지 걷기를 거부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비오니까 따뜻하게 와인 마시면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자.

 

그래도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재미있잖아. 우리는 정말 멍청해, 항상 아무런 대비가 없어 하면서 웃는데, 그녀가 술잔을 들고 그녀의 남편과 빗속으로 나왔다.

너희 정말 행복해 보여. 같이 놀자. 

음.. 솔직히 행복하지는 않은데, 재미있어. 그래 같이 놀아.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너무도 환한 미소의 그녀. 살짝 삐져나온 덧니도 사랑스러운 Adrienne.

그 후로 몇 번을 더 만나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18살에 첫 아이를 낳았어.

어머. 너희 고등학교 첫사랑인거야?

아니. 이 사람과는 재혼이야. 첫 남편과는 둘째를 낳고 바로 이혼했어. 난 첫 아이를 낳고, 간호대학에 갔어. 어떻게 살아냈나 몰라. 둘째는 발달장애 미숙아로 태어났고, 자폐 스펙트럼도 진단 받았어. 그 아이는 14번 수술을 해야 했어. 병원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 정도의 케이스였어. 

 

그녀의 남편은 아이가 없이 이혼후 그녀와 재혼. 그들은 그녀의 첫 째를 아름답게 키워 냈다. 그리고 둘째 역시 훌륭히 키워내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수 많은 에피소드를 다 쓸 수는 없다. 그저 여기 살고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만을 쓸 뿐이다. 그녀는 거창한 수식어 없이, 모든 사람이 또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미숙한 상태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또 온전히 그 책임을 진다. 그리고 여전히 미숙하지만, 또 다른 기회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것이 서로 기대어 사는 사람. 인간이라고 나는 미숙한 채로 생각한다. 

IP : 108.20.xxx.18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궁금
    '24.6.11 3:49 PM (58.127.xxx.56)

    Adrienne을 마지막 만난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 2. ...
    '24.6.11 8:50 PM (108.20.xxx.186)

    안녕하세요 58님.
    올 해는 아직 그녀를 만나지 못했어요. 둘째가 중학교 다니면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거든요.
    저희는 순간 순간 서로가 생각날 때, 문자를 하고 소식을 전해요.
    사랑이 여기저기에 크게 작게 존재하고 있어서 좋아요.

  • 3. 궁금
    '24.6.15 1:28 PM (58.127.xxx.56)

    그녀를 반갑게 만난 날 글 올려주세요.
    저도 만남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02396 황매실과 홍매실 차이 있나요 2 ........ 2024/06/15 1,049
1602395 깐마늘로 마늘 장아찌? 4 게으른 주부.. 2024/06/15 934
1602394 친구가 이기적이라고 전하는데요, 4 지금 2024/06/15 2,793
1602393 형사는 누가 되는건가요 1 . . . 2024/06/15 1,542
1602392 후르츠칵테일 사용방법 5 오마이 2024/06/15 1,261
1602391 푸틴이 방북한다는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고요? 18 참나 2024/06/15 1,704
1602390 저출산 특단의 대책이 생각났어요 10 wjdqnd.. 2024/06/15 2,160
1602389 침대헤드 없으면 불편한가요? 24 침대 2024/06/15 4,075
1602388 미국에서 방값 싼 지역이 어딘가요? 12 ... 2024/06/15 2,421
1602387 여러분들 새 옷 꼭 세탁해서 입으세요 26 세탁 2024/06/15 19,466
1602386 친정엄마가 묻지도 않고 보낸 반찬 28 Lllll 2024/06/15 8,059
1602385 20대 남자들 식당 차리고 건들거리는 거 꼴비기 싫네요 69 으휴 2024/06/15 20,601
1602384 후덥지근하네요 주말 저녁 풍경 어떠신가요 4 주말 2024/06/15 1,860
1602383 스폰지밥 보는 고양이 4 .. 2024/06/15 1,422
1602382 하루 사이에 2키로 쪘네요 3 ㅇㅇ 2024/06/15 3,089
1602381 유통기한 지난 프로바이오틱스 괜찮나요? 8 .. 2024/06/15 1,173
1602380 적정 냉장온도는? 4 2024/06/15 711
1602379 적게벌고 소소하게 쓰면서 여유에 중점을 둔 분들 6 나무 2024/06/15 3,042
1602378 어제, 이재명 대표가 작심 발언 했네요 41 응원합니다 .. 2024/06/15 4,612
1602377 지마켓 국내산 양송이버섯 쌉니다 8 ㅇㅇ 2024/06/15 1,908
1602376 어떨결에 차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49 .... 2024/06/15 7,464
1602375 어깨인공관절 수술 명의 있을까요? 1 ㅇㅇ 2024/06/15 1,092
1602374 오랫만에 라면은 먹었는데요 1 .... 2024/06/15 2,083
1602373 이화와 김활란총장 모독한 김준혁 고발위한 서명 30 창피해 2024/06/15 2,471
1602372 저출산 특단의 조치로 33 ㅗㅎㅎㄹ 2024/06/15 4,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