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년은 6학년 학기초에 전학을 왔다. 막 반장선거가 끝난 학기초였다.
미소년이었다. 출중했다. 완벽했다.
어머니는 누구시니.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니. 다가가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소년은 훌륭했다.
미소년이 전학오기 전에는 반에는 키가 크고 외모가 훤칠한 반장. 부잣집 아들 부반장.
부모님없이 할머니와 살지만 성실하고 공부잘하는 부반장. 이렇게 세 명이 골고루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이좋게 나눠가지고 있었는데 미소년이 전학오며 이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모두 미소년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머리가 좋고 눈빛은 빛나며
눈코입 어디 하나 수려하지 않은데가 없고 깍아놓은 듯한 턱선까지 가진 미소년은 전학생으로
교단위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았고 우리는 울렁이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미소년은 너무나 탁월하게 뛰어나 여학생은 물론 남학생들도 미소년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다
우리는 아이들임에도 그 애가 자라면 우리와는 다른 어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경외심을 가졌다. 졸업사진에서 미소년은 꿈꾸는 듯한 눈을 하고 먼 곳을 보고 있는데
그 사진에서 그는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여중. 여고에 진학하고도 가끔 졸업앨범을 꺼내서
미소년을 보곤 했다.
남중. 남고에서 전교권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고3이 끝났을 때 용기있는 여학생이 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고
한번 만나자고 했다. 육사에 합격했다는 미소년은 그 전화를 받고 순순히 나오겠다고 했다고 했다.
용기있는 여학생은 전화할 용기는 있었지만 앞에 나설 용기는 없었다.
여학생은 미소년에게 우리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던 동네의 큰 길에 있는 육교 밑
제과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막상 당일날 용기가 나지 않은 여학생은 제과점 맞은편의 서점에서
미소년을 기다렸다.
꿈꾸는 듯한 눈과 형형하던 눈빛. 순정만화의 주인공같은 눈코입과
만져보고 싶은 턱을 가졌던 그 소년을 기다렸다.
혼자 나가기 너무 떨려서 다른 친구도 데리고 갔다.
제과점앞에 미소년이 나타났다. 졸업한지 6년만이었다. 뭐가 되어도 될 녀석이라고
아이들끼리 주고받던 이야기 속의 미소년이 제과점 앞에 나타나 섰다.
나는 스물두살때 길가다 만난 그 용감한 여학생(동창)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를 듣기위해 카페에 갔다. 정말 궁금했다. 용감한 여학생은 서점 안에서 제과점 앞에
선 미소년을 바라보았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정말 미소년이 한번 보고 싶었다.
실제로 한번. 너무너무 미소년을 만나고 싶었다. 나는 원빈이거나 현빈이거나 강동원같은
그를 상상했다. 우리는 그를 만나기 위해서 그러면 동창회를 열어보자고 했고
여덟명의 여자동창이 그 목적 아래 모였다. 미소년만 부르면 이상하니까 연락되는 다른 남자
동창들에게도 연락을 했다. 갑자기 동창회를 하게 되었다.
몇번의 동창회를 가지며 그에게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육사에 재학중이라 만나기가 어려웠다.
여름방학에는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여름방학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청춘의 동창생들은 서로 좋아하게 되어 몇명이나 커플이 되었다.
원래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는데 미소년을 기다리는 동안 여학생들은 다른 남자동창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목적은 잃어버린 채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그 나이에는 금방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는 와중에 여름방학이 되었고 드디어 미소년이 온다고 했다. 그 날은 동창회에
우리반이 아닌 다른 반 여학생들도 왔다. 남학생들이 오늘 왜 이렇게 인원이 많으냐고
의아해했다. 몹시 흥분되고 들뜨고 감정이 파도처럼 출렁출렁하는 날이었다.
나만이 아니고 모두 그랬다. 드디어 어른이 된 그를 만나는 것이었다.
입구에 미소년이 들어왔다. 스물둘. 스물셋. 어른이 된 미소년이 드디어 우리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