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남편과 함께 유학가서 거기서 애를 낳았어요.
한국에서 애기 딸린 애엄마로 살아보질 않아서 한국에서와 비교할 경험이 없기는 했지만
한국과 달랐던 점은 거기 사람들이 애를 예뻐해주고 애엄마를 잘 도와준다는 거였어요.
버스 탈 때 유ㅠ모차 가지고 타면 버스 앞쪽 말고 중간에 타는 문은
버스가 조금이라도 더 지상에 닿게 내리는 거야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애엄마가 좀 능숙하게 버스에 오르지 못하고 시간이 좀 걸리거나 뭔가 능숙하지 못하면
할머니 빼고는 누구라도 바로 달려들어서 유모차를 아예 들어올려 주던 사람들.
유모차 가지고 계단 앞에 서 있으면 내가 엘레베이터 찾을 틈도 없이
다가와서 유모차를 번쩍 들어서 계단 아래까지 내려주던 사람들, 살던 내내 항상 그랬죠.
버스 안에서 애가 누군가를 보고 웃고 있어서 보면 애랑 눈으로, 손으로 놀고 있던 할머니나 할아버지들.
젊은 사람이라도 애가 뭐라 하면 열에 열 다 뭐라도 반응해줍니다.
슈퍼에 가면 유모차에 앉은 애기한테는 공짜로 빵에 넣어 먹는
한국식으로 말하지면 햄 같은 한조각을 항상 주고 그건 어딜 가든 마찬가지였죠.
어딜가든 어느 나라 애기든 애기들한테나 무척이나 관대하고 웃음을 보여주는 식이어서
그 건조하고 진지하고 잘 웃지 않는 사람들이 특이하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낯선 곳에서 애 키우면서도 힘들지 않았던 한 부분이었어요.
아니 애 데리고 밖에 나가면 어떤 식으로든 꼭 웃을 일이 있던 식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받은 만큼 저도 한국 와서 저도 어디서든 애들한테는 관대하고
예쁘게 보려고 하는 편인데도 힘든 경우가 왕왕 있더라구요.
그게 어떤 경우냐면 내 집에서야 어쩌든 상관 없지만 밖에 나와서 실내에서
소리지르고 시끄러운 애들, 막 뛰어 다니는 애들 그리고 그런 애를 제지하고 교육하지 않는
부모를 보면 애를 예쁘게 보려는 마음이 싹 가신다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내 애도 그렇고 거기선 어느 나라 애건
실내에서 뛰어 다니고 소리 지르고 이런 애는 거의 없었고
설사 있다 해도 그런 애한테는 바로 부모가 응징에 들어가기 때문에
계속 되기가 어려웠다는 거든요.
밖에서 남을 조금만 더 배려하고 공중질서를 지키는 쪽으로 부모가 교육해도
아마 한국에서 애를 키울 때 남들도 조금이라도 호의적인 눈으로 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는 왜 그렇게 애들이 밖에 나와서 실내에서 시끄럽고 산만할까요?
부모들이 이미 시끄러워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어릴 때부터 어른의 통제 하에 있지 않고 자기 맘대로
하는 걸 자유롭게 키운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내 애 데리고 밖에 나가서 남과 함께 웃을 일이 있으면 나도 좋잖아요.
근데 한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어서 좀 안타깝고
그저 내 집 안에서만 황제, 왕자, 공주면 상관 없는데 훈육이 빠지고 그저 공주, 왕자
그대로 애들이 밖에 나가면 어떤 눈을 받게 될지 저도 그 애들을 보면서 웃지 않게 되니까
좀 안타깝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