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앵두나무 옆에서

채송화 조회수 : 1,399
작성일 : 2024-06-01 20:39:11

울어머니,

마당가에 앵두나무 서너그루 심으시고

해마다 뿌듯하게 바라보셨지.

얘야~ 앵두익었는데 따러 오려무나.

초여름, 외며늘 내려오라 유혹하시면

나는 어머나 너무 예뻐요 호들갑떨며

술담그고 씨뱉으며 먹어대고 하하호호.

 

그러다 어머니 치매진단 받으시고

주간보호센타 다니실때, 아들은 엄니곁에서

꼬박 2년을 보살피며 농사일 배워놓고

웃픈 추억들 차곡차곡 쌓이놨지.

주말에 반찬 만들겸 내려오면 

엄니는 마당끝 앵두나무를 붙잡고 엉거주춤

쉬를 하시고, 나중엔 간신히 쪼그려 앉아

응가도 하시고, 

그렇게 거름을 주시곤 했지.

 

지금은 요양원 가신지 3년반.

엄니의 앵두는 양귀비꽃이랑 장미랑 같이

빨강색으로 단합대회 하는듯 마당을 밝히고

엄니만 안계신 이 여름, 이 집에선

아직도 철없이 늙어가는 며느리만

앵두따서 또다시 술을 담그네.

나도 엄니처럼 저 앵두나무에 의지해

쉬를 하는 그날이 오겠지.

 

개구리 개굴개굴대는 이 시골집.

이곳에서 나는 그렇게 

앵두처럼 익어가고 있다네.

.

 

IP : 211.234.xxx.12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6.1 8:40 PM (116.42.xxx.47) - 삭제된댓글

    잔잔한 수필 한편 잘 읽었네요
    앵두술은 처음 들어요
    맛있나요^^

  • 2. 별초롱
    '24.6.1 9:10 PM (114.203.xxx.84)

    어우~82엔 왜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늦은 저녁먹고 베란다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읽는데
    뭔가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나도 그 세월을 본듯
    스르륵 넘어가네요

  • 3. 아~
    '24.6.1 9:44 PM (223.39.xxx.156)

    그립네요 앵두나무~~ 시골집~~ 눈에 그려지는듯

  • 4. 저도
    '24.6.1 9:56 PM (220.117.xxx.61)

    저도 어릴때 한옥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어요
    하얀꽃이 피고 지고나면 앵두가 열렸었죠.
    저도 땅에 앵두나무 키우려고 당근에서 아주 애기애기한 나무를 3개샀어요
    잘 키워 앵두 먹으려구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5. as
    '24.6.1 11:09 PM (14.53.xxx.152)

    저 요즘 친정엄마가 따주신 앵두 먹기 바빠요
    앵두주 비법 알려주세요

  • 6. ...
    '24.6.2 1:33 AM (125.189.xxx.187)

    - 鄕居暮春 [향거모춘] -

    綠葉櫻桃赤熟成 [녹엽앵도적숙성]
    野薔茨上破蟾耿 [야장자상파섬경]
    金波廣墅微豊浪 [금파광야미풍랑]
    皎照泉中艶汝榮 [교조천중염여영]

    - 저문 봄 고향에서 -

    푸른 잎새 앵두가 붉게 익어갈 제
    찔레꽃 가시 위로 달빛이 부서진다.
    금물결 넓은 들은 미풍에 일렁이고
    달빛 어린 샘물에는 고운님 웃고 있네.

  • 7. 동고비
    '24.6.2 9:43 AM (1.246.xxx.38)

    82쿡의 매력이죠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는게~~어제 앵두나무 보고와서 글을 보니 더 감동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0993 이상한 남자를 일 년이나 못 벗어나고 사귄 적이 있어요 10 ㅇㅇ 2024/06/23 3,757
1580992 포트넘앤메이슨 같은 쿠키를 뭐라하나요? 11 ㅇㅇ 2024/06/23 2,519
1580991 그 도서관 자리잡아주던 같은 동아리 남학생얘기 4 .. 2024/06/23 3,186
1580990 이런 남자, 남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2 ?? 2024/06/23 1,742
1580989 바람솔솔 잘통하는 가리개 알려주세요 퓨러티 2024/06/23 866
1580988 한동훈 “당대표 되면 채해병 특검법 발의" 36 ... 2024/06/23 3,198
1580987 노인 실내용 보행기 추천부탁드려요 4 엄마 2024/06/23 1,628
1580986 옻칠된 도마)원래 끈적이나요 7 땅맘 2024/06/23 1,493
1580985 실손 면책기간 질문 3 고혈압등 2024/06/23 1,685
1580984 단체로 버스타고 야유회갔는데 옆자리사람이 29 야외 2024/06/23 20,793
1580983 낮과밤이 다른 그녀 그냥 정통 코미디였으면 5 유행 2024/06/23 3,605
1580982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 첫 참여~ 5 하춘화마타타.. 2024/06/23 1,618
1580981 이 정도면 뭔가요.. 3 ㅡㅡ 2024/06/23 1,534
1580980 결혼 20년차지만 어려운 시댁.. 21 ..... 2024/06/23 8,712
1580979 출산이나 수유 안 하신 분들은 5 흑흑 2024/06/23 2,336
1580978 학창시절 선생님들 별명 공유해요 32 .. 2024/06/23 3,219
1580977 추미애 의원 페북 3 응원합니다 2024/06/23 2,179
1580976 대학가기 정말 힘드네요 27 ㄴㅇㅎ 2024/06/23 7,352
1580975 엔비디아 젠슨황 가족 4 ..... 2024/06/23 5,434
1580974 카톡 프로필 11 자랑 2024/06/23 2,762
1580973 집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남편 짜증나요 2 .. 2024/06/23 2,751
1580972 근데 왜 의대가 전망이 안 좋아요? 44 이상 2024/06/23 4,494
1580971 민주당 권익위 예산 몽땅 삭감 13 .. 2024/06/23 2,860
1580970 냉장고 4도어 어때요? 12 ㅇㅇ 2024/06/23 3,199
1580969 하늘길이 그렇게 복잡할 줄이야 4 ㅇㅇ 2024/06/23 3,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