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앵두나무 옆에서

채송화 조회수 : 1,244
작성일 : 2024-06-01 20:39:11

울어머니,

마당가에 앵두나무 서너그루 심으시고

해마다 뿌듯하게 바라보셨지.

얘야~ 앵두익었는데 따러 오려무나.

초여름, 외며늘 내려오라 유혹하시면

나는 어머나 너무 예뻐요 호들갑떨며

술담그고 씨뱉으며 먹어대고 하하호호.

 

그러다 어머니 치매진단 받으시고

주간보호센타 다니실때, 아들은 엄니곁에서

꼬박 2년을 보살피며 농사일 배워놓고

웃픈 추억들 차곡차곡 쌓이놨지.

주말에 반찬 만들겸 내려오면 

엄니는 마당끝 앵두나무를 붙잡고 엉거주춤

쉬를 하시고, 나중엔 간신히 쪼그려 앉아

응가도 하시고, 

그렇게 거름을 주시곤 했지.

 

지금은 요양원 가신지 3년반.

엄니의 앵두는 양귀비꽃이랑 장미랑 같이

빨강색으로 단합대회 하는듯 마당을 밝히고

엄니만 안계신 이 여름, 이 집에선

아직도 철없이 늙어가는 며느리만

앵두따서 또다시 술을 담그네.

나도 엄니처럼 저 앵두나무에 의지해

쉬를 하는 그날이 오겠지.

 

개구리 개굴개굴대는 이 시골집.

이곳에서 나는 그렇게 

앵두처럼 익어가고 있다네.

.

 

IP : 211.234.xxx.12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6.1 8:40 PM (116.42.xxx.47) - 삭제된댓글

    잔잔한 수필 한편 잘 읽었네요
    앵두술은 처음 들어요
    맛있나요^^

  • 2. 별초롱
    '24.6.1 9:10 PM (114.203.xxx.84)

    어우~82엔 왜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늦은 저녁먹고 베란다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읽는데
    뭔가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나도 그 세월을 본듯
    스르륵 넘어가네요

  • 3. 아~
    '24.6.1 9:44 PM (223.39.xxx.156)

    그립네요 앵두나무~~ 시골집~~ 눈에 그려지는듯

  • 4. 저도
    '24.6.1 9:56 PM (220.117.xxx.61)

    저도 어릴때 한옥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어요
    하얀꽃이 피고 지고나면 앵두가 열렸었죠.
    저도 땅에 앵두나무 키우려고 당근에서 아주 애기애기한 나무를 3개샀어요
    잘 키워 앵두 먹으려구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5. as
    '24.6.1 11:09 PM (14.53.xxx.152)

    저 요즘 친정엄마가 따주신 앵두 먹기 바빠요
    앵두주 비법 알려주세요

  • 6. ...
    '24.6.2 1:33 AM (125.189.xxx.187)

    - 鄕居暮春 [향거모춘] -

    綠葉櫻桃赤熟成 [녹엽앵도적숙성]
    野薔茨上破蟾耿 [야장자상파섬경]
    金波廣墅微豊浪 [금파광야미풍랑]
    皎照泉中艶汝榮 [교조천중염여영]

    - 저문 봄 고향에서 -

    푸른 잎새 앵두가 붉게 익어갈 제
    찔레꽃 가시 위로 달빛이 부서진다.
    금물결 넓은 들은 미풍에 일렁이고
    달빛 어린 샘물에는 고운님 웃고 있네.

  • 7. 동고비
    '24.6.2 9:43 AM (1.246.xxx.38)

    82쿡의 매력이죠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는게~~어제 앵두나무 보고와서 글을 보니 더 감동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6822 ferrero cacao amaro 먹는법 3 이 가루 2024/06/27 667
1596821 뉴스공장 공장장 휴가 가니 재미없어요ㅠ 7 지루해요 2024/06/27 1,837
1596820 얼마 전에 ktx 역 주변 주차장이 모두 만차라서 27 불법 주차 2024/06/27 4,126
1596819 전사고 어머님들 그학교 가면 뭐가 좋은가요? 15 2024/06/27 2,669
1596818 선글라스 가로 넓이가 쓴던 것보다 넓으면 불편할까요 1 안경 2024/06/27 693
1596817 부모님께 각각 안부전화 따로 드리시나요? 7 2024/06/27 1,639
1596816 둘 중 어느 삶이 낫나요? 17 Jj 2024/06/27 5,812
1596815 참 예쁜 아이들. 부제: 이래서 축구를 잘 하는구나! 8 ... 2024/06/27 2,318
1596814 발 달린 물건들 어디있을까요 8 ㅇㅇㅇㅇ 2024/06/27 2,002
1596813 문영일의 ‘중대장 구속 반대’는 성우회의 공식입장인가? !!!!! 2024/06/27 1,239
1596812 길 잃어버리는 꿈 꾸다 깼어요. 2 2024/06/27 1,217
1596811 산밑 아파트 사는데 발 시려워요. 17 파란하늘 2024/06/27 6,200
1596810 오늘부터 장마 시작되네요 3 ..... 2024/06/27 5,222
1596809 허웅은 이게 뭔소리예요? 86 특이하네 2024/06/27 27,704
1596808 챗지피티보다 더 큰 충격이라는 유인키오스크 소식(by 호야팜님).. 15 해피맘 2024/06/27 6,439
1596807 발레레오타드 안에 속옷... 3 발레레오타드.. 2024/06/27 1,820
1596806 모짜렐라 치즈는 서울우유죠? 6 ..... 2024/06/27 1,820
1596805 아랫집하고 다툴 것 같아요. 모기향 냄새 때문에. 14 .... 2024/06/27 5,652
1596804 성적 고등에 갑자기 치고 나가는 애들 33 신기함 2024/06/27 7,359
1596803 근로장려금 지금 들어왔는데 7 .. 2024/06/27 3,205
1596802 온누리앱에 충전하고 카드등록하면 3 무무 2024/06/27 946
1596801 여행용 트렁크에 드링크 넣어가도 되나요? 2 비행기 2024/06/27 1,478
1596800 고등 점수 안나오면 학원 옮기시나요 9 2024/06/27 1,765
1596799 식당에서 햇반을 18 밥밥 2024/06/27 7,459
1596798 초선의원이 똑똑하네 8 gkdtkd.. 2024/06/27 3,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