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머니,
마당가에 앵두나무 서너그루 심으시고
해마다 뿌듯하게 바라보셨지.
얘야~ 앵두익었는데 따러 오려무나.
초여름, 외며늘 내려오라 유혹하시면
나는 어머나 너무 예뻐요 호들갑떨며
술담그고 씨뱉으며 먹어대고 하하호호.
그러다 어머니 치매진단 받으시고
주간보호센타 다니실때, 아들은 엄니곁에서
꼬박 2년을 보살피며 농사일 배워놓고
웃픈 추억들 차곡차곡 쌓이놨지.
주말에 반찬 만들겸 내려오면
엄니는 마당끝 앵두나무를 붙잡고 엉거주춤
쉬를 하시고, 나중엔 간신히 쪼그려 앉아
응가도 하시고,
그렇게 거름을 주시곤 했지.
지금은 요양원 가신지 3년반.
엄니의 앵두는 양귀비꽃이랑 장미랑 같이
빨강색으로 단합대회 하는듯 마당을 밝히고
엄니만 안계신 이 여름, 이 집에선
아직도 철없이 늙어가는 며느리만
앵두따서 또다시 술을 담그네.
나도 엄니처럼 저 앵두나무에 의지해
쉬를 하는 그날이 오겠지.
개구리 개굴개굴대는 이 시골집.
이곳에서 나는 그렇게
앵두처럼 익어가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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