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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직도 개가 무서워요

저는 조회수 : 1,744
작성일 : 2024-05-25 22:37:09

이건 영영 극복이 안 되는 걸까요.

제가 자라던 70년대에는 서울 한복판에도 길잃은 개들이 많았어요. 크고 더럽고 배고픈 개들.

강남구 삼성동에 살았지만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공사장 아님 논. 거길 지나서 유치원에 다녀야 했는데 엄마가 절 정성껏 케어 하셨지만 그 때는 유치원은 애들 혼자 걸어서 가는 분위기 였어요. 가는 길도 비포장이 많아서 신발은 흙투성이가 되기 일쑤였고요. 혹시라도 지나가는 개랑 마주칠까 덜덜 떨면서 유치원에 갔어요. 하루는 그 날따라 예쁜 원피스를 입고 유치원에 갔는데요 큰 누렁개가 따라왔어요. 개들은 저만 보면 뛰어서 쫓아와요. 그 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어요. 제가 등을 보이고 뛰기 시작하면 개들도 따라서 뛴다는 걸 몰랐어요. 한참을 뛰다가 결국 흙탕물에 빠지고 원피스는 흙투성이가 되고 개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물렸던 것 같은데 트라우마라 그 부분은 기억이 소실되었나봐요. 흙투성이에 눈물범벅으로 집에 돌아갔던 것 만 기억나요.

 

이제는 어른이 되었고 개 키우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고 있어요. 고양이는 두마리 키우지만 개를 키울 생각은 없어요. 친정에서 시추를 키우셨는데 너무 예뻐했고 개도 사랑스럽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요. 어제 집에 돌아왔는데 큰 개 한 마리가 제 집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완전히 떠돌이 개는 아닌 것 같고 이웃 개가 길을 잘못 찾은 것 같은데 너무나 공포스러웠어요. 제 차가 진입하는 것도 가로 막고 유리창까지 뛰어올라서 두드리면서 뭔가 호소하는데. 집안에 아이가 있으니까 전화해서 불러내려고 했지만 아이는 전화가 배터리 방전 상태. 차 안에 20분 정도 갇혀 있다가 개가 안 보이길래 살금살금 나왔는데 역시 달려들더라고요. 물리지는 않았지만 끔찍했어요. 아이가 나와서 목에 달린 메달에 전화번호 확인하고 주인 찾아서 연락했어요. 평소에는 온순한 개라는데 뭐가 불만인지 펜스를 뛰어넘어 탈출하고 저희 집에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썼더라고요. 별것 아닌 소동이었고 주인이 데려가서 훈훈하게 끝났지만 그동안 개로 인한 트라우마가 다 몰려 오면서 지나가는 개들 보는 것도 힘이 드네요. 어떻게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요.

IP : 74.75.xxx.12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5.25 10:45 PM (58.234.xxx.222)

    전 그런 경험 없는데도 개가 무섭고 싫어요.

  • 2.
    '24.5.25 10:50 PM (112.161.xxx.54) - 삭제된댓글

    경기도 전원주택 이사왔는데 진짜. 큰 개들을 안묶어놓고
    그냥 돌아다니게 하면서 키워요
    집앞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갈때도 호신용으로 등산 스틱 챙겨가요
    개만 묶여있다면 진짜 살기. 좋은곳이예요

  • 3. ㅇㅇ
    '24.5.25 10:52 PM (1.229.xxx.241)

    고등학생 아들도 어릴땐 엄청 좋아했는데 한번 물리고 트라우마로 엄청 무서워해요..
    내자식의 장래희망 수의사가 되길 원했는데 못할거같아요^^;;;

  • 4. ㅇㅇ
    '24.5.25 10:59 PM (14.54.xxx.206)

    저도 어려서 물린적이 있어서 작은개도 무서워해요. 아파트주변 산책할때 아무리 작은개라도 목줄하고 있어도 어떤개는 막 나한테와서 냄새맡으려고 하는개도 있고 어떤개는 엄청 앙칼스럽게 짓는데 왜그런지 모르겠어요. 안문다고 해도 무서워요

  • 5. 저도
    '24.5.25 11:09 PM (61.43.xxx.198)

    어릴때 큰개한테 물려서 트라우마로
    아주 작은개도 무섭고 가까이하지않습니다

    더쿠라는 싸이트 댓글에서
    개와 아이 싫어하는 사람은 인성 알아보고 거른다 라는거보고 놀랐네요

  • 6. ..
    '24.5.25 11:15 PM (182.220.xxx.5)

    계속 노출해서 익숙해지고 안전함을 확인해서 약화시키는거 말고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 7. 글쎄요
    '24.5.25 11:37 PM (74.75.xxx.126)

    계속 노출. 너무 끔찍한데 왜 제가 해야 하나요?
    전 남의 개가 달려 들어서 제 얼굴 핥고 다리 빨고 그러는 거 솔직히 정말 너무 싫어요. 사회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괜찮은 것 같이 웃고 넘기려고 하지만 싫어요. 주인들은 아주 형식적으로, 하지마, 말하지만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아요. 우리 개가 너를 유난히 좋아하네, 하고요. 자기네 개는 깨끗하다고 주인들은 말하지만 개가 한 번 훑고 가면 그 냄새 제 몸에 남는 거 너무 싫어요. 어릴 때 아빠 친구들 술 마시고 2차로 저희 집에 오셔서 어린 저를 무릎에 앉히고 귀엽다고 술 냄새 나는 입으로 볼에 뽀뽀했던 느낌이에요. 어린 아이들 공공장소에서 민폐끼치는 건 공분하면서 개에 대해선 오히려 너무 관대한 것 아닌가 싶어요.

  • 8. ..
    '24.5.26 12:37 AM (117.111.xxx.18)

    예전에 엄마가 개를 안키우고 싶어했는데
    20대때 엄마가 4발달린 짐승이 무섭단 말을 듣고
    싹 이해되었어요 엄마의 심정을 미안하더라구요 괜히

  • 9.
    '24.5.26 1:02 AM (223.38.xxx.223)

    개한테 물리기도 했지만 동물은 다 무서워요.
    토끼, 닭, 개, 고양이 등등 사람 빼고 움직이는 생명체는 다 무서워요.
    벌레는 징그럽긴 해도 파리채로 잘 때려잡는데
    동물은 아무리 작아도 너무 무서워요.
    비둘기도 무서워서 피해 다녀요..ㅠㅠ
    주인이 목줄한 작은 강아지가 앞에 보이면 다른 방향으로 가는 중인척 멀리 돌아서 피해갈 정도로 무서운데 개 키우는 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서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예요. 엘레베이터에서 개 마주칠까봐 무거운 짐이 있을 때 외엔 계단으로 걸어다니는데 집이 4층이라 다행이죠. 고층으론 이사 못갈 것 같아요. 이런 제가 한심하고 속상하지만 너무 무서우니 본능적으로 피해다니게 되네요.

  • 10. ...
    '24.5.26 7:00 AM (121.137.xxx.57)

    개도 무섭고, 고양이도 무서워요. 멀리서 보면 귀엽고 예뻐요. 그런데 내 옆으로 오면 무서워요. 고양이나 개 키우는 집에 가면 안그래야지 하는데 조용히 내 옆으로 오거나, 막 달려 들면 경기하겠어요. ㅠ.ㅠ 요즘 반려견 반려묘 많아서 나름 티 안내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노력으로 안되는 것 같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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