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영영 극복이 안 되는 걸까요.
제가 자라던 70년대에는 서울 한복판에도 길잃은 개들이 많았어요. 크고 더럽고 배고픈 개들.
강남구 삼성동에 살았지만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공사장 아님 논. 거길 지나서 유치원에 다녀야 했는데 엄마가 절 정성껏 케어 하셨지만 그 때는 유치원은 애들 혼자 걸어서 가는 분위기 였어요. 가는 길도 비포장이 많아서 신발은 흙투성이가 되기 일쑤였고요. 혹시라도 지나가는 개랑 마주칠까 덜덜 떨면서 유치원에 갔어요. 하루는 그 날따라 예쁜 원피스를 입고 유치원에 갔는데요 큰 누렁개가 따라왔어요. 개들은 저만 보면 뛰어서 쫓아와요. 그 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어요. 제가 등을 보이고 뛰기 시작하면 개들도 따라서 뛴다는 걸 몰랐어요. 한참을 뛰다가 결국 흙탕물에 빠지고 원피스는 흙투성이가 되고 개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물렸던 것 같은데 트라우마라 그 부분은 기억이 소실되었나봐요. 흙투성이에 눈물범벅으로 집에 돌아갔던 것 만 기억나요.
이제는 어른이 되었고 개 키우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고 있어요. 고양이는 두마리 키우지만 개를 키울 생각은 없어요. 친정에서 시추를 키우셨는데 너무 예뻐했고 개도 사랑스럽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요. 어제 집에 돌아왔는데 큰 개 한 마리가 제 집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완전히 떠돌이 개는 아닌 것 같고 이웃 개가 길을 잘못 찾은 것 같은데 너무나 공포스러웠어요. 제 차가 진입하는 것도 가로 막고 유리창까지 뛰어올라서 두드리면서 뭔가 호소하는데. 집안에 아이가 있으니까 전화해서 불러내려고 했지만 아이는 전화가 배터리 방전 상태. 차 안에 20분 정도 갇혀 있다가 개가 안 보이길래 살금살금 나왔는데 역시 달려들더라고요. 물리지는 않았지만 끔찍했어요. 아이가 나와서 목에 달린 메달에 전화번호 확인하고 주인 찾아서 연락했어요. 평소에는 온순한 개라는데 뭐가 불만인지 펜스를 뛰어넘어 탈출하고 저희 집에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썼더라고요. 별것 아닌 소동이었고 주인이 데려가서 훈훈하게 끝났지만 그동안 개로 인한 트라우마가 다 몰려 오면서 지나가는 개들 보는 것도 힘이 드네요. 어떻게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