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국립오페라단 죽음의 도시 추천합니다

조회수 : 1,354
작성일 : 2024-05-25 02:01:09

목요일 개막한 국립오페라단 국내 초연작 [죽음의 도시] 추천합니다. 금요일 공연을 막 보고 집에 도착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최근 몇년간 본 오페라 중 최고였어요. 

 

오페라답게 단기 일정이라 총 4회 공연으로 26일 일요일 끝나기 때문에 급한대로 간단하게나마 추천글 올립니다. 해외 협력이 많은 오페라 특성상 단발성 프로덕션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더군다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 다시 보기 힘들 겁니다. 

 

국립오페라단이 간만에 물건 하나 제대로 내놨습니다. [라트라비아타][보체크] 이후 오페라 서사에 집중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경험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네요. 인터미션 더해 3막 165분인데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예매는 일찌감치 해놨지만 생소한 작품이고 이달에 이런저런 일로 정신이 없어서 관람하기까지 취소 문제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봐야겠어서 움직인건데 보기 잘했습니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약한 작품이라 자리가 남아도는데 마음같아선 토요일 공연이건 일요일 공연이건 한번 더 보고 싶네요.       

 

1930~1950년대 할리우드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약한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드가 1920년 올린 독일 오페라로 이번 국립오페라단 기획이 국내 초연입니다. 원작 [죽음의 도시 브뤼주]는 사진이 수록된 최초의 소설로 1892년에 출간됐고 작년에 국내에도 번역됐습니다. 얼핏 줄거리를 보면 히치콕 [현기증]과 유사해서 [현기증] 원작인가 싶었더니 [현기증] 원작은 다른 작품이더군요. 

 

에리강 볼프강 코른골드는 1939년 [로빈 훗의 모험]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작곡가이고 할리우드에서의 영화음악 작곡가 활동은 나치 핍박을 피해 1935년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그전에 나온 오페라 [죽음의 도시]에서도 스튜디오 시절 할리우드 영화음악 느낌이 나서 클래식한 친숙함으로 귀에 착착 감깁니다.  

 

막마다 무대 구성이 압권입니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심각한 네크로필리아 증상에 시달리는 남자가 죽은 아내와 비슷한 외모라고 착각한 무용수 여자와 관계되면서 정신분열 증세와 심각한 패티시 증상을 보입니다. 애도와 추모를 끝내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홀아비의 정신적 독립에 이르기까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데 1막의 현대무용과 스톱모션을 섞은 것 같은 기괴한 동작의 죽은 아내 표현 방식은 흡사 납량 오페라극을 보는 것같이 섬뜩하게 사로잡습니다. 소름끼치면서도 산자의 정신을 지배하며 죽은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는 얼굴 없는 귀신의 고독과 호소가 몸부림으로 처절하게 드러나죠. 무서우면서도 가엽고 애잔합니다. 

 

2막의 공중부양 그네를 타고 내려오는 극중극도 굉장합니다. 3막은 애틋한 사랑과 영혼으로 호러에서 감동적인 멜로로 전환되며 신비롭고 낭만적인 고딕풍 멜로드라마로 가슴을 적십니다. 기괴한 패티시의 섬뜩한 긴장감과 사별의 트라우마와 영적인 지배가 독특한 몽환으로 음산하게 휘어잡습니다.  

 

예전 KBS '금요일의 여인'이 무단으로 가져다 쓴 유명 추리 소설같은 멜로드라마의 음산한 구조가 탁월하게 맞물리고 가사도 뛰어나서 모처럼만에 가사를 전부 읽으며 봤습니다. 오페라는 자막기 가독성이 떨어져서 대략 해당 곡의 흐름만 파악하는 정도로 가사의 3분의 1 정도만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빼어난 가사에 줄거리 자체가 무척 흥미진진해서 저절로 읽게 되더군요. 곡들도 훌륭하고 성악가들의 기량도 뛰어납니다. 

 

오페라 프로덕션이란 게 보통 한번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국립오페라단의 근래 기획들 중 [호프만의 이야기]처럼 추후에 한번 정도 더 올렸으면 좋겠어요. 현재 관객도 많지 않은데 4회 공연으로 접기엔 연출이 아깝네요.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5475400

IP : 125.183.xxx.16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기대됩니다
    '24.5.25 2:15 AM (39.125.xxx.100)

    저는 예습하고 있었어요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 천재 작곡가의 대표작 | 오페라정주행
    https://www.youtube.com/watch?v=d4BdtdHtc5s&list=WL&index=62
    https://www.youtube.com/watch?v=3j5q-WUpdt0&list=WL&index=63

  • 2. 오페라덕후
    '24.5.25 11:59 AM (211.234.xxx.77)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저도 추천드려요. 목요일에 A팀 보고 왔고 오늘 한번 더 보러갑니다. 여러가지 좋은 부분들이 많았지만 주인공 파울 테너 로베르토 사카 60대 나이에도 짱짱한 실력을 보여주어 명불허전이란 말을 실감케 했구요.
    2막에 바리톤양준모가 부르는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 아리아 정말 좋았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68775 윤석열도 2 ㅇㅇ 17:33:02 58
1668774 단순 공장알바는 어디서 구해요? ㅇㅇ 17:27:32 151
1668773 대한민국은 지금 무속 천지 1 ... 17:26:00 119
1668772 지금 윤수괴탄핵이 초관심사인데 계속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 6 솔솔 17:23:35 247
1668771 윤 부모님이... 5 ..... 17:21:56 486
1668770 촛불집회, 이날치 밴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얼른 보세요~ 5 .. 17:21:05 426
1668769 서울에서만 온 줄 아냐? 28 .. 17:17:45 1,080
1668768 박범계 의원 페북 (헌재 우려되는 점) 3 ... 17:17:44 662
1668767 사주가 있다고 믿는점 결혼운 신기해요 4 과학 17:13:53 419
1668766 조청유과 너무 맛있어요 1 000 17:12:39 271
1668765 독감 잠복 기간이 며칠인가요? 17:12:09 151
1668764 결혼관련 댓글보면 유난히 딸가진 거지들이 많은듯 11 딸엄마 17:10:36 567
1668763 달고짜고 자극적인 국과반찬 vs 냉동식품 5 냉동식품 17:10:30 307
1668762 일본이랑 어떤 밀약이 7 ㅗㅎㅇㅇ 17:06:07 579
1668761 넘 웃겨요 1 .... 17:05:15 358
1668760 윤석렬 위자료 청구 소송 어떻게 하는건가요? 2 블링쿡 17:04:40 365
1668759 고향사랑기부쇼핑몰 물건(답례품)구매도 기부로 치나요? 1 Xxb 17:04:14 111
1668758 서울인구 934만명인데 600만명 태극기집회 참여라니 ㅋㅋ 17 ㅋㅋ 17:00:41 1,966
1668757 6인체제라도 가결될거 같아요.. 12 아이스아메 16:54:35 1,491
1668756 어느날 조선이 뭔 짓거리를 해도 눌라지 맙시다 2 16:53:17 524
1668755 죽은 친구가 꿈에 나왔는데 5 nn 16:48:01 982
1668754 윤석열 파면은 시간문제이지 백프로 인용된다 봐도되는건가요 7 ........ 16:45:59 1,055
1668753 부산 집회는 오늘 여기죠? 가는중 16:43:42 194
1668752 우리도 사랑할수... 16:43:21 269
1668751 부정선거척결 광화문집회 경찰 추산 600만 23 .. 16:39:46 2,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