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결기입니다.
결혼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남편이 결기 챙겨본 적 없어요.
늘 제가 먼저 맛있는 거 먹자거나 여행 예약하거나 해서 보냈습니다.
내일은 저도 아무것도 안할거에요.
제 주변의 일들 얘기하면 늘 시큰둥, 눈빛은 흐리멍텅하면서 듣는둥 마는둥 하구요.
제가 뭐라고 하면 그럼 뭐라고 하냐며, 길게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래서 될수록 잘 안합니다.
오늘 아침에 일상적인 얘기하는데, 또 듣는둥 마는둥 해서 입을 다물었는데,
대뜸 시아버지가 남편한테 주말에 밥 사줄테니 올 수 있으면 와라, 하셨답니다.
못 가요, 멀고 주말에는 친정 행사가 있습니다.
근데 굳이 왜 얘기하지?? 제 속으로 의문이 생깁니다.
내 얘기는 궁금해하지도 않고, 내일이 결기인데 아무 생각도 없고, 어차피 가지도 못 하고 참석할 의무도 아닌 행사를 왜 굳이 얘기하지?
남편은 본인 본가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저한테 말해요.
저는 남편이 알아야 할 사안만 얘기합니다.
티키타카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일반적인 사람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남편이 본인 본가의 일에만 저렇게 집중하고 알리는 게 너무 황당합니다.
그치만 말 길어질까봐 이 역시 말 안했는데, 제가 예민한 걸까요?
제가 남편을 안 이후로 자기 주도로 한 유일한 행사 계획은 본인 부모님 콘서트 관란입니다.
제가 진짜 갖고 싶어하는 목걸이가 있는데, 늘 장바구니에 담았다 삭제했다 하는 걸 남편도 압니다.
그거 하나 사줄 생각도 못 하고 저한테 말로만 사라고 합니다.
이럴 때 하나 사주면 당분간은 참 편하게 살텐데 아예 그럴 의지라고는 없는.....